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정책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지만, 완성은 마을에서 이뤄진다. 안성시가 올해 상반기 추진 중인 ‘정책공감토크’가 반환점을 돌았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월 9일부터 시작한 상반기 정책공감토크가 절반 이상 진행됐다”며 “2026년 시정 방향과 지난해 하반기 제안 사업의 추진 상황을 시민들께 직접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공감토크는 단순한 행정 설명회를 넘어,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과 함께 시정을 논의하는 현장 중심 소통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책 이전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식전공연과 지역 현황 토론이다. 김 시장은 “시에서 준비한 설명보다 읍·면·동에서 준비한 지역 현황 토론과 식전공연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책공감토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 것은 미양면 성모유치원 어린이들의 장구 공연과 안성2동 태권도 시범 공연이다.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 장단을 맞추는 순간, 체육관과 주민센터는 박수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태권도 시범단의 절도 있는 동작이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연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 장면은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행정 주도의 설명회가 아닌, 지역 공동체가 주인공이 되는 정책 소통의 풍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정책공감토크가 시작된 2021년만 해도 식전공연은 지역 예술인을 초청하거나, 예산 사정으로 주민자치 프로그램 발표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공연의 주체는 점점 다양해졌고, 참여 계층도 어린이부터 청년, 노년층까지 넓어졌다.
이는 정책공감토크가 ‘행정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문화와 일상을 담는 그릇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시장은 “남은 읍·면·동에서는 어떤 식전공연과 지역 현안을 논의하게 될지 기대된다”며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공감토크가 점점 더 풍성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공감토크의 또 다른 축은 읍·면·동별로 준비된 지역 현황 토론이다. 도로·교통, 생활 인프라, 교육·복지, 문화시설 등 각 지역이 안고 있는 과제들이 주민의 언어로 제시된다. 김 시장은 “지역 현황 토론 주제는 정책공감토크가 마무리되면 정리해 공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과정은 정책 결정의 순서를 바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에는 시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정책공감토크에서는 주민의 문제 제기가 출발점이 된다. 행정은 이를 정리하고 제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정책공감토크에서는 2026년 시정 방향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 시민 제안 사업의 추진 상황도 공유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계획 발표가 아니라, 약속의 이행 여부를 점검받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민들은 “건의했던 사안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직접 들을 수 있어 좋다”, “행정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설명 도중 질문과 의견 제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일부 사안은 즉석에서 담당 부서의 추가 검토가 약속되기도 한다.
이는 정책공감토크가 ‘보고회’에서 ‘대화의 장’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의 언어가 아닌, 주민의 언어로 정책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안성시는 평일 낮 시간 참여가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야간 정책공감토크도 마련했다. 27일 오후 7시 공도읍 행정복지센터, 29일 오후 7시 평생학습관에서 추가 일정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20일 원곡면과 안성1동, 21일 양성면, 22일 삼죽면과 안성3동 등 읍·면·동별 일정이 이어진다.
정책공감토크의 가장 큰 성과는 화려한 무대나 많은 참석 인원이 아니다. 정책을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장구 공연과 태권도 시범으로 시작된 한 시간 남짓의 만남은, 행정과 주민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언어로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정책은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다. 안성시 정책공감토크는 그 출발점이 어디여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회의실이 아니라 마을에서, 문서가 아니라 대화 속에서 정책이 만들어질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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