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연구서를 발간하며 현대미술 담론 확장에 나섰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출판사 열화당과 함께 단행본 '조안 조나스인간 너머의 세계(The More-than-Human World)'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서는 제8회 백남준 예술상 수상을 기념해 열린 동명의 전시와 연계해 출간된 것으로, 퍼포먼스·비디오·드로잉·설치를 넘나들며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 온 조안 조나스의 60여 년 작업 세계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현재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백남준 예술상 수상작가전’이 열리고 있으며 전시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오는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출판은 전시와 연구, 출판을 하나로 연결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조안 조나스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비디오와 드로잉, 설치를 결합하며 몸과 공간,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해 온 현대미술의 선구적 작가다.
1960년대 실험적 퍼포먼스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이후 영상과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며 현대 미디어아트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다.
이번 도서의 제목인 ‘인간 너머의 세계’는 조나스의 예술적 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간 중심적 시각을 넘어 동물·식물·자연현상 등 다양한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생태적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조나스의 작업 궤적은 이러한 관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1968년 초기 대표작 ‘바람(Wind)’에서 시작해 1989년 ‘화산 이야기(Volcano Saga)’, 그리고 2016~2020년 제작된 ‘육지를 떠나서(Moving Off the Land)’, 최근 작품 ‘소리 만지기(To Touch Sound)’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창작의 핵심 요소로 등장한다.
조나스에게 자연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협업자이자 창작의 적극적 요소”다. 이러한 시각은 예술을 인간 중심의 표현에서 벗어나 생태적·우주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단행본은 총 328쪽 분량으로 구성됐으며 조나스의 대표작 103개 작품을 312점의 도판으로 수록했다. 특히 작품 이미지뿐 아니라 주요 자료와 비평 에세이를 함께 담아 작가의 작업 변화와 매체적 특징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내 미술계 전문가들도 집필에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조나스의 예술을 분석했다. 미술사학자 이지은은 조나스 작업이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중첩과 목소리의 층위를 분석하며 상상력과 이성 사이의 긴장 속에서 형성되는 예술적 구조를 조명한다.
시인 최재원은 퍼포먼스가 만들어내는 ‘시적 서사’를 중심으로 조나스 작업의 서사적 동력을 해설한다.또 인류학자 노고운은 수생 생물과 해양 생태계를 다룬 작업을 통해 인간 중심 세계관을 넘어서는 감각적 경험과 기후 위기 인식을 짚어낸다.
여기에 미술가 김성환의 에세이와 조안 조나스의 회고 글도 함께 수록돼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출간은 단순한 전시 도록을 넘어 미술관이 연구와 담론 생산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책 출간을 기념해 3월 7일 오후 2시 북토크 행사도 마련했다. 행사에는 참여 필진과 출판사 편집자가 함께 참여해 도서 기획 과정과 주요 논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 전시, 연구, 출판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 현대미술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국내 미술관에서 처음 열린 조안 조나스의 의미 있는 전시와 함께 발간된 책과 북토크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가의 예술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들은 도서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도서는 3월 6일부터 전시 종료일인 3월 29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10% 할인 판매된다.
한편, 조안 조나스의 작업이 오늘날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예술적 실험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기후 위기, 생태적 공존이라는 현대 사회의 핵심 문제를 예술적 언어로 탐구한다. 그리고 ‘인간 너머의 세계’라는 개념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지구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또, 예술이 단순한 표현의 영역을 넘어 환경과 사회를 성찰하는 철학적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나스의 작업은 동시대 미술 담론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이번 출간 프로젝트는 이러한 메시지를 한국 관객에게 보다 깊이 전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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