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 수도권 95조·비수도권 30조원 성장 효과 기대
공동대응협의회 중심 14개 지자체 결집, 규제 개선 목소리 높인다
[이코노미세계] 수도권에 채워진 ‘43년 규제의 빗장’을 풀면 대한민국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규제 문제를 다시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수도권의 성장을 억제해야 지방이 성장한다는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나 수도권의 성장동력을 활용해 비수도권까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규제를 완화할 경우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에도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면서 논의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다.
이 시장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수도권 기능 재정립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규제가 완화될 경우 수도권에서 95조 원, 비수도권에서 30조 원 등 대한민국 전체에서 125조 원 규모의 성장 효과가 기대된다.
단순히 수도권 규제를 풀어 수도권에 경제적 혜택을 집중시키자는 논리가 아니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여기에서 창출되는 투자와 산업·고용 효과를 비수도권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오래된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동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논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25조 원’이라는 숫자다.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에서 발표된 ‘수도권 기능 재정립 방안’ 연구 결과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가져올 변화를 경제적 수치로 제시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시장이 밝힌 기대 효과는 수도권 95조 원, 비수도권 30조 원이다. 이를 합하면 대한민국 전체적으로 125조 원 규모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 논의는 인구와 기업, 산업시설이 수도권으로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논리가 충돌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번 주장은 규제 완화의 효과가 수도권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비수도권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시장 역시 “수도권이 성장하면 지방이 위축된다는 낡은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심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쪽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또 수도권의 산업과 기업 활동이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생산·투자 효과가 전국의 공급망과 지역 산업으로 연결된다면 수도권 성장이 비수도권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실제 규제 완화가 연구에서 제시한 수준의 성장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규제 조정 방식과 지역 간 투자 연계, 산업 배치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이 시장이 문제를 제기한 또 다른 지점은 규제의 지속 기간이다. 수도권 규제가 지난 43년간 이어졌지만 지역 격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수도권 억제를 중심으로 한 기존 균형발전 정책의 효과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수도권 과밀 문제와 지방소멸 문제는 대한민국이 동시에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과제다. 수도권에는 인구와 산업, 교육·문화시설 등이 집중돼 있고 상당수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 지역 산업 기반 약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규제는 오랫동안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규제를 장기간 유지했음에도 수도권 집중과 지역 격차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면 기존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논리다.
이 시장은 “지난 43년간 수도권을 옭아맸지만 지역 격차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규제 자체를 균형발전의 목표로 삼기보다는 실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수도권 규제 문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비수도권과의 관계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과 투자가 수도권에 더욱 집중되고 결과적으로 지방의 산업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 완화 논의가 사회적 설득력을 얻으려면 ‘수도권만의 성장’이 아니라 비수도권의 실질적인 성장까지 연결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 시장이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수도권의 성장동력을 키워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성장과 지방 성장을 서로 반대편에 놓지 말자는 것이다.
수도권의 기업 활동과 투자를 확대하되 기업의 생산시설과 협력업체, 연구개발, 물류망 등이 전국으로 연결되도록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수도권의 성장이 비수도권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연구에서 비수도권에서도 30조 원 규모의 성장 효과가 기대된다고 제시된 것도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향후 논쟁은 ‘수도권 규제를 풀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라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 규제 완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전국으로 확산할 것인지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움직임은 수원특례시만의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시장은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 회장으로 다시 책임을 맡으면서 14개 자치단체와 경기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각자의 규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방정부들이 공동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기업 유치와 공장 신·증설, 산업시설 투자, 도시개발 등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사안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지역의 여건과 산업구조가 크게 변화했음에도 과거 만들어진 규제 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산업 환경은 40여 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 첨단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에서는 연구개발과 생산, 대학, 인재, 협력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역 행정구역이나 수도권·비수도권이라는 경계만으로 산업을 분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규제 체계 역시 산업구조와 경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논의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도권 규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과거에는 수도권의 성장을 제한해 기업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균형발전 정책의 중요한 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도권이 가진 산업·인재·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그 성장 효과가 지방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 대안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방향 자체와 연결된다. 수도권을 규제로 억제하는 것과 지방의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반드시 같은 정책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에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교통·교육·문화·의료 등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 완화가 추진된다면 비수도권에 대한 투자와 지원 정책 역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수도권 규제를 단순히 없애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공간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인 셈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제시한 전국 125조 원 규모의 성장 효과는 수도권 규제 논의를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연구에서 제시된 경제적 기대 효과가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조정하는지, 기업 투자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수도권에서 발생한 성장 효과가 비수도권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지 등에 따라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정책 논의에서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인구 집중과 부동산, 교통, 환경 등 규제 완화가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영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비수도권이 우려하는 기업과 인재의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결국 수도권 규제 개편의 성패는 규제 완화 자체보다 수도권에서 창출된 성장의 과실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기업과 인구를 빼앗는 경쟁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산업적 강점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이 시장은 앞으로 공동대응협의회를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 개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협의회 회장으로 다시 한번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만큼 14개 자치단체와 경기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특정 도시의 이해관계를 위한 요구가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문제로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관건은 ‘수도권 성장과 지방 성장이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실제 정책과 제도로 증명하는 것이다. 43년간 이어져 온 수도권 규제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기존 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국제적인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동력이 필요하고,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수도권의 빗장을 풀어 그 성장동력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인가. 아니면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기존 규제 체계를 유지할 것인가. ‘수도권 95조 원, 비수도권 30조 원, 대한민국 전체 125조 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수도권과 지방을 경쟁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두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시장이 제기한 ‘수도권과 지방의 선순환 성장’ 구상이 향후 정부의 수도권 정책과 국가균형발전 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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