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광명의 철길, 시민과 함께 반드시 열겠습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신천~하안~신림선 신설을 향한 시민들의 움직임에 다시 힘을 실었다. 단순히 새로운 철도 하나를 놓아 달라는 요구를 넘어 광명의 미래 교통체계를 결정할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민 결집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박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시민들이 신천~하안~신림선 신설 촉구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편리한 출퇴근길 확보는 교통복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서명이 현실이 된다”며 “시민의 힘으로 철도를 현실로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박 시장이 사용한 표현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이제는 ‘희망’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신천~하안~신림선이 오랫동안 지역의 교통 현안으로 논의돼 온 만큼 이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국가계획 반영과 사업 추진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민들의 움직임도 당초 목표를 넘어섰다. 광명시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범시민 서명운동에는 1만5336명이 참여했다. 당초 목표였던 1만명을 50% 이상 웃돈 규모다. 시민들은 온라인 링크를 공유했고, 각 동 행정복지센터와 지역 행사장에서도 서명이 이어졌다. 광명시의회도 별도로 서명운동을 진행해 시민 서명부를 시에 전달했다.
신천~하안~신림선은 시흥 신천역에서 출발해 광명시흥 3기 신도시와 광명 하안동을 지나 서울 금천구 독산과 관악구 신림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구상이다. 최근 공개된 사업 구상 기준 노선 길이는 약 16.4㎞다. 노선 이름만 보면 지역 철도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수도권 서남부의 도시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핵심은 광명시흥 3기 신도시다. 광명과 시흥 일대에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등 산업·업무시설 조성도 이어지고 있다. 주택과 기업, 일자리가 함께 늘어나는 도시개발이 진행될 경우 필연적으로 통행량도 증가한다.
광명시는 이러한 대규모 개발에 따른 교통수요를 기존 도로와 교통수단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신천~하안~신림선을 새로운 교통수요를 분산·수용할 핵심 철도망 가운데 하나로 보는 이유다.
철도의 의미는 단순한 이동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광명 하안권과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서울 서남권으로 직접 연결되는 철도축이 만들어질 경우 생활권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독산과 신림을 연결함으로써 서울의 기존 철도망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명·시흥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 시장이 이를 ‘교통복지’의 문제로 규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철도망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승용차와 버스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규모 도시개발과 철도 인프라 구축 시점을 얼마나 조화시키느냐가 향후 광명시흥권 교통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천~하안~신림선 논의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광명·시흥과 서울 금천·관악 등 관련 지역은 이전부터 수도권 서남부와 서울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을 추진해 왔다.
2023년 11월 열린 사전타당성 검토용역 최종보고회에서는 시흥 신천역에서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광명 하안동, 서울 독산동을 거쳐 신림동으로 연결하는 노선이 제시됐다. 당시 검토 결과 비용편익비(B/C)가 1을 넘어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발표됐다. 다만 당시 제시된 노선은 향후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이후 사업은 한 단계 더 진전했다. 2024년 경기도가 발표한 ‘경기도 철도기본계획(2026~2035)’에 신천~하안~신림선이 포함됐다. 당시 경기도 철도기본계획에는 42개 노선, 총연장 645㎞ 규모의 철도사업 구상이 담겼으며 신천~하안~신림선도 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경기도 계획에 들어갔다고 해서 곧바로 착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광명시가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이다. 국가 차원의 철도망 계획에 포함돼 사업 추진의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박 시장은 지난 3월 임병택 시흥시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유성훈 금천구청장 등 노선 관련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신천~하안~신림선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과 조기 추진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7월에도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만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과 사업 추진을 다시 요청했다. 결국 이번 범시민 서명운동은 그동안 지자체 중심으로 진행돼 온 철도 유치 활동을 시민 참여 방식으로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움직임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대목은 사업 추진 방식이다. 광명시와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만이 아니다. 신천~하안~신림선을 국가철도망에 반영해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과 함께 해당 노선을 포함한 ‘수도권 서남부선 광역철도 민간투자사업’을 병행 검토해 사업 속도를 높여 달라는 것이 핵심 요구다. 이는 사업 방식 자체보다 실제 개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와 테크노밸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은 앞으로 상당한 교통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입주와 산업시설 가동 이후 철도 건설을 본격화한다면 일정 기간 교통 인프라와 실제 수요 사이의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박 시장이 지난 7월 국토교통부를 찾아 이 사업의 ‘골든타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철도사업은 계획 반영 이후에도 사업성 검토와 각종 행정절차, 설계, 재원 마련, 공사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논의가 실제 운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이번 시민 서명운동의 의미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철도가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광명시는 지난 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천~하안~신림선 신설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시 목표는 시민 1만명 서명이었다. 