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효와 예의 정신, 올바른 삶의 방향 일깨우는 가치”
파주시, 문화유산 보존 넘어 미래세대와 연결 강조
[이코노미세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오래된 것의 가치는 새롭게 발견된다. 기술이 일상을 바꾸고 물질적 풍요가 삶의 기준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파주향교에서 봉행된 추계 석전대제는 이런 질문을 지역사회에 던지는 자리였다. 단순히 옛 의례를 재현하는 행사를 넘어 성현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충효와 예의 정신을 오늘의 공동체 속에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손배찬 파주시장도 현장을 찾아 성현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손 시장은 초헌관을 맡아 첫 잔을 올렸다. 손 시장이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주향교 추계 석전대제 참석 사실을 알리며 “첫 잔을 올리는 초헌관의 소임을 맡아 매우 뜻깊고 영광스러운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손 시장이 이날 강조한 핵심은 ‘전통의 보존’에만 머물지 않았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칫 희미해질 수 있는 도덕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고, 이를 미래세대에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손 시장은 석전대제의 의미를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과 연결했다. 그리고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 살고 있지만, 때로는 도덕적 가치가 희미해지는 현실과 마주하곤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때에 옛 성현들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고, 충효와 예의 정신을 되새기는 석전대제는 우리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뜻깊은 행사”라고 평가했다.
이 발언은 이날 행사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문화 행사는 자칫 과거의 풍습을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가치 가운데 오늘날에도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현대사회에 맞게 해석할 때 전통은 비로소 현재성을 갖는다.
손 시장이 석전대제에서 ‘도덕적 가치’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경제적 성장과 기술 발전으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배려, 책임과 예의 같은 가치까지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할수록 세대 간 거리와 개인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충효와 예의라는 전통적 가치를 현대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지역 공동체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또 과거의 가치관을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책임을 다하며 공동체를 배려하는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시장은 이날 초헌관을 맡았다. 초헌관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행사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제향 의식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 시장은 이를 두고 “매우 뜻깊고 영광스러운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또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노력해 온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어 손 시장은 이기철 전교를 비롯한 유림 지도자들과 행사에 함께한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중한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헌신해 오신” 이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지역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 행정기관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문화유산은 건물이나 시설을 보존하는 것만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정신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전통문화 역시 행정과 시민사회, 문화계, 지역 공동체가 함께 참여할 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오랫동안 지역의 전통을 지켜온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은 눈에 보이는 문화유산 못지않게 중요하다. 파주향교 추계 석전대제 역시 의례 자체와 함께 이를 준비하고 참여하며 의미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전통문화 정책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보존’과 ‘활용’의 균형이다. 문화유산을 원형에 가깝게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시민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가치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문화유산과 지역사회 사이의 거리는 점차 멀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석전대제가 갖는 의미도 단순한 제례 행사보다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손 시장은 이날 제향에 대해 “성현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우리 사회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화합의 장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화합’이다. 전통문화가 과거를 기억하는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민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사회는 다양한 세대와 계층,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데는 행정구역이라는 물리적 경계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것’과 ‘함께 지키고 싶은 것’도 중요하다.
지역의 문화유산은 이런 공동체 정체성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파주향교와 석전대제 역시 파주라는 지역이 축적해온 문화와 정신을 시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통로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어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시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산업과 교통, 주거환경 같은 물리적 기반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이 자신의 지역에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역사와 문화, 공동체의 기억 역시 도시 경쟁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측면에서 전통문화는 과거의 유산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역 문화유산을 시민의 일상과 얼마나 가깝게 연결하느냐다.
특히 미래세대가 전통문화를 낯설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그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의식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왜 이런 전통이 이어져 왔는지, 그 안에 어떤 가치가 담겨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손 시장이 이날 메시지에서 ‘미래세대’를 언급한 것도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손 시장은 파주시의 역할도 분명히 했다. 그리고 “파주시도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자산으로 굳건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유산 정책에서 ‘미래세대’는 중요한 화두다. 현재 세대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승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유산을 특정 세대나 일부 관계자들만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시민들도 전통문화 행사를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을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지역문화로 만드는 과정이다. 파주시가 향후 지역 문화유산을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의 생활과 연결할지도 주목되는 이유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한다.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지역의 모습과 시민들의 생활방식도 달라진다. 이런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변화가 빠를수록 지역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는지 돌아보는 작업 역시 중요해진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도시의 과거를 설명하는 자료인 동시에 앞으로 어떤 도시를 만들어갈지를 고민하게 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향교에서 봉행된 추계 석전대제도 그런 의미에서 바라볼 수 있다. 성현을 추모하는 제향이라는 전통적인 형식 안에는 배움과 덕행, 예의와 공동체라는 가치가 담겨 있다. 시대와 사회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손 시장이 물질적 풍요와 도덕적 가치를 함께 언급한 것도 결국 도시의 발전을 물리적인 성장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공동체의 문화적 기반 역시 함께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원과 함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손 시장 역시 이날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을 위해 노력해 온 유림 지도자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는 문화유산을 지켜온 주체가 결국 지역 주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문화유산 정책도 이런 공동체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행정기관이 시설을 관리하고 행사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이 문화유산의 의미를 이해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유산을 ‘보는 대상’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문화’로 바꾸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전통을 지켜온 지역 원로와 유림의 경험을 미래세대와 연결하는 작업도 의미가 있다. 한 세대의 기억과 경험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전통은 형식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대 간 연결이 이뤄진다면 문화유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풍부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번 파주향교 추계 석전대제가 지역사회에 던진 가장 큰 화두는 결국 ‘계승’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다.
손 시장은 이날 석전대제를 통해 충효와 예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과거의 가치관을 그대로 되살리자는 의미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가족과 이웃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가치로 오늘날에 맞게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복잡해지고 개인화가 심화될수록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 문화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전통문화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과거를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가치 가운데 오늘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칠 때 문화유산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
이제 과제는 이러한 메시지를 실제 지역문화 정책과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문화유산은 한 번 훼손되거나 전승의 맥이 끊기면 되살리기 어렵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동시에 문화유산이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세대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중요하다.
전통문화 행사가 일부 관계자들의 행사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가 의미를 공유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확대될 때 계승의 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파주향교 추계 석전대제가 보여준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전통의 힘이다.
손 시장은 제향이 “성현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우리 사회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역의 문화유산은 과거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지만 그것을 지키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물려받는 것은 미래세대다. 결실의 계절, 파주향교에서 열린 추계 석전대제는 오래된 의례를 통해 오히려 오늘의 파주가 생각해야 할 질문을 던졌다.
도시가 성장하고 시대가 변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 지금 세대는 다음 세대에 어떤 지역의 모습을 물려줄 것인가. 손배찬 시장이 이날 강조한 ‘성현의 가르침’과 ‘충효·예의’,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자산’이라는 세 가지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도시의 진정한 자산은 눈에 보이는 성장만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에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파주향교에서 올린 한 잔의 제향이 과거를 기리는 의식을 넘어 파주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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