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학교,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면서 하나의 미래교육 체계를 만들어가는 경기교육, 기후위기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지는 교육,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오히려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안산. 박은경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의원이 그리고 있는 경기교육과 안산의 미래다.
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유보통합, 지속가능발전교육, 교육재정, 다문화교육까지 얼핏 보면 서로 다른 현안이다. 그러나 박 의원의 정책 구상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비교적 분명하다. 정책 공급자의 시각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주민 등 ‘현장’에서 정책의 효과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1일 OBS라디오 ‘오늘의 기후’ 인터뷰에서 경기교육 현안과 안산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중학교 교사에서 지방의원으로 변신해 4선 안산시의원과 안산시의회 최초 여성 의장을 거쳐 경기도의회에 진출한 그의 경험도 정책 철학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박 의원은 지난 16년의 지방의정 활동을 “개인의 시간이 아닌 지역 주민과 함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지역공동체의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정책이 책상 위의 숫자나 행정기관의 사업계획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주민의 일상에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의원이 최근 주목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학교 동아리 활동이다.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경기도교육청 학교 동아리 활동 지원 조례안'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학교교육에서 동아리는 정규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활동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또래와 함께 목표를 설정해 활동하는 과정은 교과서만으로 얻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
박 의원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함께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회성과 존중, 배려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핵심은 ‘자율성’과 ‘공동체성’이다. 학생이 누군가가 정해준 활동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 분야를 선택하고, 다른 학생들과 협력해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례의 의미는 학교마다 다른 동아리 활동 여건의 격차를 줄이고 지역사회 자원을 학교교육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학교의 규모와 지역 여건, 교사의 관심 등에 따라 동아리 활동의 질과 다양성이 달라진다면 학생이 누릴 수 있는 교육 기회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례 제정 이후에는 얼마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가보다 학생들이 실제 원하는 활동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게 됐는지,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이 학교와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도가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가 남은 셈이다.
박 의원은 교육계의 주요 현안인 유보통합에 대해서도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가운데 어느 한쪽을 다른 쪽에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교육은 교육대로, 보육은 보육대로 전문성이 있다”고 했다. 유보통합은 단순히 행정기관이나 제도를 하나로 묶는 문제가 아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오랜 기간 서로 다른 제도와 인력 체계 속에서 운영돼 왔다. 따라서 통합 과정에서 교사의 자격과 처우, 교육과정, 시설 기준 등 현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 등 현장의 당사자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각 영역이 축적해 온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의 속도보다 통합의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책의 최종 수혜자는 결국 영유아와 학부모다. 행정적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현장에서 갈등이 지속되거나 교육·보육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면 정책의 취지는 퇴색할 수 있다.
반대로 교육과 보육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유보통합은 영유아 교육·돌봄 체계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은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정책 시선은 기후위기와 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도 이어진다. “교육으로만 이루어질 문제는 아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를 특정 과목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문제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 역시 환경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환경과 경제, 사회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 속에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박 의원의 시각이다.
학교에서 기후위기의 원인을 배우면서 정작 학교생활에서는 에너지 절감이나 자원순환, 친환경 소비 등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교육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의 과제는 기후교육을 특정 교과나 일회성 행사에서 학교 운영 전반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학생들이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며 직접 행동하는 과정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동아리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환경과 생태, 에너지, 자원순환 등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동아리 활동과 연결한다면 자율적 참여와 지속가능발전교육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이어 박 의원은 교육재정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규모’보다 ‘효과’를 제시했다.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집행했는지가 아니라 정책이 당초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 단계부터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중간점검을 실시하며, 사업이 끝난 뒤에는 성과평가와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예산은 학생과 학교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률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경우 정작 정책이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교육정책이 잇따라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기존 사업의 효과를 평가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을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교육재정의 경쟁력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학생 한 명의 변화를 얼마나 만들어냈느냐’로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교육정책 가운데 안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다문화교육이다. 이주배경 학생이 가진 언어와 문화적 다양성을 지원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모국어 교육도 함께, 이중언어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인재 양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문화교육 정책의 관점을 ‘적응’에서 ‘성장’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
이주배경 학생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이 이미 가지고 있는 모국어와 문화적 배경까지 약화된다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소중한 자산을 잃을 수 있다.
