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6070 추억의 거리’에 동물복지 거점 마련
기부→구조·보호→입양→시민 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도
생명 존중과 지역재생을 한 공간에 담은 안성형 생활정책
[이코노미세계] “안녕, 나는 ○○이야.” 작은 공간 안에서 저마다 이름과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이 사람을 기다린다. 한때 거리에서 구조됐거나 동물보호센터에서 오랫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했던 고양이들이다. 누군가 이곳에서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면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경기 안성시 원도심 ‘6070 추억의 거리’에 문을 연 유기묘 전문 입양센터 ‘피스냥냥’ 이야기다.
피스냥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유기묘를 보호하는 시설 하나가 새로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과 출향민 등이 안성에 보낸 고향사랑기부금이 유기동물이라는 지역사회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고, 그 공간을 다시 원도심에 배치해 사람들의 발길까지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부→동물복지→입양→시민 참여→원도심 활성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피스냥냥을 소개하면서 고향사랑기부금이 지역에 작지만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취지의 소회를 밝혔다. 김 시장은 구조된 고양이가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과정과 함께 센터가 원도심 활성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안성시는 앞서 18일 피스냥냥을 개원했다. 센터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되지 못하고 장기간 보호되는 유기묘에게 별도의 보호 공간을 제공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도록 돕는 유기묘 전문 입양시설이다. 반려동물 복지 비영리단체가 안성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다.
센터에서는 유기묘 보호·관리와 입양 지원뿐 아니라 입양 상담과 홍보, 유기묘 인식 개선 교육 등도 진행된다. 안성 ‘6070 추억의 거리’의 근린생활시설 1층에 약 60㎡ 규모로 마련됐으며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을 통해 모인 기부금 일부가 운영 재원으로 쓰인다.
피스냥냥의 핵심은 ‘보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입양’에 초점을 맞춘다는 데 있다. 유기동물 정책에서 구조는 출발점일 뿐이다. 구조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사람과 생활할 수 있도록 적응한 뒤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입양 이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관리와 상담이 필요하다.
첨부자료에서 김 시장 역시 센터를 둘러본 뒤 한 생명을 구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관리와 사회화, 입양,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피스냥냥이 기존 동물보호시설과 차별화하려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보호시설에 있는 유기묘를 시민의 일상 공간 가까이 옮겨 직접 만나고 교감할 기회를 늘리고, 입양 상담과 정보 제공을 통해 실제 입양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안성시는 피스냥냥에서 유기묘 보호·관리와 입양 지원, 입양 상담·홍보, 인식 개선,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유기동물 문제를 행정기관이나 보호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 과제로 바꾸려는 시도인 셈이다.
안성의 상황을 보면 이런 시설이 필요한 배경도 나타난다. 안성에서는 지난해 유기묘 126마리가 구조됐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입양됐다. 나머지는 구조된 장소에 방사됐다.
피스냥냥이 안정적으로 운영돼 입양률을 높일 수 있다면 보호시설의 장기 보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유기묘에게 새로운 가정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사업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재원이다. 피스냥냥은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을 활용했다. 고향사랑기부제에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가 지역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체감할 수 있느냐다.
기부금이 일반적인 행정 재원 속에 섞여 사용되는 것보다 ‘유기묘 입양’처럼 목적이 구체적인 사업과 연결될 경우 기부자는 자신이 참여한 사업의 결과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안성시가 현재 안내하고 있는 지정기부 사업 가운데도 ‘유기묘 입양 프로젝트: 버려진 생명에게 건네는 변화’가 포함돼 있다. 안성시는 유기묘 입양 초기 비용 지원과 상담 거점 운영을 통해 시민들의 입양 부담을 낮추고 보호소의 유기묘가 새로운 가정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피스냥냥은 이런 기부금의 쓰임을 시민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부자는 자신이 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하고, 시민은 기부금으로 조성된 공간을 이용하며, 유기묘는 새로운 가족을 만날 기회를 얻는 구조다.
김 시장은 첨부자료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이 지역의 작지만 꼭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부자들의 마음이 고양이들에게는 새로운 가족을, 원도심에는 새로운 활력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결국 피스냥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제도’에서 벗어나 지역의 구체적인 문제와 기부자의 관심을 연결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피스냥냥의 위치도 주목할 대목이다. 센터는 외곽의 별도 시설이나 동물보호센터 안이 아니라 안성 원도심 ‘6070 추억의 거리’에 들어섰다.
