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내에서 최고 연 3만%를 넘는 초고금리를 적용한 불법 사금융 조직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음성 금융의 실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불법 사금융 전담 조직(TF)을 투입해 집중 수사를 벌인 결과 총 12건, 21명의 피의자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건은 이미 검찰에 송치됐으며, 나머지 사건도 순차적으로 송치될 예정이다.
이번 수사는 단순한 불법 대부업 단속을 넘어, 고금리·고물가 시대 속 금융 취약계층이 어떤 방식으로 착취당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사 결과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무등록 대부업자 A씨 일당이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소액을 대출해준 뒤 단 일주일 만에 원금의 수배를 이자로 요구했다. 연 이율로 환산하면 무려 3만1937%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구조로, 채무자를 지속적으로 채무의 늪에 빠뜨리는 전형적인 불법 사채 수법이다.
또, 불법 사금융의 표적은 개인을 넘어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영세 소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받을 미수금이나 기업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뒤 법정 이율을 초과한 선이자와 각종 수수료를 떼어내는 방식이 적발됐다.
겉으로는 합법적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금리 이자를 ‘수수료’로 위장한 사례다. 이 같은 방식은 금융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편법으로, 피해 기업들은 자금난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일수’ 방식의 불법 대출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당 등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27명에게 연 1026% 이상의 이자를 요구한 사채업자가 적발됐으며, 채무자 집 앞에서 돈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방식으로 공포심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사경은 해당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공범도 검찰에 송치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범죄를 넘어 심리적 압박과 위협을 동반한 ‘생활 침해형 범죄’로, 피해자들의 일상 자체를 붕괴시키는 심각성을 갖는다.
최근에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오토바이 소유자들에게 대출을 제공한 뒤, 이자를 직접 부과하는 대신 고액의 ‘보관료’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채무자가 상환을 하지 못하면 오토바이를 매각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이는 사실상 이자를 다른 명목으로 전환한 것으로, 계약 자체를 채무자가 불리하게 설계해 상환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착취’다.
불법 사금융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최근의 경제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비공식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금융 취약계층의 의존도가 높아진 점이 불법 사금융 시장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불법 사금융은 단순 범죄를 넘어 지역 경제 전반을 잠식하는 ‘그림자 금융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의 고통을 담보로 배를 불리는 불법 사금융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반사회적 범죄”라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경기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피해자에 대해서는 경기복지재단 등과 연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속 중심의 대응을 넘어, 피해 회복과 재기 지원까지 포함한 ‘종합 대응 체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불법 사금융은 단순한 금전 거래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구조적으로 착취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이번 경기도의 대규모 적발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시대의 그늘 속에서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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