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공간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이 도시를 변화시킨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던진 이 한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도시 정책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선언이다. 광명시가 최근 청소년수련관 1층에 조성한 ‘인생정원 3호’는 그 선언이 현실로 구현된 사례다.
광명시는 이미 노인복지관 두 곳에 ‘인생정원’을 설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청소년 공간으로 확장했다. 단순한 녹지 조성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바꾸는 공간’이라는 철학이 반영된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향후 장애인복지관, 공공청사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히면서, 인생정원은 개별 시설을 넘어 도시 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번에 조성된 인생정원은 청소년수련관 1층에 위치한 실내정원이다. 자연을 실내로 들여와 학생들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광명시는 이 공간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정서적 치유와 관계 회복의 장소’로 설정했다. 시험이 끝난 뒤 긴장이 풀린 학생들이 이곳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친구와 갈등을 겪은 뒤에는 화해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청소년이 이곳에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사색의 공간’으로도 기능한다는 점에서 기존 청소년시설과 차별화된다. 즉, 인생정원은 ‘머무는 공간’을 넘어 ‘생각하게 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광명시가 강조하는 인생정원의 핵심 개념은 ‘대화’다. 사람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소통한다. 가족, 친구,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과의 대화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인생정원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장치다. 식물과 나무를 매개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자기 성찰 플랫폼’이다.
광명시는 “식물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개념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심리적·정서적 회복을 목표로 하는 ‘치유형 공간’으로 해석된다.
인생정원 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세대별 확장’이다. 광명시는 처음 노인복지관에 인생정원을 설치해 어르신들의 휴식과 정서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청소년수련관으로 확장하면서, 세대 간 다른 삶의 단계에 맞는 공간 활용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노인에게는 쉼과 안정의 공간이라면, 청소년에게는 성장과 관계 회복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식이다. 다음 단계로는 장애인복지관에 인생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시설 확충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포용적 공간 정책’으로 읽힌다.
광명시는 인생정원을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 정책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향후 공공청사를 신설할 때 실내정원을 필수적으로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은 의미가 크다. 이는 인생정원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정책은 최근 도시계획에서 강조되는 ‘사람 중심 공간 설계’와도 맞닿아 있다. 기존 도시가 효율성과 기능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인생정원은 감정과 관계를 고려한 공간 설계라는 점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광명시의 인생정원 정책은 분명 신선한 시도다. 정원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시민의 정서와 관계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분위기까지 바꾸겠다는 접근은 기존 행정에서 보기 드문 방식이다.
다만 정책의 지속성과 효과 측정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실제로 청소년의 정서 안정이나 관계 개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유지·관리 비용과 공간 활용률 문제도 검토 대상이다. 단순히 설치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정책의 의미가 살아난다.
인생정원은 거창한 개발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은 도시 정책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도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시민은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광명시의 실험은 ‘도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원 하나가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이 작은 시도는, 도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조용히 제시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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