도시의 품격은 시민의 일상에서...신동화 구리시장이 꺼낸 ‘문화의 힘’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 2026-09-27 17:53:47
[이코노미세계] 시장에게 주말의 전시회 관람은 단순한 개인 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시민들에게 문화와 예술이 주는 여유를 이야기한다면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도시의 경쟁력이 산업과 교통, 주택과 일자리만으로 결정되는 시대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느냐도 도시의 삶의 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화 구리시장이 아내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화려한 공식 행사가 아니라 그림 앞에 서서 잠시 일상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신 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선 작가의 전시회를 아내와 함께 관람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한 메시지의 중심에는 ‘쉼’이 있었다.
신 시장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작품 한 점 한 점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음에도 작은 쉼표 하나를 찍었다고 표현했다.
시장의 일상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여유다. 각종 회의와 행사, 현장 방문, 민원과 정책 결정이 반복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하루에서 미술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일상과 행정 사이의 작은 간격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날 전시회 관람은 신 시장 혼자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곁을 지켜온 아내와 나란히 전시장을 둘러봤다는 점에서 그의 글에는 행정 책임자로서의 모습보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시민으로서 느낀 소박한 감상이 담겼다.
신 시장은 좋은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아내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는 시간이어서 더욱 따뜻하고 소중했다고 했다.
신 시장이 전시회 관람 후 꺼낸 화두는 ‘예술의 힘’이었다. “예술은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는 취지의 소감을 밝혔다. 짧은 문장이지만 도시와 문화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은 흔히 축제나 공연, 대규모 문화시설과 같은 눈에 보이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지,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찾았는지, 얼마나 큰 행사를 유치했는지가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이 체감하는 문화는 반드시 거대한 시설이나 대형 행사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퇴근길에 전시회를 찾고, 가족과 공연을 관람하고, 동네 가까운 공간에서 그림이나 음악을 만나는 경험 역시 도시의 문화 수준을 구성한다.
신 시장의 이번 글에서 주목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 힘이라는 그의 표현은 문화예술이 특별한 사람만 향유하는 영역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화정책의 최종 목적 역시 결국 시민의 삶과 연결된다. 좋은 공연장과 전시장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들이 이를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다. 문화시설의 규모보다 시민과 문화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전시회 방문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대목은 ‘가족’이다. 신 시장은 아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한 시간을 특별하게 언급했다.
지역의 문화예술은 가족과 친구, 연인 등 가까운 사람과 함께할 때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전시회를 보고 난 뒤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을 함께 본 뒤 느낌을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문화 향유의 일부가 된다.
신 시장이 시민들에게 “사랑하는 분과 함께 문화와 예술이 주는 여유를 누려보시면 좋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화예술을 행정의 영역이 아닌 시민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도시의 삶은 빠르다. 출근과 퇴근, 자녀 교육, 생업과 가사, 각종 약속으로 시민들의 하루는 빽빽하다. 수도권 도시의 경우 서울과 주변 지역을 오가는 출퇴근 시간까지 더해지면서 하루 중 온전히 자신과 가족에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문화예술은 때로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것’으로 뒤로 밀린다. 하지만 신 시장은 오히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을 이야기했다. 문화가 삶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춰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도시 간 경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 산업단지와 도로, 주택 공급 등 물리적인 기반시설이었다면 이제는 시민의 생활환경과 문화적 만족도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사람들이 한 도시를 선택하는 기준이 단순히 직장과 집값, 교통 편의성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인지, 공원과 도서관은 충분한지, 주말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는지 등 생활의 질과 관련된 요소가 도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대형 축제와 이벤트 중심의 문화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예술인의 활동 공간을 넓히고 시민들이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전시·공연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지역 작가와 시민을 연결하는 일은 지역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시민들이 이들의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구조가 형성되면 예술가와 시민, 지역사회가 연결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신 시장이 김종선 작가에게 정성 가득한 작품으로 좋은 시간을 선물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응원한 것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는 행정기관이 선언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실제 문화생활에 참여할 때 비로소 도시의 문화가 살아 움직인다.
전시장을 찾는 시민이 늘어나고 지역 공연을 관람하는 가족이 많아지며 동네 곳곳에서 문화예술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때 문화는 도시의 일상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아무리 좋은 전시와 공연이 있어도 시민이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접근하기 어렵다면 문화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문화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부터 청년·중장년·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지역 문화예술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음악가, 공연예술인들이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지면 지역문화의 뿌리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작가는 지역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시민은 가까운 곳에서 좋은 작품을 접하며,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마련하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시장의 전시회 방문은 작지만 상징적인 장면이다.
지역 작가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권하는 행동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문화가 갖는 가치를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좋은 도시란 어떤 도시인가. 높은 건물이 많고 도로가 넓으며 기업이 많은 도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사는 지역에 애정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화와 예술은 이러한 도시를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미술관과 공연장 같은 시설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어렵게 느끼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전시회 하나가 시민에게 위로가 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본 공연 한 편이 오래 기억되는 추억이 될 수도 있다.
문화가 가진 힘은 숫자로만 측정하기 어렵다. 한 작품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고, 바쁜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감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예술이 가진 또 다른 가치이기 때문이다. 신 시장이 이날 ‘작은 쉼표’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시민들의 삶에도 그런 쉼표가 필요하다.
이어 가을은 문화예술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신 시장 역시 시민들에게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문화와 예술이 주는 여유를 누려보기를 권했다.
거창한 메시지는 아니었다. 시민들에게 특정한 정책을 설명하거나 성과를 강조하는 글도 아니었다. 아내와 함께 전시장을 찾아 그림을 보고, 잠시 쉬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감상을 시민들과 공유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행정이 결국 시민들의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일상의 메시지도 의미가 있다.
도로 하나를 건설하고 산업시설 하나를 유치하는 것도 도시 발전에 중요하다. 동시에 시민이 집 가까운 곳에서 좋은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가족과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시가 해야 할 역할 가운데 하나다.
산업과 경제가 도시의 외형을 성장시킨다면 문화와 예술은 도시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두 영역이 함께 발전할 때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신 시장의 이번 전시회 관람은 개인적인 문화생활에서 시작됐다. 그가 작품 앞에서 발견한 것은 거창한 정책 구호가 아니었다.
바쁜 하루에서 잠시 벗어나 그림 한 점을 천천히 바라보는 여유, 오랫동안 곁을 지켜준 가족과 같은 공간을 걸어보는 시간, 그리고 예술이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문화도시의 출발은 어쩌면 이런 평범한 장면에 있을지 모른다. 시민 누구나 일상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도시. 신동화 구리시장이 전시장에서 찍은 ‘작은 쉼표’는 결국 시민들의 일상에도 문화와 예술이라는 쉼표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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