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할 행정사무와 주민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 기반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설계하고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구조 속에서 지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지방자치의 핵심인 재정적 자율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복지와 돌봄, 주거, 교통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누적될 경우 지역별 행정서비스의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방재정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지방재정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 증가와 지방교부세 감소를 지목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서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재원은 늘어나는데, 이를 보완해야 할 지방교부세마저 줄어들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세수 증가분이 미래대응기금 등에 활용되는 반면 지방교부세 확대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재정구조가 지속된다면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기초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박 시장의 판단이다.
박 시장은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권한의 이양뿐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재정권한의 이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정부에 책임만 부여하고 재정적 수단은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현재의 구조로는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및 재정 배분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정책적 제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광명시는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국회에서 실질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재정분권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광명시와 자치분권연구소가 함께 마련했으며, 나라살림연구소의 기조강연을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방재정의 현주소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토론회의 핵심 의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불균형을 어떻게 개선하고 지방정부가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지방정부는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각종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일선 기관이다. 또 출산과 보육, 노인 돌봄, 장애인 복지, 주거 지원, 대중교통, 지역경제 활성화 등 주민이 체감하는 정책 상당수가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과 재정 여건에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출이 늘어나면 지방정부는 자체 사업에 투입할 예산을 줄이거나 신규 사업 추진을 늦출 수밖에 없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방정부일수록 이러한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광명시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러한 재정구조의 불균형이다. 박 시장은 지방정부가 시민의 삶과 직결된 수많은 정책을 책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토대는 여전히 위태롭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지방정부가 재정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필수적인 민생사업조차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지방재정 문제를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 운영체계의 구조적 과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 집행을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현재의 체계를 유지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합리적으로 배분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다.
지방재정 문제의 핵심에는 국고보조사업의 재원 분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가 국가적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고, 지방정부가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제도는 국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전국에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고보조율이 충분하지 않거나 사업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원도 함께 늘어난다. 가령 총사업비 100억 원인 사업에서 중앙정부가 50억 원을 지원하고 지방정부가 나머지 50억 원을 부담한다면 지방정부는 자체 재원에서 상당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중앙정부의 지원 비율이 낮아지거나 사업 규모가 커지면 지방정부의 부담은 더욱 확대된다.
특히 복지사업처럼 법률이나 국가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사업은 지방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임의로 축소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예산이 증가하면서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춰 추진하는 자체 사업의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박 시장이 국고보조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 다만 국고보조사업은 사업의 성격과 관련 법령에 따라 지원 비율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일률적인 지원 비율 확대뿐 아니라 국가 책임사업과 지방 자율사업을 구분해 재원 분담 기준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전국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사업이라면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반면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사업은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함께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국고보조사업의 재원 분담체계를 개선하는 문제는 단순히 국비 지원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어떤 정책을 책임지고, 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어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 증가와 함께 지방재정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지방교부세 문제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 간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고 기본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원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자체 세입 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에 지방교부세는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중요한 재원이 된다.
그러나 지방교부세가 감소하면 지방정부는 기존 사업의 규모를 조정하거나 새로운 정책의 시행 시기를 늦추는 등의 재정 운용상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주민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의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기반시설 확충 등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방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공공사업을 축소하면 관련 분야의 지역경제 활동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재정의 안정성은 단순히 지방정부 내부의 예산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되는 과제다.
박 시장은 지방교부세의 현실적인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정부의 행정 책임과 지출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지방교부세를 비롯한 재정조정제도 역시 변화된 현실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지방교부세 확대 논의에서는 중앙정부의 재정 여건과 지방정부 간 재정력 격차, 재원 배분의 형평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세입 확충이 다른 지역의 재정 불균형을 심화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결국 지방교부세 제도 개편은 지방정부 전체의 재정 기반을 강화하면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박 시장이 제기한 지방재정 문제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이 자신들의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지역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권뿐 아니라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재정적 수단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행정 책임이 확대되는 속도에 비해 재정적 자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이러한 문제를 두고 사무는 지방으로 넘어왔지만 재원은 중앙에 묶여 있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정부가 주민 수요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재원 조달과 배분에서 중앙정부의 결정에 크게 의존한다면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자율적으로 설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 인구구조와 산업 기반, 주거환경, 교통 여건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인 재정지원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행정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인구 증가 지역은 학교와 교통, 주거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
반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은 돌봄과 보건, 생활복지 관련 재정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산업기반 조성에 대한 재정 투자가 중요해질 수 있다. 이처럼 지역마다 필요한 정책과 재정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재정 운용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광명시가 제안한 재정분권은 이러한 지역별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자는 요구로 해석된다. 중앙정부가 모든 재정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전해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국가 전체의 재정 건전성과 지역별 자율성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재정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광명시는 국고보조율과 지방교부세 개선뿐 아니라 지방소비세 등 지방정부의 세입 확충을 위한 구조적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면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고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방소비세는 지방재정 확충과 재정분권을 위한 주요 제도적 수단 가운데 하나다. 지방소비세의 배분구조와 세입 확충 방식을 개선하면 지방정부의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세 확충만으로 모든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경제활동 규모와 세원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세입 기반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에서는 지방세 수입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소비세 확충과 함께 지역 간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는 재정조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도 뒤따른다. 재정분권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국 어디에서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원 배분 원칙, 지방세 구조, 지방교부세 제도, 국고보조사업 운영방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명시가 제기한 재정분권 논의는 이러한 여러 제도를 개별적으로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재정 운영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아울러 박승원 시장이 제기한 지방재정 위기는 단순히 지방정부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지방정부의 행정 책임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이에 상응하는 재정적 권한과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발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배분구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지방정부 스스로도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주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번 광명시의 국회 토론회는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토론회 개최만으로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중앙정부와 국회가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재정분권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국고보조사업의 재원 분담 개선과 지방교부세 확대, 지방세입 확충을 둘러싼 논의가 실제 정책과 입법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지방정부 간 연대 역시 중요하다. 재정 여건과 행정 수요가 서로 다른 지방정부들이 공통의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중앙정부와 합리적인 협의체계를 구축해야 재정분권 논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박 시장이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수적이다.
광명시에서 시작된 이번 재정분권 논의가 중앙과 지방의 재정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승원 시장이 던진 지방재정 개혁의 화두는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형식적 권한 이양을 넘어 실질적인 자치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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