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을 벗어나 시민 생활공간으로 들어온 문화예술
‘청소년 아트챌린지’ 통해 지역 청소년 재능 발굴
박형덕 시장 “문화예술 접점 꾸준히 넓혀가겠다”
[이코노미세계] 공연장이 따로 없었다. 시민들이 평소 오가는 거리가 무대가 됐고, 도시의 일상이 축제로 바뀌었다.
동두천 도심 한복판에서 지역예술인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농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 한편에는 작품이 전시됐고, 시민들은 걸음을 멈춰 공연을 바라보거나 페이스페인팅과 악기 체험에 참여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시민들은 어느새 축제의 관객을 넘어 주인공이 됐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힐링콘서트–2026 동두천 거리예술축제’가 지행우체국에서 송내지구대까지 이어지는 차 없는 거리에서 열렸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축제 현장을 소개하며 “문화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걷는 거리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때 더욱 가까워진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야외 공연을 넘어 ‘도시의 거리도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연장을 찾아가야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문화예술이 직접 찾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예술인과 청소년, 시민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졌다는 점은 이번 행사를 단순한 지역축제와 구별 짓는 대목이다.
지역 문화행사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시민과 예술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좁히느냐다. 공연장과 전시장 등 전문 문화시설은 예술을 집중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민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가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문화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게는 공연장 문턱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거리예술축제는 이 같은 한계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문화예술이 직접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번 행사가 지행우체국에서 송내지구대까지 이어지는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된 것도 이런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가 다니던 공간이 잠시 사람과 문화의 공간으로 변하고, 시민들이 걷고 머무는 장소 곳곳에서 공연과 전시, 체험이 이어졌다.
지역예술인들의 공연과 농악은 거리를 공연장으로 바꿨다. 작품 전시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페인팅과 악기 체험 등 참여형 프로그램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보는 문화’에서 ‘직접 참여하는 문화’로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특히 가족 단위 시민이나 문화행사를 평소 자주 접하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거리축제는 비교적 쉽게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별도의 공연장을 예약하거나 특정한 시간에 입장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거리를 걷다가 자연스럽게 공연을 보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은 반드시 대형 문화시설을 짓거나 규모가 큰 행사를 개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을 어떻게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느냐도 중요하다. 이번 동두천 거리예술축제가 보여준 장면 역시 여기에 있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청소년 아트챌린지’였다. 청소년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끼와 재능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박 시장도 청소년 아트챌린지를 이번 행사에서 가장 반가웠던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경연을 지켜보고 시상하면서 청소년들의 끼와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상 여부보다는 청소년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재능을 시민 앞에서 당당하게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뒀다. 지역축제에서 청소년을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문화 생산자로 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청소년 문화정책은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고 자신들의 재능을 표현할 수 있는 실제 무대를 얼마나 만들어 주느냐가 중요하다.
학교나 학원 안에서 갈고닦은 춤과 음악, 공연 능력을 지역사회 구성원 앞에서 선보이는 경험은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된 거리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전문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경연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공연을 보려고 찾아온 관객뿐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과 가족, 친구들까지 자연스럽게 무대를 바라본다.
청소년에게 거리의 무대는 단순한 경연장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지역사회에 알리는 공간이 된다. 박 시장이 “청소년에게는 꿈을 펼칠 기회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청소년 정책은 교육이나 복지에 집중되기 쉽다. 하지만 문화예술 역시 청소년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표현하고, 시민들의 박수를 받는 경험 자체가 청소년에게는 하나의 성장 과정이 될 수 있다.
지역축제가 청소년들에게 이런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축제는 단순한 소비성 행사를 넘어 지역 인재를 키우는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축제의 또 다른 축은 지역예술인이다. 거리 곳곳에서 지역예술인들의 공연과 농악, 작품 전시가 이어졌다.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와 시민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준비하더라도 시민들에게 보여줄 공간이 없다면 지역예술 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형 공연장이 모든 지역예술인을 수용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거리와 광장, 공원 등 시민 생활공간을 활용한 문화행사는 지역예술인에게 중요한 활동무대가 될 수 있다.
이번 축제는 지역예술인에게 시민과 만나는 무대를 제공하고, 시민에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했다. 이 같은 만남이 쌓이면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
시민이 지역예술인의 공연을 보고 작품을 접하고, 다시 지역 문화행사를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예술이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드는 핵심은 결국 ‘사람’과 ‘공간’이다. 예술인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고, 시민들이 쉽게 예술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박 시장이 “지역예술인에게는 시민과 만나는 무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방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올해 행사가 10회를 맞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지역축제는 한두 차례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더 어렵다.
