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한복판서 주민 세대 아우른 화합의 장, 내년 30주년 행사 준비 본격화
[이코노미세계] 추석 연휴 첫날인 24일 밤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먹골축구장 일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야시장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였고 무대에서는 노래와 음악이 이어졌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부터 청소년, 어르신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행사장을 찾았다. 밤이 깊어지자 하늘에서는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졌다.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을 때마다 행사장 곳곳에서 탄성이 이어졌다.
도시 개발로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진건에서 이날만큼은 굴착기와 공사 차량 대신 주민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밤을 채웠다.
올해로 29년째를 맞은 ‘진건문화축제’다. 진건문화축제는 거대한 관광축제나 대형 이벤트에서 출발한 행사가 아니다.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들과 지역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기 위해 마련한 ‘읍민 노래자랑’이 출발점이었다. 지역 친목단체인 소나무회와 청솔회가 번갈아 행사를 준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기관·사회단체가 힘을 보태는 지역 대표 행사로 성장했다.
29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축제 개최 횟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진건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고, 주민 구성도 변했다. 특히 지금의 진건은 왕숙신도시 조성이라는 대규모 도시 변화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익숙했던 공간이 공사 현장으로 바뀌고 새로운 도로와 주거 공간, 산업·생활 인프라가 들어서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29년 동안 이어진 지역축제는 ‘진건이라는 지역이 무엇으로 연결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 되고 있다.
진건문화축제의 특징은 주민들이 오랜 기간 행사를 직접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읍민 노래자랑으로 시작됐다. 친목단체가 번갈아 행사를 준비했고 이후 지역 기관·사회단체들이 참여하면서 규모와 내용이 확대됐다.
올해 행사 역시 주민 참여가 중심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야시장과 관람석, 공연 무대까지 많은 주민이 몰렸다. 첨부자료에는 현장을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았다고 기록돼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어르신이 한 공간에서 축제를 즐겼다는 점도 강조됐다.
지역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은 결국 주민 참여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유명 가수를 초청하거나 대규모 무대를 설치한다고 해서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행사를 기다리는 주민이 있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해마다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야 축제가 지역의 전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진건문화축제가 29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런 주민 중심의 축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추석이라는 시점도 의미가 있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현재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주민과 새로 유입된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 행사장은 야시장과 노래자랑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된 야시장에는 가족과 친구 단위 방문객들이 몰렸고, 공연장에서는 음악과 노래가 이어졌다. 행사장을 찾은 주민들은 먹거리를 나누고 무대를 바라보며 명절 연휴의 첫날을 보냈다.
축제의 절정 가운데 하나는 불꽃놀이였다. 다채로운 불꽃이 밤하늘로 올라가 여러 형태를 그리며 터질 때마다 관람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화려한 불꽃이나 공연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행사를 찾은 사람들의 구성이다.
어린아이와 청소년, 중장년층, 노년층이 한 공간에 모였다. 세대별 생활 방식과 여가 문화가 갈수록 달라지는 상황에서 한 지역 주민들이 나이와 세대를 넘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는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역축제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역할을 한다.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확인하고 인사를 나누며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 현장에서는 행정과 주민이 만나는 모습도 나타났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은 행사 관계자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노고를 격려하고 주민들의 민원을 들었다고 밝혔다. 행사를 마친 뒤에는 내년 축제의 장소와 규모, 행사 내용, 소요 예산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지역 단체와 진건읍이 함께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축제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다음 해 준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내년 진건문화축제는 30주년을 맞는다. 30년은 지역 행사에도 하나의 분기점이다. 최현덕 시장은 축제 현장에서 “진건의 오랜 전통이자 남양주 대표 명물인 진건문화축제가 벌써 29년을 맞이했다”며 “30주년이 되는 내년은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30주년을 앞두고 축제의 규모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축제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29년 동안 진건문화축제가 기존 주민들의 화합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도시 구조와 새롭게 유입될 주민들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역할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 왕숙신도시가 있다. 남양주시가 공개한 왕숙신도시 사업 자료에 따르면 사업기간은 2019년부터 2032년까지이며, 왕숙지구는 진건읍과 진접읍 일원에 걸쳐 조성된다. 시는 왕숙신도시 전체 계획을 약 19만5000명, 8만여 가구 규모로 제시하고 있다.
