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송호수 가요제부터 갈미열린음악회까지 시민 참여 확대
문화예술 매개로 지역공동체 연결, 도시의 새로운 문화자산으로
[이코노미세계] 가을로 접어든 의왕의 공원과 호수가 시민들의 문화무대로 변했다. 전문 공연장이 아닌 시민들이 평소 산책하고 휴식을 취하는 왕송호수공원과 갈미한글공원에서 음악과 미술, 사진, 주민 공연이 어우러졌다.
도시의 문화 경쟁력이 대규모 공연장이나 유명 예술인의 공연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집 가까운 공원에서 공연을 보고, 지역 예술인의 작품을 만나고, 이웃 주민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 역시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화 수준을 결정한다.
의왕에서 열린 ‘2026 의왕예술제’와 ‘제2회 의왕시 왕송호수 가요제’, ‘제14회 갈미열린음악회’는 이러한 생활문화의 모습을 보여준 행사였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는 공간에 문화예술을 끌어들이고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함께 참여하면서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확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성제 의왕시장도 행사 현장을 잇따라 찾아 시민들과 함께했다. 김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여러분과 함께 문화와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가을 저녁을 보냈다”고 밝혔다.
첫 무대는 왕송호수공원이었다. 왕송호수공원에서 열린 ‘2026 의왕예술제’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의 다양한 공연과 함께 미술·사진·시화전 등 여러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행사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연과 전시, 체험을 한 공간에서 접하도록 구성하면서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가족과 산책을 나온 공원에서 그림과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평소 이용하던 생활공간에 문화예술이 들어오면 문화 향유의 문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다. 지역문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함께 시민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필요하다.
지역 예술인과 시민을 연결하는 접점이 많아질수록 문화예술은 특정 계층이나 특정 공간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번 의왕예술제는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 시장은 의왕예술제에 대해 지역 예술인들의 다채로운 공연과 미술·사진·시화전, 체험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낮 동안 문화예술 공간이었던 왕송호수는 저녁이 되면서 음악 무대로 분위기를 바꿨다. ‘제2회 의왕시 왕송호수 가요제’가 열린 것이다.
가을 저녁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요제는 실내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는다. 자연경관과 음악이 결합하면서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뿐 아니라 계절과 공간 자체를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왕송호수 가요제와 관련해 아름다운 왕송호수의 가을밤이 흥겨운 노래와 열기로 가득 찼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왕송호수라는 의왕의 공간적 자산과 문화행사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역축제와 문화행사는 ‘무엇을 보여주느냐’ 못지않게 ‘어디에서 경험하느냐’도 중요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에서 문화행사가 반복적으로 열리면 시민에게는 장소에 대한 새로운 기억이 쌓인다.
평소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하던 호수가 어느 날 음악회장이 되고, 예술작품을 만나는 전시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험은 지역의 공간을 단순한 시설이나 관광지가 아니라 시민들의 추억이 축적되는 장소로 바꿔놓는다.
왕송호수 가요제 역시 단순한 노래 행사를 넘어 왕송호수라는 공간과 시민들의 문화 경험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왕송호수에서 시작된 문화의 열기는 갈미한글공원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제14회 갈미열린음악회’가 열렸다. 갈미열린음악회의 특징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꾸민 공연과 초청가수들의 무대가 함께 마련됐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관객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공연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은 생활문화 행사가 가진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전문 예술인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는 문화행사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이웃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문화행사 역시 지역공동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대에 선 주민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이웃들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객석의 시민에게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공연을 매개로 주민들이 만나고 함께 웃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 시장 역시 당시 현장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꾸민 공연과 초청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지며 이웃과 함께 웃고 즐기는 정겨운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로 14회를 맞은 갈미열린음악회라는 행사 명칭은 지역에 기반을 둔 문화행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행사는 한 번 크게 개최하는 것만큼 지속성도 중요하다. 주민들에게 매년 기다리는 행사가 생기고, 그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지역의 문화적 전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의왕의 문화행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일상’과 ‘참여’다. 의왕예술제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이 시민들과 만났고, 왕송호수 가요제에서는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음악을 즐겼으며, 갈미열린음악회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공연을 꾸몄다.
