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은 잠시 내려놓고” 시장과 시민 사이 거리 좁혀
SNS 시대 달라지는 단체장 소통, 현장 목소리 시정 반영이 관건
[이코노미세계] 노래는 능숙하지 않았다. 춤은 그보다 더 서툴렀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로 들어가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자리를 떠나는 대신 시민들과 함께 몸을 흔들고 웃었다.
김원기 의정부시장이 시민들과 어울린 가을밤의 모습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며 ‘시민과의 거리’를 강조했다.
김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래는 조금 서툴고, 춤은 더 서툴렀습니다. 그래도 시민들 사이로 들어가 함께 몸을 흔들고 웃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우스워 보이면 어떻습니까.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체면은 잠시 내려놓고, 시민과의 거리는 한 걸음 더 가까이”라고 했다.
짧은 글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장이라는 직책이 갖는 격식보다 시민과 직접 어울리는 것을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 시장은 의정부의 가을밤을 언급하면서 “무대 위 인사에 그치지 않고 시민 곁에서 함께한 시간을 담았다”고 했다. 단순한 행사 참석이 아니라 시민들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흡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 행사장을 찾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각종 축제와 체육행사, 문화행사에는 시장을 비롯한 기관·단체장들이 참석하고 축사와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김 시장이 자신의 SNS에서 강조한 대목은 공식적인 ‘시장 역할’보다는 시민들과 함께한 순간이었다.
특히 “체면은 잠시 내려놓고”라는 표현은 눈길을 끈다. 단체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권위나 격식을 앞세우기보다 시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노래와 춤을 잘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느냐에 의미를 둔 셈이다.
지방행정에서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일은 단순히 물리적인 접촉을 늘리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청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주민들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일방향 행정을 넘어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에서 듣고, 이를 정책과 행정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느냐가 실질적인 소통의 기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지역 축제나 문화행사는 행정과 시민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회의실이나 공식 간담회에서는 시장과 시민이라는 관계가 먼저 드러나지만, 축제 현장에서는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공연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행정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접점이 되는 것이다.
김 시장이 자신의 서툰 노래와 춤을 굳이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보다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앞세우면서 ‘시장도 시민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성숙하면서 단체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도로·교통·도시개발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행정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이 단체장의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주민들과 얼마나 가까이 소통하고 생활 속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행정에 반영하느냐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특히 시민들이 행정 정보를 접하는 통로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시정 소식지나 언론 보도, 공식 브리핑이 주요 전달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SNS를 통해 단체장이 직접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김 시장의 이번 글 역시 이러한 소통 방식의 하나다. 짧은 문장과 현장의 분위기를 앞세워 복잡한 정책 설명 대신 시민들과 함께했던 순간을 전달했다.
“조금 우스워 보이면 어떻습니까. 함께 웃을 수 있다면”이라는 표현은 행정적인 용어와도 거리가 있다. 오히려 시민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가깝다.
이 같은 SNS 소통은 단체장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시민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회성 이미지 홍보에 머물 경우 실질적인 행정 소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만들어진 접점이 실제 행정으로 어떻게 이어지느냐다.
또 도시에서 축제와 문화행사가 갖는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공연을 보고 즐기는 행사를 넘어 주민들이 서로 만나고 도시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구조와 생활권이 빠르게 변하는 도시일수록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과 행사의 중요성은 커진다.
아파트와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생활이 개별화되면서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서로 얼굴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지역 축제와 문화행사는 이런 시민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단체장이 이러한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어울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행정기관의 책임자를 공식적인 회의나 민원 현장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에서 접할 수 있고, 단체장 역시 시민들의 표정과 목소리, 지역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시장이 ‘의정부의 가을밤’과 ‘시민 곁에서 함께한 시간’을 강조한 것도 축제를 단순한 공식 일정이 아닌 시민과 만나는 공간으로 바라봤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 문화행사는 도시의 활력을 높이는 동시에 골목상권과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상점 등 주변 상권으로 소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축제와 문화행사를 단순한 공연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지역상권, 관광, 도시브랜드와 연결하는 전략도 지방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다만 첨부된 김 시장의 글에는 당시 행사의 구체적인 명칭이나 경제적 효과, 방문객 규모 등이 담겨 있지 않아 이를 이번 기사에서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장 행정의 핵심은 단순히 많이 찾아가는 데 있지 않다. 시민을 만나 무엇을 들었는지, 그 목소리가 실제 행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지역 행사장에서 시민과 손을 잡고 사진을 찍거나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지방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교통과 주거, 복지, 교육, 일자리, 지역상권 등 생활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따라서 현장 소통의 가치는 시민과 가까워진 거리만큼 시민의 요구가 정책 결정 과정으로 연결될 때 더욱 커질 수 있다.
김 시장이 강조한 ‘시민과의 거리 한 걸음 더 가까이’라는 표현 역시 앞으로의 시정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가 중요하다.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행보가 행사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원과 정책 현장으로 확대되고, 시민들의 요구가 행정에 반영되는 구조로 이어질 경우 ‘현장형 행정’이라는 의미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현장 방문과 SNS 게시물이 반복되더라도 정책적 후속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소통 행보의 의미가 제한될 수 있다. 결국 ‘가까운 시장’의 다음 단계는 ‘듣는 시장’, 나아가 ‘반영하는 행정’이다.
SNS는 지방행정의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정책 발표부터 행사 현장, 시민과의 만남, 재난·안전 상황까지 단체장이 직접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문의 보도자료보다 짧은 문장과 사진 한 장이 시민들에게 더 빠르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김 시장의 메시지 역시 정책이나 사업을 설명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노래는 서툴고 춤은 더 서툴렀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체면을 내려놓겠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딱딱한 행정 홍보 문법에서 벗어나 시민과 감정적인 접점을 만들려는 소통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SNS 소통이 확대될수록 지방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SNS에서 전달되는 친근한 이미지와 실제 시정 운영 사이에 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오프라인 현장 행정과 연결되고, 현장에서 나온 시민 의견이 다시 정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단체장의 개인 SNS가 단순한 홍보 창구를 넘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시정 현안을 설명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시장이 공개한 의정부의 가을밤은 거창한 정책 발표의 현장은 아니었다. 노래와 춤이 있었고 시민들의 웃음이 있었다. 시장도 그 안에 들어갔다. 그가 남긴 메시지의 핵심은 “체면은 잠시 내려놓고, 시민과의 거리는 한 걸음 더 가까이”라는 문장에 압축돼 있다.
지방자치에서 단체장과 시민 사이의 거리는 행정의 신뢰와도 연결된다. 시민이 시장을 쉽게 만나고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지방정부에 대한 체감도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과 가까이 있다는 이미지만으로 지방행정의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웃는 것과 시민이 겪는 생활 속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자가 소통의 출발점이라면 후자는 행정이 책임져야 할 결과에 해당한다.
때문에 김 시장의 이번 행보 역시 그 자체보다는 앞으로 시민과의 접점을 시정 운영에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축제에서 시민과 함께 춤을 추는 시장, 시장과 시민이 격의 없이 웃을 수 있는 도시. 이런 장면이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다음은 행정의 몫이다. 시민 곁으로 다가간 ‘한 걸음’이 생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한 걸음으로, 다시 시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바꾸는 한 걸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 시장이 말한 “함께 웃을 수 있다면”이라는 짧은 문장이 일회성 가을밤의 기억을 넘어 의정부시의 지속적인 소통 행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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