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출산과 돌봄 예산부터 줄이는 것이 맞습니까.” 신상진 성남시장이 경기도의 도비 보조사업 구조조정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재정난을 이유로 경기도가 일부 사업의 도비 보조율을 낮추거나 사업을 재편하면서 산후조리와 난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가족돌봄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도비 보조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올해 10월부터 주요 사업의 보조율을 축소하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신 시장이 거론한 대상에는 산후조리비와 난자동결 시술비, 난임 관련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가족돌봄수당,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이 포함됐다.
신 시장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하나의 복지사업이 축소되는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재정위기가 출산·육아·돌봄 정책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5년 출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 합계출산율은 0.80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전년 0.75명보다 0.05명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신 시장 역시 이 수치를 거론하며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으려는 가정과 아이를 낳은 가정, 아이와 어르신을 돌보는 가정에 들어가는 도비부터 줄이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정책 변경 시점이다. 경기도의 산후조리비 지원은 출생아 1명당 50만원을 지급해 온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재구조화에 따라 9월 30일 신청분을 끝으로 지원을 종료하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10월 이후 출산을 앞둔 가정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신 시장은 특히 정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원 공백을 문제 삼았다. “9월 30일까지는 산후조리와 난임치료 시술비를 지원받는데 10월 1일부터는 단 하루 차이로 받지 못하는 일이 일선 현장에서 벌어질 판”이라며 담당 부서에 현황을 파악하고 시민 피해를 최소화할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긴급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 사업의 조정 방식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공개된 경기도의 모자보건사업 재구조화 내용을 보면 출산·난임 관련 지원사업 전체가 일괄적으로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산후조리비 지원은 종료되는 반면 일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에는 올해 956억원이 투입되는 등 일부 사업은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경기도가 난임·출산 지원 전체를 없앤다’고 해석하는 것은 실제 정책 조정 내용과 차이가 있다.
쟁점은 결국 한정된 재원을 어떤 사업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 그리고 기존 지원을 줄이거나 종료할 경우 정책을 신뢰하고 출산·양육 계획을 세운 도민에게 충분한 예고와 경과조치를 제공했는지에 모인다.
이번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 재정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 경기도는 세수 감소와 누적 채무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 8월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이후 42조2420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기존 1300여 개 사업을 대상으로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도는 이 과정에서 행정운영경비 222억원과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 4억원도 감액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이 악화하면 세출 구조조정 자체는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지방재정의 특성상 광역자치단체의 예산 조정이 광역단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비와 시·군비를 일정 비율로 함께 투입하는 매칭 사업에서 도비 비중이 줄어들면 사업을 종전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시·군이 추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체 재정으로 부족분을 채우지 못하면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경기도의 재정위기가 성남을 비롯한 31개 시·군의 재정부담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다른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리시의 경우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사업 종료에 따라 10월부터 관련 사업이 종료될 예정이며, 자체 재원으로 기존 지원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역정부와 기초정부 사이의 재원 분담 문제는 주민에게는 복잡한 행정구조일 뿐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받던 지원이 사라졌다는 결과가 먼저 체감된다. 이 때문에 도비 축소에 따른 민원과 행정 부담이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시·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성남시도 선택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가 부담하던 재원이 줄었을 때 기존 지원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시가 자체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 반대로 추가 시비 투입이 어렵다면 지원 범위나 사업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비용이 따른다. 자체 재원을 투입하면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든다. 사업을 축소하면 정책 수혜자들의 반발과 지원 공백을 감수해야 한다.
신 시장이 담당 부서에 긴급 현황 파악을 지시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출산·난임 정책은 일반적인 일회성 지원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임신과 출산은 수개월 전부터 예정돼 있고 난임 치료 역시 의료 일정과 가계 지출계획이 맞물려 움직인다.
