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대입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업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대입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한 번 ‘실행의 문턱’에 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임 교육감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제 남은 것은 공동의 결단과 실행”이라며,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협력 체계 구축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수년째 반복돼 온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선언과 공감의 수준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해 온 현실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대입제도는 교육정책 가운데서도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영역으로 꼽힌다. 학생·학부모의 삶과 직결되고, 대학과 학교 현장, 국가 경쟁력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입개혁은 정권과 교육감 교체 때마다 방향을 달리하며 일관된 로드맵을 갖지 못했다. 그 결과 학교 현장은 잦은 제도 변화에 피로감을 호소했고, 학생들은 ‘예측 불가능한 입시’ 속에서 사교육 의존을 벗어나지 못했다.
임 교육감은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대입개혁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여는 일”이라며, 개별 기관이나 지역 차원의 실험이 아닌 국가적 합의와 실행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입제도를 단순한 선발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미래 인재상까지 포괄하는 과제로 바라본 인식에서 출발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난해 1월 ‘미래 대입개혁안’을 제시하며 논의의 물꼬를 텄다. 핵심은 암기와 줄 세우기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제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 학교 현장에서는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평가 방식이 실제로 운영되며 공정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대입개혁이 이론이나 구호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 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며, 제도와 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현장과 제도의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 가능성을 스스로 입증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대입 관련 개혁안 역시 경기도교육청과 유사한 문제의식과 방향성을 담고 있다. 교육의 본질 회복, 학생 중심 평가, 공정성 강화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실행 구조다. 각 기관이 각자의 역할과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서, 전체 로드맵과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임 교육감이 “이 4자가 따로 움직이면 개혁은 선언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 방향이 비슷하더라도, 이를 실제 제도와 현장 변화로 연결할 통합적 시스템이 없다면 개혁은 반복되는 담론으로 소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교육감은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래 대입개혁 4자 실무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시도교육청, 대학이 한 테이블에 모여 역할을 분담하고 공동 로드맵을 마련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 교육 방향을 설계하고, 교육부가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며, 시도교육청이 학교 현장의 변화를 책임지고, 대학이 미래 인재 선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역할을 제시했다. 이는 책임을 분산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책임을 명확히 나누는 구조다. ‘공동의 결단, 공동의 로드맵, 공동의 책임’이라는 표현에는 개혁을 둘러싼 책임 회피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아울러 대입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넓다. 문제의식도, 방향성도 상당 부분 공유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각 기관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데 머물지 않고, 불가피한 부담과 책임을 함께 감수하겠다는 정치적·행정적 선택이 요구된다.
임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은 대입개혁 논의의 첫 방아쇠를 당긴 만큼, 협력과 책임의 자세로 이 개혁을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스스로를 개혁의 당사자로 묶는 선언이다. 대입개혁이 또 한 번의 구호로 끝날지, 아니면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지는 이제 공동의 결단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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