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줄이기 아닌 구조 개선”, 충전 한도 조정·차등 지원 등 제도 재설계 제안
[이코노미세계] 지역화폐 ‘파주페이’를 둘러싼 파주시의 재정 운용 문제가 새로운 정책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민의 생활 안정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확대해 온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정책 수단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투입 규모와 지원 방식의 효율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파주시의회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핵심은 파주페이 자체를 유지할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한정된 지방재정으로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것인지, 지원 혜택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고르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제 골목상권 소비 촉진이라는 정책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특히 파주페이 인센티브 예산이 빠르게 늘면서 파주시가 직접 부담하는 시비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논의의 중심에 섰다.
파주시의회 이진아 의원은 제266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파주시 재정건전성을 점검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파주페이의 시비 부담에 대해 합리적인 속도 조절과 재정 운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파주페이가 시민 생활 안정과 골목상권 소비 촉진에 기여해 온 정책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현재의 재정 여건에서 계속 늘어나는 시비 투입 규모가 적정한지, 재정 투입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는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주시의회 공식 자료에서도 이 의원은 같은 취지로 파주페이의 속도 조절과 재정 운영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번 문제 제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파주페이 관련 예산 증가 속도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파주페이 인센티브 예산은 2021년 116억원에서 2025년 346억4000만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파주시가 직접 부담하는 순수 시비는 같은 기간 22억9000만원에서 173억9000만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전체 인센티브 규모가 증가한 것보다 시 자체 부담 증가 폭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문제의식이다.
지역화폐는 시민 입장에서는 일정 금액을 충전하거나 사용할 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해당 지역 안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지역 내 소비 촉진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덜고 지역 소상공인에게 소비가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적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파주시 역시 파주페이를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화폐 사용 활성화를 위한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 파주시는 2025년 12월 파주페이 가맹점의 연매출 제한 기준을 상향하면서 지역화폐 사용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정책 취지로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파주페이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지역 내 소비 확대라는 경제적 효과와 시민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 효과, 소상공인 매출 증대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재정 투입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 언제나 적절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지방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한정돼 있고 지역화폐에 추가 재원을 투입할 경우 다른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쟁점은 ‘파주페이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의원이 파주페이 문제를 재정건전성과 연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2025년 파주시 세출은 세입보다 2배 빠르게 증가했고, 실제 징수율은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미수납액은 582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들은 이 의원이 5분 자유발언에서 제시한 것으로, 파주시의회가 9월 18일 공개한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이 의원의 주장은 이 같은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파주페이 역시 예외 없이 비용 대비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는 데 맞춰져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도로와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고 재난·안전 분야에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취약계층 복지와 고령화 대응, 교육·문화, 지역개발과 생활SOC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도 적지 않다.
특정 정책의 재정 투입 규모가 커질수록 다른 정책과의 우선순위 조정은 불가피해진다. 파주페이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정책이지만 투입 예산이 크게 증가했다면 그만큼 정책 효과와 수혜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문제 제기의 핵심이다.
이는 지역화폐 정책의 성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 규모와 지원 방식, 실제 소비 진작 효과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에 가깝다.
이번 발언에서 재정 부담 못지않게 주목할 대목은 파주페이 인센티브가 이용자별로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월 10만원 이하를 충전하는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31.1%를 차지했지만 이들이 받은 인센티브는 전체의 6.3%에 그쳤다.
반면 월 70만원을 충전하는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14.7%였지만 이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는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단순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충전할 여력이 있는 이용자에게 전체 인센티브 가운데 상당 부분이 돌아가는 구조일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 지점에서 파주페이 정책은 ‘지원 규모’뿐 아니라 ‘지원 방식’이라는 두 번째 과제를 안게 된다. 동일한 인센티브율을 적용할 경우 많이 충전하고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가 더 많은 절대 금액의 혜택을 받는 것은 제도 구조상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화폐에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재정 지원의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지역 내 소비 총량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 우선인지, 보다 많은 시민에게 혜택을 고르게 제공하는 것이 우선인지, 영세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으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인지 정책 목표를 보다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민생 지원 성격까지 강조한다면 상대적으로 충전 여력이 작은 시민에게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지 역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파주페이의 정책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 발행액이나 충전액뿐 아니라 이용 계층별 충전액, 실제 사용처, 업종별 매출 효과, 소상공인 매출 증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진아 의원이 제안한 첫 번째 대안은 평시 충전 한도 조정이다. 더 많은 시민이 고르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평상시 충전 한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액 구간별 차등 지원 방식이다. 현재와 같이 충전 규모에 따라 혜택의 절대액이 커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충전 구간 등에 따라 지원 조건을 세분화함으로써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자는 취지다.
