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 위해 애쓴 상인들에게 감사, 시민 이용 확대 당부
일회성 장보기 넘어 지역상권 회복으로 이어질지 관심
[이코노미세계] 명절 대목의 북적임을 일상의 소비로 이어갈 수 있을까. 추석을 앞두고 구리전통시장을 찾았던 신동화 구리시장이 명절 이후에도 전통시장의 활기와 온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구리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 시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석을 앞두고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함께 구리전통시장을 찾은 사실을 전했다. 시장 곳곳을 돌며 직접 장을 보고 상인과 시민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특히 명절이 끝난 뒤에도 전통시장의 활기와 따뜻한 정이 일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명절 장보기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기 침체와 소비 형태 변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한 전통시장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지역상권으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현장에서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구리전통시장 역시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통시장 고유의 정과 먹거리, 지역성을 지키면서도 소비자들의 달라진 눈높이에 맞춰 편의성과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구리전통시장이 정부의 지역상권 육성사업인 ‘로컬테마상권’에 선정되면서 앞으로 2년은 시장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신 시장이 공개한 글은 길지 않다. 하지만 핵심은 분명하다. 시장에서 직접 물건을 사고 시민과 상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장을 보고 상인과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으며,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구리시에 따르면 실제 행사는 9월 23일 구리전통시장에서 열린 ‘추석 명절맞이 전통시장 장보기의 날’이었다. 행사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신동화 시장, 정지영 구리전통시장상인회장, 이춘본 구리시 경제인연합회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시장 점포에서 농수산물과 명절 먹거리 등을 구매하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행사의 목적 역시 전통시장 이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시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와 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직접 살피는 데 맞춰졌다.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의 흐름을 비교적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정도와 상인들이 느끼는 경기 상황이 맞닿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은 전통시장에 중요한 시기다. 평소보다 소비가 집중되고 농축수산물과 제수용품, 먹거리 등의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시장 체감경기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절 대목에 사람이 몰리는 것만으로 시장 활성화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신 시장이 “명절은 지났지만 전통시장의 활기와 따뜻한 정은 일상에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한 대목도 이런 과제와 맞닿아 있다. 결국 관건은 ‘명절 특수’를 ‘일상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전통시장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의 방문 주기를 늘리는 것이다. 명절이나 특정 행사 때만 시장을 찾는 소비자를 평상시 고객으로 전환하려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접근성, 주차, 위생, 안전, 결제 편의성은 기본이고 시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먹거리와 문화, 이야기까지 갖춰야 한다.
전통시장 정책의 초점이 단순 시설 현대화에서 ‘콘텐츠를 갖춘 상권’으로 이동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구리전통시장에는 이 같은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구리시는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지역상권 육성사업’ 공모에서 구리전통시장이 로컬테마상권 분야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사업 규모도 작지 않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국비 20억원과 시비 20억원을 합쳐 총 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로컬테마상권은 지역의 미식과 문화유산, 체험 활동 등 고유한 자원을 활용해 소비와 체험이 결합된 특화 상권을 만드는 사업이다.
단순히 낡은 시설을 교체하거나 환경을 정비하는 수준을 넘어 ‘왜 이 시장을 찾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구리시는 지역의 역사·문화·관광 자원과 상권을 연결하고 특화상품 개발과 상권 환경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구리전통시장 입장에서는 향후 2년이 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간인 셈이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곧바로 상권 활성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설 개선은 소비자가 시장을 찾게 만드는 기본 조건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지속적인 방문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시장마다 비슷한 조형물과 시설을 만들고 일회성 축제나 이벤트를 반복한다면 지역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리전통시장 로컬테마상권 사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래서 ‘지역성’이다.
구리만의 역사와 문화, 관광 자원을 전통시장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구리시는 수도권 동북부에 위치해 서울과 접근성이 높다. 시장의 고객 범위를 구리 시민에 한정하지 않고 외부 방문객까지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관광객이 지역을 방문해 관광지만 둘러보고 떠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먹고 물건을 사고 머무르게 만든다면 관광 소비가 지역 소상공인 매출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자체가 하나의 목적지가 돼야 한다.
대표 먹거리와 상품, 시장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소비자가 즐길 프로그램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장보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시장의 역할을 넓히는 것이다.
