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의 절박함 대변한 생활형 의정

[이코노미세계] “급속충전기는 짧은 시간만 쓰고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아파트 주민들의 생활 패턴과 맞지 않다.”
9월 9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8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병숙 의원은 생활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도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기관 소유 공동주택 충전기 규제, 예술중학교 설립 부족, 초등학교 영양교사 인력난까지—모두 화려한 정책 수사가 아닌, 도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생활형 의정’이었다.
이 의원은 먼저 공공기관 소유 공동주택·기숙사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을 문제 삼았다. 경기도 조례는 급속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파트 주차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급속충전기는 짧은 충전 후 곧바로 차량을 옮겨야 한다. 장시간 주차가 일상인 공동주택 생활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실제 주민들은 완속충전기를 선호한다. 정부도 생활거점에는 완속충전기를 중심으로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속충전 의무화’라는 획일적 규제가 주민 불편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조례 개정을 통해 급속충전기 설치를 자율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원 광교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급속충전기 때문에 주차 자리가 줄어들어 오히려 불편하다”며 “우리 생활 방식에 맞는 충전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두 번째 문제는 예술중학교 설립 부족이었다. 서울은 이미 2곳, 인천은 공립 예술중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경기도에는 계원예술중학교 단 1곳뿐이다.
이 의원은 “전국 최대 인구를 가진 경기도가 예술교육 인프라에서 뒤처져 있다”며 “문화 경쟁력은 교육에서 출발하고, 예술교육은 특혜가 아닌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는 “문화산업은 지역 경제와 직결된다”며 “예술중학교 설립은 단순한 특수교육이 아니라, 창의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 전략과 맞물린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이 의원은 영양교사 배치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지역구 내 한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2,000명이 넘는데 영양교사는 단 1명뿐이다. 배식 지도, 위생 관리, 알레르기 대응, 급식 민원 처리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보건교사는 일정 학급 이상일 경우 복수 배치가 가능하지만, 영양교사에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결국 급식 안전과 영양교육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급식 안전을 강화하고 영양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시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 불안하다. 위생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영양교사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병숙 의원은 “이번 도정질문은 거창한 비전이나 복잡한 정책이 아니라, 주민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들을 다뤘다”며, 실질적 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다. 그만큼 정책은 ‘현장 적합성’과 ‘도민 체감도’가 핵심이다. 전기차 충전, 예술교육, 급식 안전이라는 생활형 현안은 특정 집단의 민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본적 삶의 질과 직결된다.
지방의회의 진짜 역할은 화려한 비전 제시보다 생활 현장 문제 해결에 있다는 점을 이번 질의는 선명히 보여줬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