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사상가인 조소앙 선생이 꿈꿨던 ‘균등한 사회’가 68년의 세월을 건너 경기 양주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하나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덕영 양주시장은 조소앙 선생 68주기 기념식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선생이 평생 실천하고자 했던 ‘삼균주의(三均主義)’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양주시정의 가치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시장이 강조한 핵심은 단순하다. 시민이 어느 지역에 사느냐, 어떤 세대와 계층에 속하느냐에 따라 교육과 교통, 문화와 복지의 기회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민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누리고, 어디에 살든 차별 없이 좋은 교육과 교통, 문화와 복지의 혜택을 누리며, 청년과 아이들, 어르신과 소상공인, 노동자와 기업인이 함께 성장하는 양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지역이나 일부 계층만 발전하는 양주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함께 잘사는 양주, 시민 한 분 한 분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 양주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 시장이 조소앙의 삼균주의를 꺼내 든 것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추모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메시지는 ‘균등’이라는 독립운동기의 정치철학을 오늘날 지방행정의 언어로 어떻게 해석하고 실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조소앙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사상과 실천을 함께 추구했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조소앙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했으며 김구 등과 한국독립당을 창당했다. 특히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핵심으로 하는 삼균주의를 제창했고, 이 사상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강·정책을 구성하는 중요한 사상적 토대가 됐다.
그가 바라본 독립은 국권을 되찾는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독립된 나라에서 국민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국가가 어떤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치적 권리를 고르게 보장하고, 경제적 기회의 불균형을 줄이며,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나라를 되찾는 독립’과 함께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제시한 셈이다.
1934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회의에서는 삼균주의를 국시로 한 건국강령이 채택됐다. 조소앙은 이후에도 삼균주의를 자신의 핵심 정치철학으로 발전시켰다. 광복 이후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서울 성북구에 출마해 전국 최고 득표로 당선됐으며, 한국전쟁 중 납북됐다. 정부는 1989년 그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조소앙의 사상이 2026년 지방행정 현장에서 다시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대와 행정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기회의 균등’이라는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덕영 시장은 조소앙 선생의 정신 가운데 특히 ‘균등’의 가치에 주목했다. “조소앙 선생께서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고, 해방 이후에는 모든 국민이 정치·경제·교육에서 고르게 권리를 누리는 균등한 사회를 꿈꾸셨다”며 “그 정신이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양주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삼균주의를 역사 속 사상으로만 기념하지 않고 현재 양주시가 직면한 도시 발전의 문제와 연결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정 시장은 교육과 교통, 문화와 복지를 직접 언급했다. 시민이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이러한 생활 기반을 고르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행정에는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과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딘 지역 사이의 생활환경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지, 새로운 인구와 기존 주민이 함께 도시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어떻게 정책을 설계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정 시장의 ‘삼균주의 시정’ 발언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균형 발전을 단순히 도로나 건물을 고르게 배치하는 공간 정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교통·문화·복지 등 시민의 일상생활과 연결된 기회를 확대하는 문제로 접근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 시장의 메시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어디에 살든 차별 없이”라는 표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균형 발전은 흔히 지역 간 사회기반시설 격차 해소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정 시장은 여기에 교육과 문화, 복지 등을 함께 묶었다.
이는 균형 발전의 기준을 ‘시설의 분배’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기회’로 넓히겠다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로 하나를 건설하는 것과 시민이 실제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과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쉽게 누리는 것도 다르다.
복지제도를 만드는 것과 필요한 시민이 실제 혜택을 받는 것 역시 차이가 있다. 결국 삼균주의를 지방행정에 적용한다면 중요한 것은 정책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될 수밖에 없다. 정 시장 역시 “시민 한 분 한 분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 양주”를 강조했다. 행정의 목표를 도시 외형의 성장만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삶의 변화에 두겠다는 것이다.
정 시장은 정책 대상에서도 특정 세대나 계층에 한정하지 않았다. 청년과 아이들, 어르신, 소상공인, 노동자, 기업인을 차례로 언급하며 “함께 성장하는 양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경제의 균등’이라는 삼균주의의 문제의식을 오늘날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역경제가 성장해도 그 성과가 일부 산업이나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성장과는 거리가 생길 수 있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의 매출, 청년의 취업 기회,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 서로 연결될 때 지역경제의 성장이 시민의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 시장이 내세운 ‘함께 성장하는 양주’가 실제 시정에서 구현되려면 경제 성장과 생활 안정이라는 두 축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지역의 일자리와 연결하고, 소상공인이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면서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돌봄·교육·생활 기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결국 도시 성장의 결과가 특정 집단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 전체의 삶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역사적 철학을 지방행정의 가치로 제시하는 것과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정 시장이 “삼균주의의 정신을 양주시정의 가치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는 그 가치가 구체적인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중요하다.
‘공정한 기회’가 무엇인지, 지역별 생활환경 격차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교육·교통·문화·복지 분야에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인지 등을 정책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을 공급자의 시각이 아닌 시민의 생활권을 기준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양주시민이라도 거주지역과 연령, 직업, 소득 수준 등에 따라 행정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다를 수 있다.
청년에게는 일자리와 주거, 교통이 중요한 문제일 수 있고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교육과 돌봄이 우선일 수 있다. 어르신에게는 의료·복지와 이동권이 중요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상권 활성화와 경영 안정이 절실할 수 있다.
기업에는 투자환경과 인력 확보가 중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균등’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정책을 제공한다는 의미보다는 시민이 처한 여건에 관계없이 필요한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행정의 기반을 만드는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 시장은 자신이 그리고 있는 도시를 세 문장으로 압축했다. “시민이 주인인 양주,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양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양주.” 그리고 이를 자신이 시장으로서 실천할 ‘양주의 대전환’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시민이 주인’이라는 표현은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와 맞닿아 있다. 지방행정의 최종 목적은 행정기관 자체의 성장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얼마나 폭넓게 듣는지, 예산이 시민에게 필요한 곳에 투입되는지, 행정서비스가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불균형하게 제공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조소앙이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고민했다면, 오늘날 지방정부에는 이를 지역 단위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정 시장의 이번 메시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역사와 현재를 연결한다.
조소앙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68년. 그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대한민국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하지만 지역과 계층, 세대에 따른 기회의 차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일수록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 개발과 투자가 도시의 외형을 바꾼다면 교육과 교통, 문화, 복지, 일자리는 시민의 삶을 바꾼다.
정덕영 시장이 조소앙 68주기 기념식에서 삼균주의를 다시 꺼낸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조소앙 선생께서 꿈꾸셨던 모두가 존엄한 나라의 뜻을 오늘의 양주에서 실현한다는 각오로 시민 여러분과 함께 뛰겠다”고 밝혔다. 이어 “삼균의 정신으로 시민 모두가 행복한 양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관심은 선언 이후에 쏠린다.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강조했던 20세기 독립운동가의 철학이 21세기 지방도시의 행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것인가. 교육과 교통, 문화와 복지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청년과 아이, 어르신과 소상공인, 노동자와 기업인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관건이다.
조소앙이 남긴 ‘균등’이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서 양주시가 내놓아야 할 답은 결국 시민의 삶이다. 정 시장이 제시한 ‘삼균의 정신’이 구호를 넘어 정책과 예산, 행정의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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