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 혼잡·환경 악화, 연간 수천억 손실 우려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화성시 동탄2 유통3부지에 추진 중인 물류센터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업자는 당초 52만㎡ 규모에서 40만㎡로 축소하는 보완 계획을 제출했지만, 교통 혼잡과 환경 부담은 여전히 오산시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류센터는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로 촉발된 ‘라스트 마일 배송’ 경쟁에서 핵심 인프라다. 수도권 남부에 초대형 센터가 들어서면 전국 단위 물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이익의 상당 부분은 사업자와 화성시에 집중되는 반면, 비용은 오산시민이 분담하게 되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교통영향평가 재심의의 핵심 쟁점은 물류 차량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다. 오산IC와 동부대로는 이미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심각하다. 이곳에 하루 수천 대의 대형 화물차가 추가되면 교통 정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교통 혼잡 비용을 단순 계산해도 연간 수천억 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차량 지체로 인한 연료 소모, 대기오염, 물류 지연 등은 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오산은 중소 제조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도시로, 교통 체증은 곧바로 지역경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송진영 오산시의원은 “좌회전 금지나 CCTV 설치 같은 임시 대책으로는 교통지옥을 막을 수 없다”며, “물류차량 수천 대가 추가된다면 오산시민의 생활뿐 아니라 인근 산업단지의 물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류센터 가동 시 오산 도심 한복판이 대형 화물차 통행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거지 가치 하락과 상권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교육시설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오산 도심 구조상, 생활환경 악화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조미선 의원은 “인근 도시의 개발 이익을 위해 오산시민이 주거·상권 침체라는 비용을 떠안는 구조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물류센터 인근의 상권은 대형 화물차 통행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거지 인근은 환경 민원으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대형 화물차에서 배출되는 매연은 대기질 악화로 이어진다.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유해 물질은 장기적으로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하락이라는 경제적 부담을 낳는다.
환경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대형 물류센터는 단기적으로 물류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 환경 비용이 축적되어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 불경제가 오산시에 집중되는 점이 현재 논란의 핵심이다.
반대로, 물류센터 건립은 화성시와 사업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물류 거점 확보는 고용 창출, 지방세수 증가,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화성시는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이는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산시의 반발처럼 인접 도시의 비용을 무시한 개발은 ‘제로섬 성장’에 그칠 수 있다. 즉, 한 지역의 이익이 다른 지역의 손실로 상쇄되는 구조라면, 경기도 전체 차원에서는 순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사안은 경기도가 광역조정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경기도는 지난 5월 심의에서 화성시·오산시·사업자 협의를 조건으로 달았지만, 오산시와 사업자 간 실질적인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예슬 오산시의원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절차는 명백히 문제”라며 “공해와 교통지옥을 유발하는 물류센터 설립에 오산시는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이는 곧 경기도의 중재 실패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는 기초지자체 간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경제적 편익과 비용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교통 혼잡 비용, 환경 비용,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종합적으로 산출하는 ‘총비용-총편익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탄 물류센터 건립 논란은 단순한 도시개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수도권 남부 물류 경쟁력 강화라는 기회와, 인접 도시 시민들의 교통·환경 비용이라는 위기가 맞부딪친 경제 갈등이다.
경기도가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특정 도시의 단기 이익보다 광역 경제권 전체의 장기 편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물류 혁신이라는 산업적 성과가 시민 안전과 지역경제 기반을 파괴한다면,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비용 전가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경기도가 ‘경제적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지, 아니면 기초지자체 간 갈등을 방치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나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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