행사마다 형식은 달랐지만 문화예술을 시민의 생활공간으로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시 규모가 커지고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민들이 지방정부에 기대하는 행정 서비스의 범위도 넓어진다. 도로와 교통, 복지와 안전 같은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뿐 아니라 ‘어떤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삶의 질 문제도 중요해진다.
그 가운데 문화예술은 시민들의 일상 만족도와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다만 문화정책의 성과는 공연이나 축제를 몇 차례 개최했느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지역 예술인들에게 활동 기회가 제공되는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지, 행사가 지역의 공간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들은 ‘시민 가까이에 있는 문화’라는 공통된 방향을 드러냈다.
도시공원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공원이 산책과 운동, 휴식 중심의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연과 축제, 전시와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담는 복합적인 생활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의왕에서도 왕송호수공원과 갈미한글공원이 시민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별도의 대규모 시설을 찾아가지 않고도 생활권 안에서 문화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시민 입장에서는 접근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가족이 함께 산책을 나왔다가 공연을 관람하고, 아이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문화예술이 특별한 날에만 누리는 행사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에 자연스럽게 만나는 경험으로 바뀌는 것이다.
도시 입장에서도 공원이나 호수 등 기존 공간을 문화 콘텐츠와 연결하면 장소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자연경관을 갖춘 공간과 음악·미술 등 문화 콘텐츠가 결합하면 그 도시만의 차별화된 문화 경험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왕송호수에서 예술제와 가요제가 함께 열린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낮에는 미술과 사진, 시화전과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저녁에는 호수를 배경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하루가 만들어졌다. 장소와 문화 콘텐츠, 계절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된 셈이다.
이어 지역 문화행사가 갖는 또 하나의 기능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이웃과 교류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아파트와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돼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공간과 계기가 없다면 공동체 관계를 형성하기 쉽지 않다.
축제와 음악회는 이런 주민들을 한 공간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주민이 직접 무대를 꾸미는 행사는 단순한 관람형 공연보다 참여자와 관객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갈미열린음악회에서 주민들이 직접 공연을 꾸미고 초청가수 공연이 이어졌다는 점은 이러한 지역 문화행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지역문화의 힘은 유명한 공연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문화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커질 수 있다.
동호회 활동이나 주민 공연, 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 등이 지속되고 이를 시민들에게 선보일 공간이 마련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도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화도시는 거창한 구호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공연을 볼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는 도시가 시민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문화도시일 수 있다.
의왕에서 열린 세 문화행사는 규모와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시민들의 생활공간에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접점을 갖는다.
왕송호수공원에서는 지역 예술인의 작품과 공연이 시민을 만났고, 저녁에는 가요제가 가을밤을 채웠다. 갈미한글공원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공연과 초청가수 무대가 어우러졌다. 문화와 자연, 시민과 예술인이 같은 공간에서 만난 것이다.
김성제 시장도 문화예술을 시민 일상 가까이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을의 문턱에서 시민 여러분과 문화와 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어 더욱 반갑고 행복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시민 여러분의 일상 가까이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의왕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역축제가 지속가능한 도시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행사 이후도 중요하다. 문화예술 행사가 특정 계절이나 축제 기간에 집중되는 데서 나아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가 다음 과제가 될 수 있다.
지역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무대와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문화 활동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과 중장년, 노년층 등 세대별로 다양한 문화 수요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도 생활문화 정책에서 살펴볼 부분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공간적 특성과 문화 콘텐츠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왕송호수처럼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자연공간에 문화 콘텐츠를 입히고, 갈미한글공원처럼 주민들의 생활권에 있는 공간에서 참여형 프로그램을 이어간다면 의왕만의 생활문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은 도시를 하루아침에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이 함께 노래를 듣고, 지역 예술인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웃이 꾸민 공연에 박수를 보내는 경험이 반복되면 도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억도 달라질 수 있다.
왕송호수의 가을밤을 채운 노래와 갈미한글공원의 음악은 공연이 끝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함께했던 시민들의 경험은 도시의 기억으로 남는다. 의왕이 앞으로 만들어갈 문화도시의 모습도 결국 그 기억들이 얼마나 꾸준히 쌓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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