6070 추억의 거리는 과거 안성의 상업 중심지였던 원도심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다. 경기도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일대는 1960~1970년대 번성했던 안성 1·2동 지역으로, 대장간과 정미소, 연탄가게, 이발소 등 옛 상권의 흔적과 벽화 등이 남아 있다.
안성시는 최근에도 이 일대를 포함한 원도심의 역사·문화·전통시장·체험 공간을 연결하는 골목 관광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5월에는 6070 추억의 거리와 낙원역사공원, 문화창작플랫폼, 안성중앙시장·맞춤시장 등을 연결한 원도심 골목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공간에 피스냥냥을 배치한 것은 동물복지 정책에 도시재생이라는 또 하나의 목적을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기묘를 만나러 온 시민들이 골목을 걷고 주변 상점과 시장을 이용한다면 동물복지시설 하나가 원도심의 새로운 방문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도심 활성화는 대규모 시설 하나를 건설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주변 상권으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피스냥냥은 규모는 작지만 기존의 문화·관광·상업 콘텐츠와 다른 성격의 생활밀착형 공간이다.
안성시도 센터가 6070 추억의 거리에 자리한 만큼 시민과 방문객의 발길을 원도심으로 유도해 주변 골목과 지역 상권에 활력을 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방문객 증가나 주변 상권 매출 등 경제적 효과는 향후 운영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피스냥냥의 실험은 행정적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을 갖는다. 기존 지방정부 정책은 분야별로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복지는 동물복지대로, 도시재생은 도시재생대로, 지역경제는 지역경제대로 각각 사업과 예산이 움직인다.
피스냥냥은 그 경계를 연결하려는 사례다. 유기묘 입양이라는 동물복지 사업을 원도심에 배치하고, 고향사랑기부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며, 시민 참여와 골목 방문을 동시에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작은 시설에 ‘동물복지·기부문화·시민 참여·원도심 재생’이라는 여러 정책 목표가 겹쳐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역마다 안고 있는 문제는 서로 얽혀 있다. 인구 감소와 원도심 공동화, 골목상권 침체, 복지 수요 증가 같은 문제를 각각 독립된 사업만으로 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나의 사업이 여러 지역 현안을 연결할 수 있다면 제한된 지방재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대와 실제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피스냥냥이 원도심 활성화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려면 센터 자체의 안정적인 운영은 물론 주변 상권과의 연계, 시민 참여 프로그램, 지속적인 홍보 등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시설을 개소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유기동물 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일이다. 보호해야 할 동물은 계속 발생하고 건강관리와 위생, 전문 인력, 입양 상담 등에 비용이 들어간다. 입양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충동적인 입양을 막고 책임 있는 반려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피스냥냥 역시 앞으로 성과를 판단하려면 몇 가지 지표를 장기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센터를 거쳐 실제 입양으로 이어진 유기묘가 얼마나 되는지, 입양 후 반환이나 재유기가 발생하지 않는지,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원도심 활성화라는 목표와 관련해서도 센터 방문객이 주변 골목과 상점으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와의 연결도 마찬가지다.
기부금으로 시설을 만들었다는 사실만 홍보하기보다 기부금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고, 몇 마리의 유기묘가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며,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꾸준히 공개한다면 기부자에게 사업의 성과를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다음 기부를 이끌어내는 신뢰와도 연결된다.
피스냥냥은 약 60㎡ 규모의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작된 실험이 던지는 질문은 작지 않다. 지방정부가 시민의 기부를 지역 문제 해결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유기동물을 단순히 보호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새로운 가족에게 연결할 것인가. 쇠퇴한 원도심에는 어떤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들 것인가.
안성시는 이 세 가지 질문에 하나의 공간으로 답을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는 앞으로 피스냥냥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지, 시민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그리고 그 발길이 원도심의 활력으로 이어지는지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김 시장이 강조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그리고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결국 피스냥냥이 지향하는 동물복지는 구조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조된 생명이 건강을 되찾고 사람과 다시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가족에게 가고, 그 가족이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완성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시민의 기부가 들어오고, 시민의 참여가 더해지고, 다시 원도심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로 연결된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시작된 작은 유기묘 입양센터가 안성에서 동물복지와 원도심 재생을 함께 풀어가는 지속 가능한 지역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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