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과거 미군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며 오랜 시간 상처를 안고 살아온 화성시 매향리를 ‘평화와 생명이 공존하는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단순한 지역 관광 활성화를 넘어 역사적 치유와 미래지향적 가치 확산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8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되는 ‘매향리, 평화와 희망의 문을 열다’ 행사는 과거의 아픔을 문화와 생태, 체험 콘텐츠로 재해석한 융복합 관광 프로그램이다. 특히 ‘기억의 장소’를 ‘경험의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존 관광 정책과는 차별화된다.
매향리는 오랜 기간 미군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며 지역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던 곳이다. 소음과 안전 문제, 환경 훼손 등 복합적 갈등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국가 안보와 주민 삶의 충돌’이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단순히 ‘기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를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즉,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번 사업은 ‘2025 경기도 융복합 관광콘텐츠 개발’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핵심은 문화예술과 생태 체험을 결합한 ‘복합형 관광 모델’이다.
대표 프로그램인 ‘RE:매향 농섬여행’은 공연과 자연을 결합한 형태로 구성된다. 평화의 의미를 담은 연극과 뮤지컬, 서해 갯벌을 배경으로 한 음악회와 북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이는 단순한 관람형 이벤트가 아닌, 공간 자체가 하나의 공연 무대로 확장되는 체험형 콘텐츠다.
또 다른 축인 ‘RE:매향 생태여행’은 매향리 갯벌과 철새를 중심으로 한 생태 탐방 프로그램이다. 자연환경의 가치와 생태 보존의 중요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교육형 관광 콘텐츠로 설계됐다.
특히 GPS 기반 모바일 앱을 활용한 미션형 게임과 캐릭터 수집 활동은 관광객 참여도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이는 최근 관광 트렌드인 ‘체험형·참여형 콘텐츠’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과 MZ세대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사격장 폐쇄 기념 갯벌 퍼포먼스’다. 행사 첫날인 30일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과거 폭격 중단을 선언했던 날을 기념해 마련됐다.
참가자 전원이 갯벌에서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공동체적 기억을 재현하는 ‘집단 체험’의 성격을 띤다. 이는 관광 콘텐츠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 전달’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프로젝트는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주말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수도권 관광 수요를 직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다.
참가비를 1만 원 수준으로 낮춘 것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광객 분산과 안전 관리까지 고려한 설계다.
다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매향리 관광이 성공하려면 상설 프로그램화와 지역 주민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매향리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억을 소비하는 관광’이 아닌 ‘가치를 공유하는 관광’에 있다.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재와 미래의 메시지로 확장하는 구조다.
이는 최근 관광 정책에서 강조되는 ‘스토리 기반 관광’, ‘지속가능 관광’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역사적 장소를 단순 유적지가 아닌 살아 있는 콘텐츠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실험 의미도 크다.
경기관광공사 측은 “이번 사업이 매향리를 평화와 생명의 상징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향후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 대표 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매향리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 개발 사업이 아니다. 이는 역사적 상처를 어떻게 기억하고, 그것을 어떻게 미래 가치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실험이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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