온·오프라인에서 약 2주 동안 서명운동을 벌여 시민들의 뜻을 모은 뒤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18일까지 1만5336명이 참여하면서 목표 인원의 153%를 넘어섰다. 광명시는 9월 말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서명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숫자 자체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참여 방식이다. 시민들이 온라인 서명 링크를 공유했고 각 동 행정복지센터와 지역 행사장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참여가 이어졌다. 지방의회 역시 별도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행정기관이 추진하는 철도 유치 활동에 시민사회와 지방의회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박 시장은 첨부자료에서도 시민 참여를 거듭 강조했다. “더 단결하고 의지를 모아야 한다”며 “시민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서명이 현실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이제 시민의 힘을 보여 달라”며 시민들에게 신천~하안~신림선 현실화에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서명 결과가 정부의 최종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 규모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신천~하안~신림선을 광명시만의 지역 철도로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노선이 경기 시흥과 광명을 거쳐 서울 금천·관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흥 신천에서 출발해 광명시흥 신도시와 하안지역을 지나 독산과 신림까지 연결되는 만큼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광역교통사업이다.
실제로 광명·시흥과 서울 금천·관악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은 공동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을 비롯한 관련 지자체장들이 국토교통부를 함께 방문해 사업을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는 교통수요를 개별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광명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에게 행정구역의 경계보다 중요한 것은 이동시간과 환승 편의성이다. 시흥에서 광명을 거쳐 서울로 이동하는 시민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신천~하안~신림선 논의는 향후 수도권 광역교통정책이 행정구역 중심에서 실제 생활권 중심으로 얼마나 전환될 수 있느냐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둘러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건의한 신규 사업은 약 250개 노선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지역의 요구를 동시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각 사업의 교통수요와 경제성, 정책성, 재원 조달 가능성 등을 둘러싼 검토가 불가피하다.
광명시 역시 시민 서명 규모만으로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철도사업은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장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경제성과 이용수요, 다른 철도망과의 연계성, 재원 분담, 도시개발 일정 등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2023년 사전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이 확보된 것으로 발표된 것은 긍정적 자료가 될 수 있지만, 향후 국가 차원의 검토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온다고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
노선과 정거장, 사업비 등 구체적인 사업 조건이 달라지면 경제성 분석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광명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시민들의 요구를 객관적인 교통수요와 사업 타당성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시민이 원한다’는 정치·사회적 요구와 ‘국가가 투자할 만한 사업인가’라는 정책적 판단 사이를 구체적인 자료로 연결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광명시는 신천~하안~신림선 외에도 여러 철도사업과 연계해 도시 교통망을 확충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신천~하안~신림선과 GTX-D, 광명~시흥선 등이 추진되고 기존 서울지하철 7호선과 KTX, 월곶~판교선 등과 연계될 경우 광명이 수도권 서남부 철도 교통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철도 문제는 도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산업단지가 조성되더라도 교통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민들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철도망이 도시개발과 적절한 시기에 맞물리면 출퇴근 편의뿐 아니라 기업 입지와 상권, 주거 선택 등 도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개발을 앞둔 광명 입장에서는 철도망을 도시가 완성된 뒤 뒤늦게 보완하는 방식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함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신천~하안~신림선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철도 노선 하나의 유치전’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시민 1만5336명의 서명은 신천~하안~신림선 추진 과정에서 하나의 기록이 됐다. 하지만 서명은 출발점에 가깝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여부와 민간투자사업을 포함한 실제 추진방식의 구체화다. 계획 반영 이후에도 사업 타당성과 재원, 관계기관 협의 등 수많은 절차가 남는다.
그런 점에서 신천~하안~신림선은 이제 ‘필요한 철도인가’를 주장하는 단계에서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박승원 시장은 이번 서명운동과 관련해 시민들의 뜻을 정부와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사업이 현실화될 때까지 시의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페이스북에서 박 시장이 던진 메시지는 짧지만 분명하다. “광명의 철길, 시민과 함께 반드시 열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문장이 뒤따른다. “이제는 ‘희망’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 1만5000여명이 이름을 보탠 서명부가 실제 철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시선은 정부의 국가철도망 계획과 후속 사업 절차로 향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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