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우선순위·보완 사항까지 의견 제시, 시민 참여형 책임행정 강화
[이코노미세계] 선거 때 내건 공약은 당선과 함께 ‘정책’이 되고, 취임 이후에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 초반 공약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특히 대규모 개발과 교통망 확충, 복지·교육·문화사업처럼 상당한 재정과 시간이 필요한 사업은 처음 세운 계획만큼이나 추진 과정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조정하느냐가 중요하다.
민선 9기 출범 3개월을 맞은 구리시가 이 과정에 시민을 직접 참여시키는 공약 관리에 나섰다.
신동화 구리시장은 시민과의 약속을 시민과 함께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민선 9기 공약사업 시민평가단’을 출범시켰다. 행정 내부에서 공약 추진 실적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직접 사업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변경·조정 과정에도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시민평가단 위촉과 관련해 “공약은 발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진 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시민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평가단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시민에게 한 약속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점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구리시는 9월 29일 시청 상황실에서 민선 9기 공약사업 시민평가단 위촉식을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평가단은 앞으로 공약사업 추진 상황과 이행 과정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공약의 변경·조정 사항을 심의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완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한다.
단순히 공약 이행률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의 방향과 현실성까지 시민의 시각에서 들여다보는 구조인 셈이다.
신동화 시장의 민선 9기 시정은 지난 7월 출범했다. 신 시장은 취임 당시 “시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믿음은 영광이 아니라 반드시 갚아야 할 엄중한 약속”이라며 현장 중심의 시정을 강조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시민과 나눈 약속을 말이 아닌 행동과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구리시는 공약을 구체적인 정책 사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8월 6일 열린 ‘민선 9기 공약사업 보고회’에서는 시정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공약사업의 실천 계획과 추진 전략, 재원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됐다.
구리시는 이 과정을 거쳐 ▲미래를 여는 성장도시 ▲사통팔달 교통도시 ▲변화를 만드는 혁신도시 ▲일상과 삶이 빛나는 행복도시 등 4대 시정방침 아래 10대 분야 100대 공약사업을 확정했다.
취임 당시 제시했던 정치적 약속을 행정의 실행계획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공약을 확정하는 것과 실제로 완성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업마다 예산과 행정 절차가 필요하고 중앙정부와 경기도,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업도 적지 않다. 특히 철도와 도시개발 등 대형 사업은 지방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민선 9기 구리시정의 성패는 ‘100대 공약을 발표했느냐’보다 각 사업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추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시민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시민평가단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리시는 지난 8월부터 시민평가단 구성 작업을 시작했다. 공약사업 추진 과정을 시민 눈높이에서 점검·평가하기 위해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시민평가단을 공개 모집했다. 신청자의 성별과 연령, 거주지역 등을 고려한 뒤 추첨을 통해 평가단을 선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공약 관리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시민평가단의 권한과 역할도 비교적 구체적이다. 공약 사항과 추진계획을 검토하고 사업별 추진 상황과 이행 실적을 점검·평가한다. 여기에 공약의 변경·조정 사항을 심의하고 정책의 보완·개선 사항까지 제안한다.
이는 공약사업 관리에서 의미 있는 대목이다. 행정 환경은 임기 4년 동안 계속 변한다. 세수와 재정 여건이 달라질 수 있고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가 바뀔 수도 있다.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 현안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모든 공약을 선거 당시 계획 그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그때부터다. 어떤 사업을 먼저 추진할 것인지, 어떤 사업의 규모를 조정할 것인지, 어떤 사업은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지를 행정기관 내부에서만 판단할 경우 시민과의 약속을 임의로 변경한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변경이 필요한 이유와 재정 상황, 사업 여건을 시민에게 설명하고 시민이 직접 평가와 심의 과정에 참여한다면 공약 조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시민평가단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공약 이행 감시자’와 ‘정책 조정 참여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동화 시장도 시민평가단에 적극적인 평가와 의견 개진을 주문했다. 신 시장은 위촉식에서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부터 실천과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시민과의 약속이라는 취지로 평가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잘 추진되는 사업에는 격려를 보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의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평가단을 단순한 행정 보조기구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시민과의 약속, 시민과 함께 점검하겠다”며 시민평가단의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듣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민평가단이 마주할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재정과 사업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시장도 위촉식에서 재정 여건이 어려울수록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기존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살피면서 시정 운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는 향후 공약 평가 과정이 단순한 ‘완료·미완료’ 판단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정된 예산에서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과 장기 성장 기반을 만드는 사업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구리시의 민선 9기 주요 현안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구리 이전, 토평2지구 미래산업 자족도시 조성,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과 의료·생활 기반 조성, GTX-B 갈매역 정차, 지하철 6호선 구리 연장 및 교문사거리역 신설, 구리교육지원청 신설, 동구릉 역사문화관광특구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지난 9월 당정 정책협의회에서도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지원·협력이 필요한 공약 17건과 현안사업 5건 등 22건을 논의했다.
