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설 명절을 맞아 전통과 현대를 잇는 체험형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박물관이라는 정적인 공간에 ‘놀이’와 ‘참여’를 더해, 명절의 의미를 새롭게 되살리겠다는 시도다.
실학박물관은 2026년 병오년(丙午年) 설 연휴 기간인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문화행사 ‘설날, 붉은 말을 타고 온 봄바람’을 운영한다. 이번 행사는 박물관 로비에 마련된 체험 부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전통 세시풍속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문화를 ‘보는 것’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확장시키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세대가 자연스럽게 전통을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은 한국 목판화 분야의 거장 김준권 작가의 ‘병오년 세화’를 활용한 판화 체험이다.
세화(歲畵)는 새해를 맞아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집안에 붙이던 그림으로,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대표적인 설 풍속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병오년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이미지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판화를 찍어볼 수 있도록 했다.
붉은 말은 역동성과 생명력,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실학박물관은 이러한 상징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단순 체험을 넘어 ‘한 해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자신만의 판화를 만들어 가져갈 수 있도록 구성해 체험의 지속성을 높였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가 기억과 물성을 함께 가져가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행사는 판화 체험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행운 윷점’은 윷놀이를 통해 새해 운세를 점쳐보는 체험이다.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전통 민속 신앙의 한 단면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윷의 결과에 따라 한 해의 운을 점치는 방식은 과거 민간에서 널리 행해지던 풍속이다.
또한 ‘연 만들기 체험’은 새해 소망을 담아 직접 연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연날리기는 액운을 날려 보내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대표적인 설 풍습 중 하나다.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소망을 담은 연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전통의 의미를 체득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마련된 ‘한복 체험’은 명절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요소다. 다양한 한복을 입어보고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해 가족 단위 방문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전통 의복을 입는 경험을 통해 문화적 거리감을 줄이고 친숙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처럼 이번 행사는 ‘보고, 만들고, 입고, 즐기는’ 복합 체험 구조로 설계됐다. 단일 프로그램 중심이 아닌 다층적 참여 구조를 통해 관람객의 체류 시간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전략이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 전시 공간을 넘어 ‘체험형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필국 관장은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관람객들이 활기찬 봄기운을 안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며 “실학자들의 기록과 문헌에 담긴 설 풍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가족들이 쉽고 재미있게 전통문화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학은 조선 후기 현실 문제 해결을 중시했던 학문으로, 생활과 밀접한 문화와 풍속에 대한 기록도 풍부하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실학의 정신을 바탕으로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체험’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최근 박물관이 단순 전시 중심에서 벗어나 체험·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콘텐츠는 문화기관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실학박물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행사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경제적 부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 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설 명절 기간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이 돋보인다.
이번 실학박물관의 행사는 단순한 명절 이벤트를 넘어, 전통문화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설 풍속은 가족과 공동체 중심의 생활 문화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풍속이 점차 축소되거나 형식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전통을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실학박물관의 이번 프로그램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의 현재화’라는 과제를 실험적으로 풀어낸 사례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