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상권활성화센터 출범, 변화 속도 더 빨라져
[이코노미세계] 경기 용인특례시가 구갈상점가 구역을 기존의 세 배가 넘는 규모로 확대한 결정은 단순한 행정 고지가 아니다. 팬데믹 이후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골목상권이 회복의 기로에 선 시점에,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상권 체질 개선형 처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이번 조치는 상점가 지정이 갖는 실질적 혜택으로 온누리상품권 가맹 확대, 지역화폐 적용 요건 완화, 상권별 전략 수립 지원 등을 대폭 확장함으로써 소상공인의 매출 기반을 직접적으로 넓혀주는 정책적 실험으로 평가된다.
구갈상점가는 2017년 용인에서 최초로 지정된 상점가로, 수년간 상권 운영 경험을 축적해온 곳이다. 하지만 상권의 공간적 한계, 업종 분포의 단조로움, 소상공인 지원제도 접근성 등 여러 문제도 동시에 안고 있었다. 용인시는 이 상권의 정체기를 ‘확대·재편’이라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용인시는 구갈상점가 면적을 약 3.6배(9715㎡ → 3만6072㎡)로 늘렸다. 이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소비 동선을 재편하고 주변 상권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공간 전략에 가깝다.
구역 확대로 새롭게 상점가 혜택을 적용받는 점포가 대거 늘어나면서 상권은 기존 중심부 위주의 구도에서 벗어나, 주변 골목·생활권 상점까지 흡수하는 ‘확장형 상권 구조’를 갖추게 된다.
온누리상품권 가맹 등록이 가능해지는 점포 수는 기존 240곳에서 최대 543곳으로 확대된다. 특히 온누리상품권·지역화폐를 선호하는 ‘생활형 소비층’, 고령층, 주부층의 재래상권 방문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커진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상권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지역 상권은 코로나19 이후 회복 격차가 커졌다. 일부 지역은 반등했지만, 동네 골목형 상권은 여전히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의 온라인 소비 확대는 오프라인 상점가의 경쟁력 약화를 가속했다. 이런 구조적 변화 속에서 지자체는 ‘상권 단위’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고민해왔다.
용인시의 이번 조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등장했다. 개별 점포 지원이 아니라, ‘상권 전체의 규모·접근성·정책 혜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상점가로 지정되면 지역화폐 가맹을 위한 매출 기준이 30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낮아진다. 이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매우 현실적인 지원이다. 기존 기준을 넘기 어려워 혜택에서 제외됐던 점포들이 새롭게 정책 대열에 포함되는 셈이다. 용인시는 이 제도를 상권 재편의 기초 인프라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내년 상권활성화센터 출범을 계기로 상권별 전략과 맞춤형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지구 확대가 중장기 상권정책의 출발점임을 시사한다.
센터가 출범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상권 데이터 기반 분석 △상권별 브랜드 전략 수립 △상권 특색 맞춤형 마케팅 △업종 재배치·환경개선 등 구역 단위 개선사업 추진 등이다. 즉, 구갈상점가 확대는 향후 용인 전역의 상권 정책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용인시는 이미 다양한 유형의 상권이 존재하는 도시다. 하지만 다수는 규모가 작고 분절된 형태로 분포하고 있어 성장 전략이 어려웠다. 그런 도시적 특성 속에서 구갈상점가 확장은 ‘상권 단위 통합 관리’의 첫 사례로 평가된다.
예상되는 긍정적 효과로는 △매출 기반 확장 △상권 내 유동 인구 증가 △상점가 브랜드 가치 상승 △중장기적 도시경쟁력 강화 등이다.
그러나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업종 편입에 따른 상권 정체성 관리 문제, △개별 상인의 정책 이해도·참여도 제고 필요, △상권간 형평성 이슈, △경쟁 상권과의 중복·잠식 가능성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상권 확장은 물리적 확대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상인 조직력 강화’와 ‘상권 특색 찾기’가 병행되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번 구갈상점가 확장은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용인 지역상권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가늠하게 하는 신호탄이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확대와 지역화폐 접근성 개선은 상인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는 ‘실질적 정책’이다. 여기에 내년 출범 예정인 상권활성화센터가 전략과 실행력을 더하게 되면, 구갈상점가는 용인의 대표적인 상권혁신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 상권의 침체는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 생활권의 활력, 도시의 매력도, 지역 공동체의 안정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상점가 확대는 용인이 선택한 도시경제 전략의 새로운 챕터이자 앞으로의 상권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상징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용인시가 이 기회를 어떻게 전략화하느냐에 따라, 구갈상점가뿐 아니라 용인 전체 상권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