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반도체 공장은 결국 땅 위에 세워진다. 용인특례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서 SK하이닉스 제1기 생산라인(팹) 절반을 짓는 공사가 2025년 2월 말부터 본격화됐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사 진행 상황을 공개하며, 해당 부지가 반도체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에 착공된 팹은 높이 137m에 달하는 3복층 구조로, 2027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완공 이후에는 1층 클린룸을 중심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반도체 설비가 단계적으로 반입된다. 장비를 모두 설치한 뒤 시범 가동과 양산 준비에만 약 6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건설 완료’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공정은 전체 일정의 실질적인 출발선에 해당한다.
현장에서 공사를 맡고 있는 SK에코플랜트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지반이다. 원삼면 일대는 암석이 많은 단단한 지반으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가장 치명적인 변수로 꼽히는 ‘진동’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는 미세한 공정 오차에도 수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공장 입지를 검토할 때 전력·용수보다 먼저 지반 안정성을 본다.
실제로 현재 착공된 1기 팹 부지에는 지표면 아래 45m 깊이까지 콘크리트 말뚝이 촘촘히 박혀 있다. 단일 말뚝이 아닌 15m 길이 말뚝 3개를 연결해 깊이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미 가동될 생산라인 인근에서 추가 공사가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진동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아직 건설이 시작되지 않은 나머지 절반 부지에도 선제적으로 말뚝을 시공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공정’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이유다.
이 같은 지반 조건은 최근 논란이 되는 다른 반도체 후보지와 대비된다. 팹 건설 전문가들은 매립지이자 연약지반인 새만금의 경우, 진동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자연 침하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초미세 공정이 반복되는 반도체 생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력이나 투자 규모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지반이라는 평가다.
반도체 생산 최적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최소한 지반 안정성 측면에서는 용인이 가장 확실한 조건을 갖췄다는 데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이 모인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반도체 전략의 현실적인 기준을 다시 묻게 한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단일 공장 건설을 넘어, 수십 년간 이어질 반도체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공간이다. 팹이 완공된 뒤에도 증설과 공정 전환이 반복되는 산업 특성상, 초기 입지 선택은 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반 안정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산업적 판단으로 읽힌다.
정책 역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반도체 산업을 ‘유치’의 관점에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수율과 안정성까지 포함한 ‘운영의 현실’로 접근할 것인지다. 용인 원삼면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그 답이 어디에 있는지를 현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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