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언제까지 집행부가 짜온 예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가? 하남시의회가 시 개원 이후 처음으로 증액 수정예산안을 의결하며 지방자치의 권한 구조에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행정사무감사와 본예산 심사를 포함한 제344회 제2차 정례회를 끝으로 2025년도 의사일정을 마무리한 하남시의회는 이번 결정을 ‘지방의회의 역할 재정립’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정례회는 제9대 하남시의회 마지막 정례회라는 상징성에 더해, 2026년도 본예산 심사와 행정사무감사가 동시에 진행된 일정이었다. 그 중심에는 ‘예산 편성권과 심의·의결권의 경계’라는 오랜 지방자치의 숙제가 놓여 있었다.
이번 정례회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1991년 하남시의회 개원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예산 증액 의결이다. 하남시의회는 지난 1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보고안에 대한 수정안을 포함해 총 7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금광연 의장은 “처음 시도하는 증액 수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없을 수는 없었다”면서도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기다리기만 하는 구조로는 더 이상 지방의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 하남시의회는 그동안 의원 발의 조례나 주민 요구가 담긴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선심성·전시성 사업 위주의 재정 운영이 반복돼 왔다고 보고 있다. 이번 증액 결정은 그러한 관행을 정면으로 뒤집는 선택이었다.
금 의장은 이번 결정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헌법 조항까지 직접 언급했다.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 그리고 지방자치법 제37조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설치와 권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라는 헌법정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의 독단적인 예산 편성권이 시의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넘어서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쌍두마차’”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단순히 하남시 내부의 갈등을 넘어, 전국 지방의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예산 편성권은 집행부에, 심의·의결권은 의회에 있다는 원칙이 현실에서는 형식적으로만 작동해 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종합심사를 통해 총 11억5천169만9천 원을 감액하는 동시에, 시민 안전과 생활에 직결된 8개 사업에 3억5천만 원을 증액하는 수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의회는 이번 예산 조정을 두고 “무조건적인 증액이 아닌, 재정 건전성과 민생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감액 대상에는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우선순위가 낮다고 판단된 사업들이 포함됐고, 증액은 시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집중됐다.
금 의장은 “지방자치법 제127조 3항에 따라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동의를 전제로 예산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며 “그동안 집행부가 방만한 재정 운영을 하면서도 의원 발의 조례와 민생 예산을 외면해 온 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도 함께 채택됐다. 자치행정위원회와 도시건설위원회를 통해 총 167건의 지적 및 시정 요구사항이 도출됐다.
자치행정위원회는 △하남문화재단 예비비 과다 편성 및 반복적 수의계약 △기간제 근로자 퇴직금 누락 △학대피해아동쉼터 운영 관리 부실 △K-스타월드 사업 예산·용역 관리 부재 등 총 106건을 지적했다.
도시건설위원회 역시 △그린벨트 불법 행위 관리 소홀 △공영주차장 거주자 우선 배정 제도의 공정성 문제 △얼음냉장고 운영 관리 미흡 △K-스타월드 사업의 주거시설 비중과 사업 목적 불명확성 등 61건의 지적 사항을 담았다.
의회는 이번 감사 결과를 두고 “예산 심사와 행정 감사가 분리된 절차가 아니라, 하나의 책임 정치 과정임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광연 의장은 정례회를 마무리하며 “첫걸음은 어색하고 때로는 아플 수 있지만, 이번 선례가 하남시와 시의회가 보다 성숙한 분권과 협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증액 수정예산 의결은 향후 하남시 집행부와 의회 간 관계 설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동시에 전국 지방의회에도 “예산은 누구의 권한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한편, 2026년 병오년 새해 첫 회기는 제345회 임시회로, 내년 2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 열릴 예정이다. 하남시의회의 이번 선택이 일회성 사건에 그칠지, 지방자치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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