행사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뒷받침돼야 하고, 해마다 변화하는 문화 수요에 맞게 프로그램을 보완해야 한다. 10회를 이어왔다는 것은 힐링콘서트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문화행사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축제가 지속되면 시민들에게도 기억이 쌓인다. 아이와 함께 찾았던 축제를 몇 년 뒤 다시 방문하고, 무대를 바라보던 청소년이 어느 해에는 직접 공연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 행사의 연속성이 지역의 문화적 경험을 축적하는 셈이다.
다만 지역축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사 횟수를 늘리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참여 폭을 넓히고, 지역예술인의 활동 기회를 확대하며, 청소년과 가족 등 세대별 프로그램을 계속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제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하려면 시민들이 ‘구경하는 행사’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행사’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행사에서 공연과 체험, 전시, 청소년 경연 등이 함께 진행된 것은 그런 측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번 거리예술축제는 도시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질문을 던진다. 평소 도로는 자동차가 이동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일정 시간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 그 공간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사람들이 걷고, 공연을 관람하고, 아이들이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도시는 건물과 도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머물고 만나는 공간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도시의 생활환경을 결정한다.
거리축제는 기존 공간을 활용하면서 시민들에게 평소와 다른 도시의 모습을 경험하게 한다. 매일 지나던 거리가 공연장이 되고, 자동차 소리가 들리던 곳에서 음악이 흐르는 경험은 시민들에게 자신의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도시’라는 말도 결국 이러한 변화에서 출발한다. 문화시설을 찾아가야만 예술을 만나는 도시가 아니라 집을 나서 걷는 거리와 광장에서도 공연과 전시를 접할 수 있는 도시다. 문화정책의 목표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면 일상 공간 속 문화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지역축제는 시민을 위한 문화행사인 동시에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도시를 떠올릴 때 사람들은 산업이나 교통, 관광지만 기억하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 경험한 문화와 거리의 분위기, 사람들의 모습 역시 도시 이미지를 결정한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문화축제는 외부에서 만든 일회성 이벤트와 다른 힘을 갖는다. 지역예술인이 공연하고 청소년이 무대에 오르며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모습 자체가 도시의 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두천이 거리예술축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면 도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사의 규모보다 지역의 특성과 시민 참여를 얼마나 충실하게 담아내느냐다.
모든 도시가 같은 방식의 축제를 개최한다면 지역축제의 차별성은 사라진다. 반대로 지역예술인과 청소년, 시민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지역만의 이야기가 축적된다면 행사의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번 축제 역시 지역예술인과 시민, 청소년이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박형덕 시장은 이번 행사를 소개하며 문화예술의 ‘접점’을 강조했다. 청소년에게는 꿈을 펼칠 기회를, 지역예술인에게는 시민과 만나는 무대를, 시민에게는 일상 속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동두천 문화정책이 풀어가야 할 방향과도 연결된다.
한 번의 대규모 축제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문화를 접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거리예술축제와 같은 행사가 일정한 시기에 열리는 대표 축제 역할을 한다면 평소에는 소규모 공연과 전시, 생활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과 문화예술이 만나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청소년에게도 일회성 경연 참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진다면 지역 문화의 새로운 세대로 성장할 수 있다. 지역예술인 역시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질수록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다.
결국 문화도시의 경쟁력은 거대한 시설 하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어지고 있느냐에서 결정된다. 공연장은 공연장대로 필요하지만 거리와 광장, 공원 같은 생활공간 역시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이번 동두천 거리예술축제는 그 가능성을 도심 한복판에서 보여줬다.
이번 행사 준비에는 한국예총 동두천지회와 지역예술인,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박 시장은 행사를 준비한 한국예총 동두천지회와 지역예술인, 관계자,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번 축제의 의미를 짧은 문장으로 압축했다. “거리에는 예술을, 청소년에게는 무대를, 시민에게는 즐거움을.” 문화정책의 성패는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무대를 얻고, 지역예술인이 시민을 만나며, 시민들이 집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과 전시를 즐길 수 있다면 문화예술은 더 이상 일부 사람만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가 다니던 거리가 하루 동안 공연장이 되고, 평범한 보행자가 관객이 되고, 지역 청소년이 무대의 주인공이 된 동두천의 거리예술축제. 10회를 맞은 축제가 보여준 것은 화려한 무대만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에 문화가 스며들 때 도시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박 시장은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동두천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거리에서 시작된 문화의 경험을 축제 하루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의 일상으로 얼마나 확장해 나가느냐다.
지역예술인이 계속 설 수 있는 무대, 청소년이 꿈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 시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계속 만들어질 때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도시’라는 목표도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동두천의 거리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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