지원 정책을 믿고 출산이나 치료 계획을 세운 시민 입장에서는 지원기준 변경 시점에 따라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재정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단순히 ‘사업을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뿐 아니라 정책 변경에 따른 경과조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 출산·돌봄 정책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면 단순한 ‘복지 축소’만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경기도는 올해 가족돌봄수당 참여 시·군을 지난해 14곳에서 26곳으로 확대한다고 연초 발표했다. 이 사업은 생후 24~36개월 아동을 돌보는 조부모 등 친인척이나 이웃 주민에게 돌봄 아동 수에 따라 월 최대 6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경기민원24에 공개된 2026년 사업 기준에 따르면 맞벌이·다자녀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 등이 대상이며 월 40시간 이상 돌봄을 수행할 경우 아동 1명은 월 30만원, 2명 45만원, 3명 60만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다만 현재 일부 시·군에서는 신규 접수가 중단된 상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역시 경기도가 올해 31개 전 시·군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사업이다. 돌봄이 필요한 도민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와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돌봄 등을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동돌봄 분야에서도 경기도는 올해 약 150개 아동돌봄공동체를 대상으로 돌봄활동 참여자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돌봄 기회소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들을 종합하면 현재 경기도의 출산·돌봄 정책은 일률적인 축소라기보다 재정위기 속에서 일부 사업을 종료·축소하고 다른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는 ‘재구조화’ 과정에 가깝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논쟁이 발생한다. 어떤 사업을 줄이고 어떤 사업을 살릴 것인가. 그리고 그 판단 기준을 도민에게 얼마나 명확하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다.
신 시장은 이번 논란을 경기도 전체 예산의 ‘우선순위’ 문제로 확대했다. 경기도지사의 관사와 관용차 관련 예산을 거론하며 출산·돌봄 사업을 조정하면서 이 같은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따져 물었다. 첨부자료에서 신 시장은 “왜 하필 출산·난임·산모·신생아·돌봄 사업이 먼저 감액되는 것이냐”는 취지로 경기도의 설명을 요구했다.
관사와 관용차 문제 역시 최근 경기도 재정 논란 과정에서 쟁점이 됐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 이후 관사와 도비 보조율 축소, 산후조리비 종료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경기도청원 게시판에는 도지사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지난 14일 기준 이 청원은 도지사 공식 답변 요건인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보도됐다.
다만 경기도의 설명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세수 부족 등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산후조리비의 경우 정부의 첫만남이용권과 시·군 출산지원금 등 유사 제도가 확대된 점을 사업 재편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논쟁은 ‘재정 구조조정이 필요한가’보다는 ‘어디에서 먼저 줄일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국내 출생 지표가 오랜 하락세에서 최근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6100명, 6.8% 증가했다. 합계출산율도 2024년 0.75명에서 지난해 0.80명으로 높아졌다.
아직 저출생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동시에 개선됐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출산정책은 현금 지원 하나만으로 성패를 판단하기 어렵다. 주거와 일자리, 보육, 교육, 의료, 돌봄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시민에게 약속한 제도가 갑작스럽게 변경될 경우 개별 사업의 지원액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과 출산, 난임치료처럼 당사자가 시기를 자유롭게 조절하기 어려운 분야에서는 정책 변경 시점에 대한 세심한 설계가 요구된다.
9월 30일까지 가능했던 지원이 10월 1일부터 달라진다면 당사자에게 달력의 하루는 단순한 하루가 아니다. 수십만원의 가계 부담 차이가 될 수 있고, 장기간 준비해온 출산·치료 계획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경기도와 성남시 간 정치적 공방을 넘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재정분담 구조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도가 정책을 설계하고 시·군과 비용을 나눠 사업을 추진해온 상황에서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도비 비중을 크게 줄이면 시·군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재정 여력이 있는 지자체는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은 사업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같은 경기도에 살면서도 거주하는 시·군의 재정 여건에 따라 출산과 돌봄 지원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복지정책의 지역 간 격차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돌봄은 출산 문제만이 아니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전 생애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방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명확하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시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필수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광역정부와 기초정부가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 관심은 성남시가 실제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에 쏠린다. 신 시장은 담당 부서에 관련 사업의 변경 내용을 파악하고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사업별 도비 감소 규모와 성남시 추가 부담액, 기존 수혜자의 경과조치 가능 여부, 자체 재원을 통한 사업 유지 여부 등이 핵심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역시 단순히 ‘재정이 어렵다’는 설명을 넘어 사업별 조정 기준과 재원 배분 원칙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경기도는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고, 일선 시·군에서는 주민 체감형 사업의 축소와 재정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양쪽 모두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누가 옳으냐는 정치적 공방보다 한정된 재원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하고, 정책 변경으로 발생하는 부담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있다.
저출생 대응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면서 지방정부 재정위기가 닥칠 때마다 출산·돌봄 사업이 흔들린다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대로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 역시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경기도의 재정 구조조정과 이에 대응하는 성남시의 선택은 그래서 중요하다. ‘재정위기 속에서도 어디까지 지켜야 할 것인가.’ 경기도와 성남시가 이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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