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초등 돌봄 통합 제도인 ‘늘봄학교’가 도입 2년 차를 맞는 가운데, 제도의 이면에서 고통받는 특수교사들의 현실이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을 통해 드러났다. 최만식 경기도의원은 27일 열린 제384회 경기도의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늘봄학교는 ‘퍼블릭 케어’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학교 현장을 철저히 외면한 채 미사여구로 포장된 망작”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늘봄학교는 정부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 내에서 돌봄과 방과후 활동을 통합해 운영하겠다는 구상 아래 2024년부터 시범 도입됐다. 정책 목표는 명확했다. 돌봄 공백 해소와 공교육 책임성 강화. 하지만 정책의 실제 운영 과정에서 ‘특수학급’은 철저히 배제된 채 제도 설계가 이뤄졌고, 이로 인한 업무 혼선과 책임 전가는 고스란히 특수교사의 몫이 됐다.
교육부는 뒤늦게 ‘교사 업무 전면 배제’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2025 늘봄학교 운영 길라잡이' 및 '2025 특수교육 운영계획'에 이를 명시했으나, 정작 2025년 시행 방안에서는 “장애학생 맞춤 지원은 교육청 특수교육 부서에서 추진”이라는 모호한 문장만을 삽입해 행정 혼선을 가중시켰다. 이로 인해 특수교육과와 늘봄 담당 부서 간의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현장에서는 특수교사와 돌봄 인력 간의 갈등이 격화됐다.
최 의원은 “교육부의 부실한 안내와 무성의한 행정이 특수교육 현장을 비난과 불신, 상처가 얽힌 격렬한 충돌의 장으로 만들었다”며 “그 피해는 결국 장애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의 특수교사 이지현(가명) 씨는 “늘봄학교가 시작된 이후, 수업 준비나 개별화 교육보다 행정 보고서를 먼저 작성해야 할 정도”라며 “정작 장애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 김연수(가명) 씨는 “늘봄 관련 자료 취합, 실적 보고, 계획서 작성까지 모두 특수교사가 떠안고 있다”며 “우리는 행정직이 아니라 교육자다. 그런데 정책은 그런 기본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만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초등 3학년 발달장애 아들을 둔 학부모 박은주(40) 씨는 “우리 아이는 하루 일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불안감이 큰데, 늘봄 도입 이후 담임 선생님이 너무 피곤해 보인다”며 “교사가 아이한테 집중할 수 있어야 정책이 성공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더 큰 문제는 경기도교육청의 대응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기도교육청만이 여전히 특수학급의 늘봄학교 행정 업무를 특수교사에게 맡기고 있는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나머지 16개 교육청은 모두 특수학급 또한 일반 돌봄처럼 늘봄지원실이 행정업무를 전담하도록 조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경기도교육청은 도대체 왜 혼자 거꾸로 가고 있는가”라며 “특수교사는 교사입니까, 아닙니까”라는 직설적인 질문을 임태희 교육감에게 던지며 강한 문제의식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특수학급의 행정업무 주관 부서를 특수교육과에서 지역교육정책과로 이관하고, 2025학년도 2학기부터는 특수교사가 늘봄 관련 행정에서 완전히 배제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늘봄학교와 같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수용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정 서울교대 교육행정학과 교수는 “늘봄학교와 같은 통합 돌봄정책은 취지는 훌륭하지만, 현장의 현실과 교원 구조, 특히 특수교육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제도 설계는 오히려 제도에 대한 저항과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특수교사는 단순한 행정 담당자가 아닌 교육 전문가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발언 말미에 “‘늘 봄처럼 따뜻해야 할’ 늘봄학교가 특수교육 현장에서도 그 이름처럼 따뜻한 제도로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하며,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의 책임 있는 제도 개선을 거듭 주문했다.
이번 5분 자유발언은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특수교사들이 겪는 구조적 문제와 행정의 사각지대를 드러낸 중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돌봄의 공공성을 표방한 ‘늘봄학교’가 진정한 교육 복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정책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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