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정산 부담·시군 재정·디지털 소외까지 따져 통합 추진
[이코노미세계]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통합 논의가 본격적인 정책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서로 다른 운영체계를 하나로 묶어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는 것이 표면적인 과제라면, 그 이면에는 전통시장 보호와 골목상권 활성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 지역별 정책 자율성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하나로 합쳤느냐’가 아니라 실제 소비자인 도민과 영세 상인이 어떤 변화를 체감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유수연 의원이 1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통합방안 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짚었다. 유 의원은 통합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도민의 이용 편의와 상인의 실질적인 이익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가 주최하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포럼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선 유 의원은 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 전통시장 보호, 골목상권 지원, 지역 자율성 보장 등을 제시했다.
통합에 따른 행정적 효율성이나 외형적인 규모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이 각각 구축해 온 정책적 기능을 살리면서 이용자와 상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운영 주체와 사용 범위, 지원 방식 등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통합 논의가 현실화될수록 단순히 결제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문제를 넘어 각각의 제도가 수행해 온 역할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유 의원이 제시한 첫 번째 원칙도 ‘이용자와 상인의 체감 효과’다. 그리고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장점을 살려 단계적으로 통합해 나가는 방향에 찬성한다”며 “도민은 더 편리하게 이용하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상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의 효과를 행정기관의 관리 편의나 시스템 효율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소비자에게는 사용하기 쉬운 상품권이어야 하고 상인에게는 매출과 경영 부담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제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와 이용 방법이 복잡하면 통합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어디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충전하고 결제하는지, 기존 상품권과 새 제도의 차이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상인도 마찬가지다. 결제 과정이 복잡해지거나 정산에 시간이 더 걸리고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면 통합의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 유 의원은 “도민이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상인은 복잡한 절차 없이 결제를 받고 제때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충전·결제·가맹점 안내 체계를 알기 쉽게 정비하고 기존 운영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는 얼마의 비용과 부담이 발생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게 유 의원의 제안이다.
결국 절감되는 비용과 새롭게 발생하는 비용을 면밀히 비교해 상인의 수수료와 정산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쟁점은 전통시장 보호다. 제도의 통합과 사용처 확대가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자칫 기존 전통시장 지원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용 가능한 매장이 크게 확대되면 소비가 다양한 곳으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통시장과 영세 점포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포럼에서도 전통시장 보호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전통시장을 위한 추가 혜택과 지원 재원을 통합 과정에서도 분명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 목적과 지원 기능까지 희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의 영세 점포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원이 일부 규모가 큰 점포에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비슷한 규모와 조건의 영세 점포인데도 위치나 행정구역 등의 차이 때문에 지나치게 다른 대우를 받지는 않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상품권 통합 논의가 단순한 결제수단 개편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이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살리는 데 있다면 통합 이후 실제 소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어느 업종과 어느 규모의 점포가 혜택을 받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상황과 재정 여건에 따라 정책적으로 활용해 왔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운영체계를 통합하더라도 모든 지역에 동일한 지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농복합지역은 상권 구조가 다르다. 전통시장의 비중이나 골목상권의 형태, 소비 이동 패턴도 지역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유 의원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운영체계를 함께 사용하더라도 지역별 지원 대상과 방식까지 획일적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정책 설계에서는 지역의 선택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원 분담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을 누가, 어떤 비율로 부담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통합 이후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유 의원은 “통합이 시군의 재정 부담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시군이 비용 분담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용 지역 확대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상품권 사용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편리할 수 있지만 지역 간 소비 이동을 촉진하면서 특정 지역이나 대형 상권으로 소비가 집중될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지역화폐가 당초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 이후 소비 흐름의 변화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어 통합 시스템이 디지털 중심으로 구축될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와 상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결제와 충전, 가맹점 확인 절차가 재편되면 일부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카드 사용과 대면 충전, 현장 안내 등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합이라는 이유로 기존 이용 방식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디지털 방식만 남는다면 제도 이용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상품권 잔액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환불은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도 통합 전에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시스템 장애에 대한 대응 체계도 중요한 과제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될 경우 결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면 소비자와 상인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상인 입장에서는 결제 후 정산이 늦어지는 문제가 영업과 자금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결제 장애와 정산 지연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고 어떤 절차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사전에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와 거래정보 보호도 빼놓을 수 없다. 시스템이 통합될수록 처리되는 정보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만큼 개인정보와 거래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통합의 경제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통합하면 무조건 비용이 줄어들거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제하기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이 ‘시범운영’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정부와 시군, 전통시장·소상공인 대표, 실제 이용자인 도민이 함께 참여해 제도 운영 과정의 불편과 지원 수요를 확인하고, 지역 여건이 서로 다른 곳에서 우선 운영한 뒤 그 결과를 분석해 확대 여부를 판단하자는 제안이다.
정책 시행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다. 결제 과정의 불편, 가맹점 확인 문제, 정산 지연, 소비지역 변화 등은 실제 운영 과정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제한된 지역에서 먼저 운영해 문제점을 찾고 보완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정책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 이후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상품권 발행 규모나 사용액 같은 외형적인 수치만으로 정책 성공 여부를 평가할 경우 정작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놓칠 수 있다.
유 의원은 평가 기준 자체가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상품권이 얼마나 많이 발행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작은 가게의 매출과 재방문에 도움이 됐는지, 상인의 비용과 정산 부담은 줄었는지, 도민의 이용은 편리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점은 고친 뒤 확대하는 것이 책임 있는 추진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통합 논의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발행액이나 가입자 수 등 행정기관이 관리하기 쉬운 지표를 넘어 실제 골목상권에서 매출 증가와 재방문으로 연결되는지, 상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감소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편의 역시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제도가 통합됐는데도 사용처를 찾기 어렵거나 결제 과정이 복잡하다면 성공적인 통합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또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통합은 행정 시스템 하나를 합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 내 소비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비용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함께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살리되 기존 제도가 담당했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마다 다른 경제 여건과 상권 구조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정책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제도 개편 과정에서 실제 사용자인 도민과 상인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이름이나 시스템은 바뀔 수 있지만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이 추구해 온 핵심 목적은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통합 과정에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도민의 편의와 지역의 자율성을 함께 지켜야 한다”며 “오늘의 논의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통합의 성적표는 시스템 구축 자체가 아니라 골목상권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도민에게는 더 편리한 결제수단이 되고, 영세 상인에게는 매출과 경영에 도움이 되며, 지방정부에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펼칠 여지를 남겨주는 것. 통합 논의가 이 세 가지 목표를 얼마나 균형 있게 담아내느냐가 향후 제도 개편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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