진건의 생활권과 도시 공간이 장기간에 걸쳐 크게 바뀌는 사업이다. 이는 진건문화축제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도시가 커지고 인구 구성이 달라질수록 기존 주민과 새 주민을 연결할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오랫동안 지역에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진건의 역사와 기억을 이어가는 공간이 필요하고, 새로 들어오는 주민들에게는 자신이 사는 지역을 이해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을 계기가 필요하다. 29년 된 진건문화축제가 앞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진건의 가장 큰 변화는 왕숙신도시 조성이다. 최 시장도 축사에서 이를 직접 언급했다. “진건은 지금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며 왕숙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공사로 인한 불편이 있지만 향후 진건이 남양주의 중심지로 변화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 왕숙지구 사업지역에는 진건읍 일원이 포함돼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도시의 외형만 바꾸지 않는다. 인구와 상권, 교통, 교육, 문화시설 수요가 함께 변화한다. 새로운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서면 지역의 생활권도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기존 지역과 신도시의 연결이다. 물리적으로 도로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하나의 지역 공동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 주민과 기존 주민이 같은 지역에 산다는 소속감을 갖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축제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왕숙신도시라는 거대한 개발사업이 진건의 ‘공간’을 바꾼다면 진건문화축제와 같은 지역 문화는 변화하는 도시 안에서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갈 수 있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축제를 단순히 오래된 행사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신도시 개발은 빠른 변화를 요구한다. 도로를 만들고 주택을 공급하고 산업시설과 생활 인프라를 구축한다. 숫자로는 사업 면적과 공급 주택 수, 계획인구 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공동체는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지역의 정체성은 주민들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억과 관계에서 형성된다. 어느 장소에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어떤 행사를 기다렸는지 같은 경험들이 쌓여 지역의 이야기가 된다.
진건문화축제의 29년도 그런 시간이다. 소나무회와 청솔회가 번갈아 행사를 준비하던 시절에서 지역 기관·사회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발전하기까지 수많은 주민의 참여가 축적됐다.
그리고 이제 진건은 또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왕숙신도시 조성이 진행되면서 기존의 진건과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진건이 공존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 30주년 행사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진건문화축제의 시작과 30년 역사를 기록하고, 지역 주민들의 기억을 남기며, 새롭게 진건에 들어올 주민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존 주민과 신도시 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 역시 앞으로 검토할 과제다.
최 시장은 올해 행사가 끝나는 시점부터 내년 행사 준비를 시작하도록 주문했다. 장소와 규모, 프로그램, 예산,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지역 단체와 진건읍이 함께 검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3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30주년의 성패를 관람객 숫자나 무대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30년 동안 이어진 지역축제라면 그 역사 자체가 지역 문화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행사 사진과 영상, 주민들의 기억을 수집하고 축제의 변천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도 고려할 만하다. 진건의 과거 모습과 왕숙신도시 조성 이후 변화할 미래를 함께 보여준다면 축제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
청소년과 어린이의 참여도 중요하다. 올해 행사장에서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했다는 점은 진건문화축제의 강점이다. 이를 30주년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세대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한다면 축제의 지속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축제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이다. 29년 전 읍민 노래자랑으로 출발한 축제의 중심에는 주민이 있었다. 30년을 넘어 40년, 50년으로 가기 위해서도 그 원칙은 달라지기 어렵다.
진건은 앞으로 지금과 상당히 다른 모습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왕숙신도시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거와 산업, 교통과 생활환경 전반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시는 왕숙지구를 경제중심권역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진건읍은 그 변화의 주요 지역 가운데 하나다.
개발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기존 지역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라는 문제도 남긴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주민에게 신도시는 익숙한 공간의 변화일 수 있고, 새롭게 들어오는 주민에게 진건은 처음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새로운 고향이 된다.
두 집단을 연결하는 것은 행정구역의 경계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건문화축제의 3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설 수 있다.
‘옛 진건’의 주민들이 만들어온 29년의 역사를 ‘새로운 진건’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밤 먹골축구장에서 터져 오른 불꽃은 잠시 뒤 사라졌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어린아이와 청소년, 부모 세대와 어르신이 함께 웃고 노래한 기억은 주민들에게 남는다. 건물과 도로는 새로 만들 수 있다. 도시의 외형 역시 계획에 따라 빠르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역사와 주민 사이의 관계, 공동체의 기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읍민 노래자랑에서 시작해 29년을 이어온 진건문화축제가 왕숙신도시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내년이면 30년. 진건문화축제는 이제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가’를 넘어 ‘앞으로 어떤 진건을 연결할 것인가’를 묻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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