한국어와 모국어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이중언어 역량은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심리·정서 지원을 결합하고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면 다문화교육은 복지정책을 넘어 인재양성 정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박 의원은 안산에서 추진 중인 공립형 대안학교가 이주배경 학생을 위한 새로운 교육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다만 학교 하나를 설립하는 것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학교의 다문화교육 역량 강화와 교사 지원, 학부모와 지역사회 연계 등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안산이 다문화교육의 실험장이자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박 의원의 구상은 교육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안산의 도시 경쟁력 문제도 중요한 의정활동 과제로 제시했다. 당장 주민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문제는 구도심의 주차와 교통, 노후 기반시설이다. 박 의원은 와동과 선부3동 등 구도심 생활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산업구조 재편도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AX 실증 등을 통해 안산이 가진 산업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산의 미래전략에서 교육과 산업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산업구조가 바뀌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도 달라지고, 교육 역시 이에 대응해야 한다. 다문화 인재와 이중언어 역량, 지속가능발전교육,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우는 교육은 장기적으로 지역 산업 경쟁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
박 의원의 정책 구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도심의 주차 문제처럼 주민이 오늘 당장 체감하는 생활정책을 해결하면서도 교육과 산업구조 변화처럼 10년 뒤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할 장기 과제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의원의 이력은 교육과 지방자치를 연결한다. 중학교 교사로 교육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안산시의회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안산시의회 최초 여성 의장도 역임했다. 현재는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실과 기초의회, 광역의회를 차례로 경험한 셈이다.
박 의원은 지난 16년을 “지역 주민과 함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지역공동체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무게를 뒀다. 시민과 도민이 자신들의 미래와 희망을 4년간 선출직 공직자에게 맡긴 것이며, 의원의 하나의 선택과 결정이 주민들의 삶에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지방의회의 책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조례 한 건, 예산 한 항목이 행정기관 내부에서는 수많은 정책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 주민에게는 자신의 일상을 바꾸는 결정이 될 수 있다.
학교 동아리 활동 지원 조례가 학생 한 명에게는 꿈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유보통합 정책의 세부 결정 하나가 교사와 학부모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 다문화교육의 방향에 따라 이주배경 학생이 가진 언어가 극복해야 할 장벽으로 남을 수도, 미래를 여는 경쟁력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구도심의 주차 공간 하나와 노후 기반시설 개선 역시 주민들에게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결국 박 의원이 내놓은 여러 정책 구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현장’과 ‘사람’이다.
다만 정책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학교 동아리 활동 지원은 학교별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유보통합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교육·보육 주체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 역시 선언적 교육을 넘어 학생들의 행동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교육재정은 사업별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다문화교육은 더욱 복합적이다. 언어교육뿐 아니라 학생의 심리·정서, 학부모와 학교의 소통, 진로와 취업, 지역사회 통합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안산의 산업구조 재편 역시 AX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인재, 교육기관,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좋은 정책은 발표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박 의원이 강조한 교육재정의 원칙처럼 사업계획과 실행, 중간점검, 성과평가, 피드백이 이어지는 구조가 그의 정책 전반에도 적용돼야 한다. 또 “하나의 선택과 결정이 주민과 도민의 삶에 직결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도민의 미래와 행복한 안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가는 학교, 교육과 보육의 전문성이 함께 살아나는 유보통합, 기후위기를 생활 속 행동으로 바꾸는 교육, 여러 언어와 문화가 도시의 자산이 되는 안산, 그리고 AX를 활용해 산업도시의 경쟁력을 다시 높이는 도시. 이 구상이 실제 경기교육과 안산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이제 정책의 실행력에 달렸다.
16년간 지방의정 현장을 거쳐온 박은경 의원에게도 다음 평가는 말이 아니라 시민과 학생의 삶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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