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설 명절은 행정 공백이 가장 우려되는 시기다. 공공기관은 휴무 체제로 전환되고, 시민 생활은 일상 리듬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재난 대응, 방역, 안전 관리처럼 단 하루도 멈출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남양주시는 올해 설 연휴 기간, 방역 거점과 동물보호시설, 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이어갔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의 행보는 단순한 일정 소화라기보다, 명절 행정의 의미를 다시 묻는 사례로 읽힌다.
주 시장은 설날 오후 시민 건강과 안전, 생명 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남양주 동물보호센터 및 반려동물 입양문화센터를 방문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대응 거점소독센터를 차례로 점검했다. 이어 시청 종합상황실을 찾아 근무 중인 공무원들을 격려했다. 이러한 일정은 시장 개인의 의전 행보를 넘어, 지방정부 행정의 우선순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명절 기간 방역 거점소독센터는 시민에게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다. 그러나 축산 농가와 지역 경제, 나아가 시민 안전을 지탱하는 핵심 시설이다.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은 단순한 농업 문제가 아니다. 발생 즉시 지역 이동 제한, 살처분, 경제적 손실,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지는 복합 재난 성격을 띤다.
특히 겨울철은 가축 전염병 위험이 집중되는 시기다. 철새 이동과 기온 하강,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다. 명절 이동량 증가는 또 다른 변수다. 차량 이동, 물류 흐름, 농가 방문 등이 늘어나면서 감염 확산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거점소독센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축산 관련 차량의 소독, 이동 경로 관리, 방역 체계 유지가 하루도 중단될 수 없다. 현장 근무자들은 휴일과 무관하게 근무를 이어간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방문은 단순한 격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방역 행정의 지속성과 중요성을 공론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주 시장 일정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지점은 동물보호센터 및 반려동물 입양문화센터 방문이다. 이는 방역 점검과 결이 다른 듯 보이지만, 정책적으로는 연결된 메시지를 내포한다.
최근 지방정부 정책에서 동물보호 행정은 빠르게 비중이 커지고 있다. 유기·유실 동물 문제는 단순한 복지 영역을 넘어 사회적 책임, 윤리, 공동체 가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 동물권 인식 변화, 관련 산업 성장 등이 맞물린 결과다.
동물보호센터는 이 변화의 최전선이다. 구조, 보호, 입양, 교육 기능이 결합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수용 시설’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명 존중 문화 확산 거점으로 역할이 재정의되는 추세다.
설 명절 기간 방문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명절은 가족, 공동체, 정서적 유대를 상징하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 동물보호시설을 찾는 행정 수장의 행보는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가 행정 의제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물보호 정책 관계자들은 “입양문화센터는 단순한 입양 공간이 아니라 시민 인식 전환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교육 프로그램, 책임 양육 캠페인, 반려문화 개선 활동 등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정책 효과는 시설 운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회적 메시지와 공공 인식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명절 방문은 시민에게 보내는 정책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동물보호는 선택 정책이 아니라 기본 행정’이라는 선언에 가깝다.
표면적으로 방역 거점과 동물보호센터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인다. 하나는 질병 대응, 다른 하나는 복지·윤리 행정이다. 그러나 행정 철학 측면에서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가축 전염병 방역은 산업 보호를 넘어 공공 안전 관리다. 동물보호 행정은 복지를 넘어 사회적 윤리 관리다. 두 정책 모두 공동체 안전과 가치 체계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지방정부 행정이 단순한 인허가·개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삶의 질과 사회적 가치 관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행정의 무게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어 주 시장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는 시청 종합상황실이었다. 종합상황실은 지방정부 위기 대응 체계의 중추다. 재난, 사건·사고, 민원, 긴급 대응 상황이 이곳으로 집결한다.
명절 기간 상황실 운영은 행정 연속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장면이다. 시민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도시 시스템은 쉼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명절은 안전 관리 부담이 증가하는 시기다. 교통량 증가, 화재 위험, 응급 상황, 생활 민원 등이 집중된다. 상황실 근무자들은 평소보다 높은 긴장 속에서 근무를 이어간다.
행정학계에서는 상황실 운영을 ‘도시 리스크 관리 체계’로 정의한다. 도시가 복잡해질수록, 위기 대응 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 공간을 찾는 단체장의 행보는 조직 내부뿐 아니라 시민 사회를 향한 메시지로 기능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명절 일정은 종종 ‘의례적 행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방문을 동일한 시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방역 거점, 동물보호시설, 종합상황실이라는 선택된 공간은 공통된 특징을 갖는다. 휴일에도 운영이 지속되는 필수 행정 영역이라는 점이다. 이는 일정 구성 자체가 정책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일정은 지방정부 리더십의 두 축을 동시에 보여준다. 첫째는 위기 대응 리더십이다. 가축 전염병 방역은 전형적인 위험 관리 행정이다. 둘째는 가치 관리 리더십이다. 동물보호 행정은 사회적 윤리와 문화 정책 영역이다.
지방정부 리더십은 더 이상 개발·성장 중심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안전, 복지, 생명, 환경 같은 영역이 시민 체감 행정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설 연휴 현장 점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방정부 행정의 중심은 어디에 놓여야 하는가.
남양주시 사례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시사한다. 시민 안전과 생명 존중, 행정 연속성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명절에도 멈추지 않는 행정은 단순한 근무 체계가 아니라 도시 운영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진짜 무게는 휴일에 드러난다.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서, 조용히 유지되는 시스템 속에서 도시의 안정성이 결정된다. 설 연휴 남양주시의 현장 행정은 바로 그 지점을 비추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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