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중앙정부 개입이 참여권 제약” 반발
 
[이코노미세계] 지난 9월 16일, 의정부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고양시청사 이전과 관련한 주민소송 1심 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고양시민 윤용석 씨. 그는 ▲시청사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 예산 미편성 ▲예비비 지출 미승인 ▲시의회 감사 요구 불이행 등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이 가운데 3개 청구는 주민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각하했지만, “시의회 시정요구 중 변상요구를 처리하지 않은 점은 위법”이라며 부분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주민소송의 의미를 다시 부각시켰다. 주민이 직접 지방정부의 행정 집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심리해 위법 여부를 가리는 과정 자체가, 한국 지방자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고양시는 법리적 모순을 이유로 항소를 준비했으나, 항소 마감일인 9월 30일 법무부 장관이 ‘항소 포기 지휘’를 통보하면서 사건은 그대로 확정됐다. 시는 “승소 가능성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법무부 지휘권 앞에 기초자치단체의 자율성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주민소송은 주민이 직접 지방권력을 견제하는 제도인데, 항소 여부가 중앙정부 판단에 달려 있다면 제도의 취지가 크게 훼손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지방정부가 시민과 함께 법리 다툼을 이어갈 권리마저 봉쇄된 셈”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주민소송은 주민이 지방정부의 위법한 재정 집행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제기 요건이 엄격해 실제 법원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고양시 사건은 드물게 판결까지 도달했음에도, 항소가 무산되면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일부 위법을 인정했음에도 법무부의 지휘로 항소가 차단됐다면, 주민소송이 단순히 1심 판결에서 멈춰버리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시민의 참여와 견제권이 형식적 권리에 그칠 위험성을 내포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지방자치와 국가 감독권의 충돌’로 규정한다. 한 지방행정학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항소조차 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주민소송의 의미가 반감된다”며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일정 범위 내 독립적 소송권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사회 인사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시청사 이전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가 시민과 함께 정책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였다”며 “중앙정부의 개입이 시민참여를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는 항소 포기라는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확정 판결에 따라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단순한 행정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시민이 직접 제기한 소송에서 위법성이 확인됐는데, 후속 조치가 미온적이라면 공공 신뢰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적 공방을 넘어,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어떻게 책임지는가, 시민이 제기한 목소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남긴다.
고양시청사 사건은 주민소송 제도가 ‘시민 참여형 견제 장치’로 작동하면서도 동시에 중앙정부의 지휘 구조 속에서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주민소송 제기 요건 완화 ▲지방정부의 독립적 항소권 보장 ▲법무부 지휘 절차의 투명화 등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소송은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시민이 지방권력에 대해 행사하는 최후의 견제권이다. 고양시 사건은 이 권리가 어디까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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