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한국전력공사,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맞손
R&D·소부장단지 기업 유치 앞서 기반시설 선제 대응
이천변전소 옥내화 추진, 산업도시 경쟁력 강화
[이코노미세계] 경기 이천시가 반도체 산업도시로의 도약을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도시의 산업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장을 돌리고 연구시설을 운영할 충분한 전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대규모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전력 공급 능력이 기업의 투자지역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이천시가 한국전력공사와 손잡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성수석 이천시장은 한국전력공사와 이천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필요한 전력설비의 적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한국전력공사는 이천변전소 옥내화를 2030년 착수를 목표로 추진하고, 이천지역에서 진행하는 건설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한편 지역사회와의 소통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천시는 전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인허가에 협조하고 시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행정적 여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전력시설 하나를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이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단지 등 미래 산업정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기는 시민들에게는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기반시설이다.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지고 각종 전자제품이 작동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 평상시에는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업 현장은 다르다. 성 시장은 “솔직히 전기는 평소에 잘 의식하지 않게 된다.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시장으로 일하며 도시가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당연한 것’부터 단단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성 시장이 주목한 것은 기업들의 시각이다. 이천시는 반도체 R&D단지와 소부장단지에 기업을 유치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부지나 교통망 등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
성 시장은 “기업이 이천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묻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기는 충분한가’”라고 강조했다. 짧은 질문이지만 이천시의 미래 산업정책이 안고 있는 핵심 과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역시 단순한 투자유치 활동을 넘어 기업이 실제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갖추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천시와 한전의 이번 협약은 이런 측면에서 ‘기업 유치 이전에 산업 기반부터 준비한다’는 정책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다. 이천 역시 반도체 산업과 밀접하게 성장해온 도시다. 이천시가 앞으로 반도체 R&D와 소부장 분야의 산업 생태계를 더욱 확대하려 한다면 기업이 안정적으로 생산과 연구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도로와 용수, 교통, 주거환경이 산업도시의 기본 조건이라면 전력은 공장과 연구시설을 실제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 기반이다. 전력 공급 문제가 기업의 투자 시기와 맞물리지 못할 경우 좋은 산업용지와 지원정책을 갖추더라도 투자유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업무협약의 핵심은 현재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데만 있지 않다. 앞으로 이천의 산업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해 필요한 전력설비를 제때 구축할 수 있도록 이천시와 한전이 협력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산업정책에서 ‘선제적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이 들어온 뒤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 투자 수요를 예상하고 필요한 기반을 먼저 준비해야 기업의 투자 결정 과정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성 시장이 전력을 도시 성장의 기본 조건으로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약에서 눈에 띄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이천변전소 옥내화다. 한전은 이천변전소 옥내화를 2030년 착수를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
변전소는 전력 공급에 필요한 핵심 기반시설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시설 입지와 주변 환경 등을 둘러싸고 주민과의 소통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시설이기도 하다.
이번 협약에 한전의 건설사업 수행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포함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력 인프라 확충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얻는 일 역시 중요하다.
특히 도시가 성장하면서 주거지역과 산업시설, 각종 기반시설이 서로 가까워지는 상황에서는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사업의 속도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이천시는 전력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과정에 협조하면서 시민들과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필요한 전력시설을 구축하고, 이천시는 행정 절차와 지역사회 소통을 뒷받침하는 협력구조다.
전력망이라는 국가 기반시설과 지역 산업정책을 연결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공기업이 역할을 분담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협약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함편 지방자치단체들의 기업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 지자체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단순한 부지 공급만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 지역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전력 인프라는 바로 이 질문과 연결된다.
이천시가 반도체 R&D단지와 소부장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유치를 추진하면서 전력 공급 문제를 함께 다루는 것은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을 ‘기업을 데려오는 것’에서 ‘기업이 실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넓히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 유치 성과는 투자협약 체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투자가 실제 공장이나 연구시설 건설로 이어지고, 고용이 발생하며, 관련 기업이 추가로 들어오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커진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뿐 아니라 교통과 용수, 주거, 교육, 정주환경 등 여러 기반시설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협약은 그 가운데 전력 분야의 기반을 선제적으로 다지는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협약 내용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업무협약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개발 일정과 전력설비 구축 일정이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
특히 이천시가 추진하는 반도체 R&D단지와 소부장단지에 기업 투자가 확대될 경우 향후 필요한 전력 수요를 면밀히 살피고 이에 맞춰 기반시설 구축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천시와 한전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산업단지 개발과 기업 입주가 빨라졌는데 전력설비 구축이 뒤따르지 못하거나, 반대로 수요 전망과 기반시설 계획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 사업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협약은 협약 체결 자체보다 앞으로 양 기관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산업 수요와 전력 공급계획을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력시설은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이지만 시설 설치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생활환경과 도시경관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한전이 이번 협약을 통해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로 한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가 중요하다. 이천시 역시 행정기관으로서 사업 추진과 주민 수용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번 협약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변화는 지방정부 산업정책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지방정부의 기업 유치는 산업용지를 마련하고 세제나 행정적 지원책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가 커지고 기업이 요구하는 기반시설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이제는 전력과 교통, 용수, 인재 확보, 정주환경까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이 투자유치를 좌우하게 됐다.
특히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지역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산업정책과 분리될 수 없는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천시와 한전의 협약은 ‘전력정책’인 동시에 ‘기업유치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기반시설을 미리 파악하고 공기업과 지방정부가 협력해 이를 준비하는 것은 향후 이천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할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시장이 이번 협약을 설명하면서 강조한 것은 화려한 개발사업보다 도시를 움직이는 기본 인프라였다. 시민들에게는 너무 익숙해 존재를 잊기 쉬운 전력이지만 기업과 산업의 관점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투자와 생산활동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천시가 추진하는 반도체 R&D단지와 소부장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려면 기업들이 실제 이천을 투자지역으로 검토할 때 제기하는 질문에 지방정부가 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전기는 충분한가.” 성 시장이 전한 기업들의 이 질문은 향후 이천시 산업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기업 유치를 위한 계획과 홍보를 넘어 전력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을 실제 갖추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천시와 한국전력공사의 이번 협약은 그 첫 단추에 해당한다. 한전은 이천변전소 옥내화를 2030년 착수를 목표로 추진하고 지역 내 건설사업과 주민 소통에 협력한다. 이천시는 관련 인허가를 지원하고 시민들과 원활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적 기반을 마련한다.
결국 도시의 산업 경쟁력은 눈에 보이는 공장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고 생산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도시 곳곳에 구축된 기반시설이 산업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
반도체 R&D와 소부장 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이천시가 이번에는 산업의 ‘혈관’과 같은 전력망에 주목했다. 기업을 불러들이기 전에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 이천시와 한국전력공사의 이번 협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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