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1945년 10월 10일, 일본 감옥에서 한 독립운동가가 풀려났다. 이름은 원심창.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 공사를 처단하려다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그는, 광복 이후에도 민족을 위한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2026년, 그의 고향인 평택에서 그 이름이 다시 울려 퍼졌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원심창 의사의 출옥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밝히며,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을 공식화했다. 이번 기념식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지역 정체성과 역사 교육의 방향을 되묻는 계기로 평가된다.
원심창 의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사건은 1933년 ‘육삼정 의거’다.
중국 상하이의 한 식당 ‘육삼정’에서 일본 공사를 처단하려 했던 이 의거는, 실행 직전 밀정의 밀고로 실패로 끝났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일본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겉으로는 ‘미수 사건’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전혀 다르다.
육삼정 의거는 당시 일본의 대륙 침략 전략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과 중국 양국의 항일 의식을 크게 고양시켰다. 윤봉길·이봉창 의거와 함께 ‘일제강점기 해외 3대 의거’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이 사건은 단순한 무장 투쟁이 아닌, 국제 여론전을 겨냥한 정치적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은 “육삼정 의거는 실패가 아니라, 항일운동의 전략적 확장이었다”고 평가한다.
원심창 의사는 체포 이후 일본에서 긴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광복이 찾아오기까지 그는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해방 이후 그의 삶은 멈추지 않았다.
일본에 남아 재일한인 사회의 안정과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했고, 평화통일운동에도 헌신했다. 이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귀국 이후 정치적 갈등 속에 소외되거나 잊혀졌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그리고 ‘독립운동가’라는 과거형에 머물지 않고, 해방 이후에도 민족의 미래를 고민했던 인물이었다.
이번 기념식은 평택시가 원심창 의사를 지역의 대표적 역사 인물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장선 시장은 “앞으로도 기념사업회와 함께 그의 뜻과 업적을 널리 알리고,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전하기 위한 선양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념사업을 넘어, 지역 기반 역사 교육의 확대를 의미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인물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 역사 관광 자원화, 청소년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지역 정체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평택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원심창 의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 콘텐츠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원심창 의사는 윤봉길, 이봉창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 중심의 역사 재조명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그의 이름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립운동사는 일부 영웅 중심 서술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원심창 의사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재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평택이라는 지역적 기반은 그의 서사를 더욱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번 기념식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교육적 가치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지역 기반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과서 속 추상적 역사 대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인물을 통해 역사를 체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원심창 의사의 삶은 이러한 교육 모델에 적합한 사례다. 해외 독립운동, 국제적 항일 네트워크, 해방 이후 민족운동이 모든 요소가 한 인물의 생애에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가 추진할 선양사업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지역 교육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원심창 의사를 기리는 사업은 기념식과 일부 홍보에 머무는 수준이다.
원심창 의사의 삶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식민지 시대를 살아낸 민족의 서사다. 또, 그 서사는 지금, 평택이라는 지역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역사는 기록되는 순간이 아니라, 기억되는 순간 살아난다. 평택이 선택한 ‘기억의 방식’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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