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한국 사회는 저출생과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마주한 지 오래다. 출산율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저이고,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과 고령화 심화로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그러나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경기도 오산시와 군포시가 함께 준비한 ‘청춘만남 페스티벌 SOLO만 오산×군포시럽’이 그 사례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람이 도시를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1월 22일, 오산시 메르오르 광장은 들뜬 표정의 청년들로 가득 찼다. 연령대가 비슷한 청년들이 교류하고, 만남을 이어가며 ‘관계’라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자리였다. 오산시 이권재 시장은 자신의 SNS에 행사 의미를 정리하며 “결혼과 가족의 가치가 흐릿해지는 시대에, 청년들이 사랑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오산과 군포의 협력은 단순한 도시 간 문화 이벤트가 아니다. 양 지자체는 지난해부터 청년 네트워크 구축, 연애·결혼·정착 지원 프로그램을 정책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번 행사는 그 첫 실천 모델이다.
행사는 두 가지 목표에 집중했다. 쳇째, 청년들이 서로를 만나고 연결되는 환경 만들기, 둘째, 도시에 정주할 이유를 제공하는 생태계 구축 등이다.
이권재 시장은 “그동안 청년 정책은 일자리·주거 지원에 집중돼 왔지만, 정작 청년들의 ‘삶의 만족’과 ‘관계 형성’ 문제는 외면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이 도시에서 꿈꾸고, 일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진짜 ‘머무르는 도시’가 된다”고 말했다.
행사 준비는 단순하지 않았다. 참석자 선정, 교류 프로그램 설계, 안전관리, 사후 매칭 지원까지 모든 과정이 행정-민간 협업 체제로 운영됐다. 한 관계자는 “시작 단계부터 목표는 단순한 ‘스쳐간 만남’이 아니라 ‘관계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은 한국 지방자치 역사에서 찾기 어려운 새로운 움직임이다. 과거 행정은 교통, 건설, 환경, 복지 등 ‘공공 서비스’ 영역에 집중했지만, 이번 행사는 “정부가 청년들의 인연 형성을 돕는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는 일본, 프랑스 등 이미 저출생 위기가 시작된 국가들이 채택한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예컨대 일본 일부 지역은 지자체 주관의 커플 연결 시스템을 운영해 실제 결혼으로 이어진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 이후에도 정책은 이어진다. 두 도시는 매칭 후 사후 모임을 지원하는 ‘청년 사교 커뮤니티 프로그램’, 생활권 기반 정착 지원, 지역 일자리 연계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권재 시장은 “오늘 만남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오산과 군포는 청년들이 꿈꾸고, 사랑하고, 머물 수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장은 행사 종료 직후 또 다른 시민 축제인 ‘오! 해피산타마켓 시민 퍼레이드’ 현장으로 이동했다. SNS 말미에 “산타복을 입고 행사장으로 간다”며 “현장에서 시민들과 다시 만나겠다”고 남겼다. 이 모습은 행정이 탁상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아울러 오산과 군포의 청년 축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도시는 사람을 선택하는가, 아니면 사람이 도시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는가.”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출산율을 높이라는 지시나 정책 지원금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청년이 도시를 ‘느끼고’, ‘머물고 싶고’, ‘관계가 연결되는 곳’이어야 인구는 움직인다.
이번 행사는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일 수 있다. 오산과 군포의 실험이 정책이 문장이 아닌 삶으로 남을 수 있을지, 결과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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