구리시의 지역상권 정책은 구리전통시장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 지역상권 육성사업에서 신토평먹자거리 골목형상점가와 갈매아이&유거리 골목형상점가도 유망 골목상권 분야에 선정됐다.
두 상권에는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구리시는 상권별 여건과 특성에 맞는 콘텐츠 발굴과 공동마케팅, 상인 조직 역량 강화, 환경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각각 독립된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지역경제 생태계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상권마다 소비층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지원보다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구리전통시장이 전통과 먹거리, 관광이 결합된 대표 상권 역할을 맡고 골목형상점가는 생활밀착형 소비와 특화 콘텐츠를 강화하는 식의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여기에 상권 간 공동마케팅과 축제, 지역 브랜드 구축 등이 더해지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소비권으로 연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어 정책을 만드는 것은 행정이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결국 상인과 소비자다.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서 상인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외부에서 만든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시장에 적용하기보다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이 사업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야 사업 종료 이후에도 성과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자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시민이 전통시장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편이 무엇인지,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지, 젊은 세대가 시장을 찾지 않는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신 시장이 이번 시장 방문에서 상인과 시민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현장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정책이 실제 현장의 요구와 얼마나 맞닿아 있느냐는 전통시장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시장 방문과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가 실제 사업과 예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앞으로 살펴볼 대목이다.
소비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시장의 경쟁 상대는 인근 대형마트에 그치지 않는다. 모바일 쇼핑과 새벽배송, 온라인 플랫폼 등 소비자의 구매 선택지가 크게 넓어졌다.
전통시장이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 유통업체와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다. 대신 온라인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과 공간, 지역 특유의 먹거리와 이야기를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온라인 홍보와 시장 정보 제공, 지역 브랜드 구축 등 디지털 전략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은 2026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대상으로 상권 축제와 캐릭터 활용 마케팅, 홍보관 운영, 상권 환경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리전통시장 제2공영주차장에는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홍보관도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개별 사업들이 로컬테마상권 사업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
각각의 사업을 따로 추진하는 것보다 시장의 브랜드와 대표 콘텐츠를 중심으로 홍보·축제·상품·관광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야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방문객 숫자 자체가 아니다. 시장을 찾은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실제 소비로 연결되며, 다시 시장을 방문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안에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해야 한다. 장을 보고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관광·문화시설을 함께 둘러보거나 시장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
특히 구리전통시장이 로컬테마상권으로 자리 잡으려면 ‘구리전통시장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의 수많은 전통시장 가운데 구리전통시장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40억원 규모 사업의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 상품 개발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브랜드 전략도 필요하다. 상점별 간판과 상품 포장, 온라인 홍보, 축제와 행사까지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면 시장 자체를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발전시킬 수 있다.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 방문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시장과 지역경제의 관점에서는 명절이 끝난 뒤가 더 중요하다.
명절 때 반짝 늘어난 방문객을 평상시 고객으로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지, 지원사업이 종료된 뒤에도 상인 스스로 상권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가 실질적인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구리전통시장에는 올해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다. 로컬테마상권 선정으로 2년간 40억원 규모의 사업이 예정돼 있고, 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과 상인회를 중심으로 상권 경쟁력을 강화할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반면 과제도 분명하다. 재정 투입이 일회성 행사와 시설 개선에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상인들의 실질적인 매출 증가와 방문객 확대, 재방문율 향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 과정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지표도 필요하다. 방문객 수와 매출 변화, 빈 점포 변화, 신규 창업과 폐업, 외부 방문객 비중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일상에서 시장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신 시장은 명절이 지난 뒤에도 전통시장의 활기와 따뜻한 정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구리전통시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명절에만 붐비는 시장이 아니라 평일에도 시민이 찾는 시장, 장을 보는 공간을 넘어 먹고 즐기며 머무는 시장, 외부 방문객까지 찾아오는 지역의 대표 상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리전통시장은 이제 ‘전통을 지키는 시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의 미래 소비를 만들어내는 시장’으로 변화할 시험대에 올랐다.
추석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은 현장 행보가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상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권 정책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향후 2년간 투입될 로컬테마상권 사업이 구리전통시장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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