세 번째는 파주페이 사용이 영세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 실질적인 골목상권으로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안이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제도 조정을 통해 절감되는 재원을 도로·교통, 안전, 취약계층 복지 등 시민 체감도가 높은 필수 공공사업에 재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파주페이에 들어가는 예산을 단순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의 배분 구조를 다시 설계하자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하나는 파주페이의 적정 지원 수준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확보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 것인가다.
충전 한도를 낮추거나 지원 방식을 변경하면 파주페이를 많이 사용하는 시민이 체감하는 혜택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시민에게 지원을 분산할 가능성도 생긴다. 따라서 제도를 손질한다면 이용자별·소득계층별·업종별 영향을 충분히 분석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파주페이를 둘러싼 이번 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지역화폐와 재정건전성을 서로 반대되는 가치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재정건전성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에 실질적인 소비를 만들어낸다면 지방정부가 일정 부분 재정을 투입할 정책적 근거가 생긴다.
반대로 예산 투입 증가 속도가 빠른데도 추가 투입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특정 이용자에게 혜택이 과도하게 집중된다면 지원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커진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정확한 데이터다. 예산을 얼마나 투입했는가뿐 아니라 그 돈이 실제 어디에서 사용됐고, 어떤 업종과 상권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야 한다.
파주페이를 이용하지 않는 시민과 이용하는 시민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검토 대상이다. 지역화폐 인센티브는 지방정부 재정에서 지원되는 만큼 직접 이용하지 않는 시민도 재정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는 정책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파주시가 파주페이의 정책 효과를 설명할 때 발행 규모나 이용자 수뿐 아니라 투입된 시비 대비 지역 내 소비 증가 효과와 소상공인 매출 기여도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주페이 문제를 한 단계 더 들여다보면 결국 지방정부의 재정 우선순위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만난다.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파주페이 인센티브를 확대하면 시민과 지역 상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같은 재원을 도로와 교통, 안전시설, 취약계층 복지 등에 투입하면 다른 형태의 시민 편익을 만들 수 있다.
어느 한쪽의 필요성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정책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투명한 재정 정보다.
파주페이의 경우 이용자 수와 충전액뿐 아니라 인센티브 수혜 분포, 업종별 사용액, 전통시장·골목상권 유입 효과, 재정 투입 대비 추가 소비 발생 규모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정책 조정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특히 이 의원이 제시한 이용자별 인센티브 배분 수치는 파주페이 정책을 ‘얼마나 많이 발행했느냐’에서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느냐’로 확장해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책의 양적 확대에서 질적 관리로 논의의 초점이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의원 역시 이번 제안이 파주페이 자체의 축소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시민의 혜택을 무작정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이 보다 많은 시민과 골목상권에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파주페이의 현재 제도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주시의 재정 여건을 냉정하게 살피고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에 재원을 우선 투입하는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주시의회가 공개한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이 같은 발언 내용과 정책 제안이 확인된다. 파주페이는 지역경제와 시민 생활에 직접 맞닿아 있는 정책이다.
때문에 제도 조정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충전 한도를 조정하면 시민의 체감 혜택이 달라지고, 인센티브 지급 구조를 바꾸면 이용 행태가 변할 수 있다. 사용처와 지원 구조를 조정하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만큼 정책 변경에 앞서 충분한 효과 분석과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 동시에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외면하기 어렵다.
2021년 22억9000만원이던 파주시의 순수 시비 부담이 2025년 173억9000만원으로 늘었다는 이 의원의 제시는 파주페이 정책을 기존의 확대 중심 관점에서 재정 효율성과 형평성까지 포함해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이제 파주페이를 둘러싼 질문은 단순히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에 머물지 않는다. 누구에게 지원할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것인가, 어디에서 사용하도록 할 것인가, 그리고 같은 재원을 다른 분야에 투입했을 때 시민에게 돌아가는 편익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파주페이가 시민 생활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정책 수단으로 계속 기능하면서도 지방재정에 감당 가능한 구조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제 ‘확대냐 축소냐’라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 지원 방식의 정교화와 효과 검증이 요구된다.
이진아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이 던진 화두도 결국 여기에 있다. 파주페이에 투입되는 재정을 무조건 줄이느냐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한정된 시민의 세금을 어떻게 배분해야 더 많은 시민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돌려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향후 파주시와 파주시의회가 파주페이의 재정 부담과 정책 효과, 이용자 간 형평성을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검증하고 제도에 반영할지가 지역화폐 정책의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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