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화성특례시가 ‘느린 학습자(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책 대응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의회에서 제기됐다. 단순한 교육 지원을 넘어 취업과 사회 진입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형상 장애가 드러나지 않아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온 이들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화성특례시의회 배현경 의원은 3월 16일 열린 제24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느린 학습자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지원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배 의원은 “느린 학습자는 겉으로 장애가 드러나지 않아 학습과 사회 적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청년기로 접어들면서 취업과 사회 진입에서 겪는 어려움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느린 학습자는 일반적으로 지능지수(IQ)가 70~85 사이에 해당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지적장애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평균보다 낮은 인지 능력으로 인해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는 이들이 장애인 복지 제도의 대상이 아니면서도, 일반 교육 체계에서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학령기에는 학습 부진으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취업 실패와 사회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기 쉽다. 특히 직무 이해도와 의사소통 능력 부족으로 인해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취업 이후에도 장기 근속이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느린 학습자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시를 비롯해 고양시, 안산시 등 일부 지자체는 조례 제정과 함께 맞춤형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공통적으로 ▲실태조사 ▲교육 프로그램 ▲취업 연계 ▲가족 지원 등을 핵심 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년기 이후의 자립 지원에 초점을 맞추며 단순 복지에서 벗어나 ‘사회 참여’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화성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일부 시범 사업이 진행됐지만, 정책의 지속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의원은 화성시가 추진한 ‘느린 학습자 청년 취업 지원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당 사업은 사회적 경제 기업과 협력해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참여자와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확장성’이다. 현재 사업이 사회적 경제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일반 기업으로의 참여 확대가 미진한 상황이다. 이는 곧 취업 기회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배 의원은 “시범사업이 일정 성과를 거둔 만큼 이를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정책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 의원은 화성시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느린 학습자 실태조사’다. 현재 화성시 내 경계선 지능 청년의 규모와 특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책 설계의 출발점은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인 만큼,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태조사는 단순한 숫자 파악을 넘어 교육 수준, 취업 경험, 생활 환경 등 다층적인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책을 설계해야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는 고용 지원 정책 확대다. 단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직무 교육과 기업 연계가 핵심이다. 특히 일반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세제 혜택 ▲고용 보조금 ▲인식 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느린 학습자에 대한 정책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사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들은 ‘뒤처진 존재’가 아니라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람들’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배 의원 역시 “느린 학습자는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유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 발굴부터 교육, 고용, 자립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생애주기별 지원’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아동기에는 조기 진단과 교육 지원, 청소년기에는 진로 탐색, 청년기에는 취업과 자립 지원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화성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다양한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중에서도 느린 학습자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 고용, 복지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여겨졌던 문제가 공공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이는 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다.
화성시가 이번 제안을 계기로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태조사와 제도 설계, 기업 참여 확대라는 과제를 풀어낼 수 있다면, 느린 학습자 지원 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보이지 않는 경계’에 놓인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 그것이 지금 화성시가 마주한 과제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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