상당수 사업이 구리시 자체 행정만으로 완결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중앙정부 및 경기도와의 협의, 외부 재원 확보, 관계기관과의 조율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 시민평가단 역시 이런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면서 공약의 추진 정도를 판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약은 선거 당시의 지역 상황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만 행정환경은 빠르게 달라진다. 신 시장이 시민평가단 위촉식에서 인공지능(AI), 기후·에너지, 문화·예술, 도시개발 등 변화하는 환경을 언급하며 구리시가 어떤 분야에 우선 투자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공약 관리가 과거에 만들어진 계획표를 그대로 따라가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구리시의 규모와 재정 여건, 도시 특성을 고려해 필요한 분야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당초 계획보다 정책 효과가 떨어진 사업은 보완할 필요도 있다.
시민평가단의 역할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중요해진다. 행정은 사업 추진의 전문성과 법적·재정적 조건을 설명하고 시민은 실제 생활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 효과를 전달하는 방식의 상호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리시가 검토하는 시민평가단 운영 방식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현장 참여다. 신 시장은 평가단이 관심 분야의 ‘현장 로드체킹’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류상 사업 진척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공약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자는 취지다.
이는 신 시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현장 행정과도 연결된다. 신 시장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정수장과 하수처리시설, 폐기물 적환장, 보건소, 도서관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현업 부서를 방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민평가단의 현장 점검이 정례화될 경우 공약 평가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행정기관이 제출한 자료와 숫자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현장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문제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 참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평가 결과와 정책 수정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평가단 출범 자체가 공약 이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운영 방식이다. 평가단에 충분한 사업 정보가 제공되는지, 사업별 예산과 추진 일정, 지연 원인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시민평가단의 지적과 개선 요구가 실제 행정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약 변경이나 조정 과정은 시민평가단의 실질적인 역할을 판단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공약 변경은 때로 불가피하다. 재정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고 중앙정부 정책 변화나 관계기관 협의 지연 등 지방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변경 자체보다 ‘왜 변경했는가’를 시민에게 설명하고 그 판단 과정과 근거를 공개하는 것이다. 시민평가단이 이러한 과정에서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시가 이를 공개적으로 검토한다면 공약 관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이미 결정된 행정계획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친다면 시민평가단이라는 제도의 취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신동화 시장은 민선 9기 출범 때부터 시민 참여와 현장 행정을 시정 운영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해 왔다. 취임식에서는 시민의 믿음을 반드시 갚아야 할 약속이라고 했고,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소통과 통합, 현장 중심 행정을 강조했다. 구리시 열린시장실 역시 ‘시민과의 약속’을 별도 영역으로 두고 민선 9기 시정 비전과 공약을 공개하고 있다.
이제 그 약속은 평가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공약 확정과 실행계획 수립이 첫 단계였다면 시민평가단 출범은 시민이 그 실행 과정을 들여다보는 두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평가단장으로 선출된 조병철 단장도 위촉식에서 단장직을 혼자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단원들과 소통하며 앞장서는 자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평가단이 민선 9기 시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리시는 앞으로 시민평가단이 제시한 의견을 공약사업 추진 과정에 반영하고 공약 이행 과정과 추진 상황도 지속적으로 시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결국 시민평가단의 성패는 ‘얼마나 자주 회의를 열었는가’보다 시민 의견이 정책을 얼마나 바꿨는가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공약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지키지 못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공약에 대해서도 이유와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책임 행정의 또 다른 조건이기 때문이다.
신 시장이 밝힌 것처럼 공약은 발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에게 약속하고, 행정이 실행하고, 시민이 다시 확인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정책이 완성된다.
민선 9기 구리시가 확정한 100대 공약이 앞으로 시민의 평가를 거치면서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 성과로 이어질지, 그리고 시민평가단이 행정의 ‘참관자’를 넘어 실질적인 공약 검증기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구리시정의 주요 관전 지점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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