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공모에 들어가면 경쟁자가 되겠지만, 지금은 서로 인사하며 배우는 시간이다. 안성시의 한 교육 현장. 서로 다른 마을에서, 서로 다른 활동을 준비해온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동아리 활동을 준비 중이고, 누군가는 협동조합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 2026년 시행 예정인 ‘마을만들기 사업’과 ‘시민동아리 사업’을 앞두고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 이해 교육’은 단순한 행정 설명회를 넘어, 안성형 공동체 정책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을공동체 이해 교육이 시민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3시간이지만 즐겁게 참여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이번 교육은 시민 대상 오프라인 교육 2회, 읍·면·동 담당 공무원 대상 1회, 온라인 참여자 대상 1회 등 총 네 차례로 구성됐다.
이번 교육의 핵심은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마을만들기 사업과 시민동아리 사업의 구조와 취지, 그리고 실제 공모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계획서 작성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참여자들은 단순히 강의를 듣는 수동적 수강생이 아니라,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우리랑 비슷한 활동을 준비하는 팀이 또 있네”, “저 동네에서는 저런 활동도 하는구나”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경쟁 이전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이는 기존 공모 중심 행정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사업 선정 여부와 무관하게, 공동체 활동의 저변을 넓히고 시민 간 학습과 교류를 촉진하겠다는 의지가 교육 전반에 녹아 있었다.
현장에는 지난해 이미 마을 활동을 경험했던 팀들도, 처음 참여한 시민들도 함께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결혼을 계기로 안성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들의 참여다.
이들은 지난해 여성비전센터에서 진행된 교육을 이수한 뒤, 실제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이번 교육에 참여했다. 김 시장은 지난해 첫 교육 인사말에서 “교육만 받고 흩어지지 말고,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해보라”고 제안했는데, 이 제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공식 창립을 마쳤다.
행정이 던진 한 문장의 제안이, 시민의 선택과 실행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는 단순한 ‘성과’라기보다, 안성시 공동체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성시의 마을공동체 정책은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행정이 설계한 틀 안에 시민을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시민의 자발성과 실행력을 전제로 한 ‘동반자형 행정’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교육에 읍·면·동 담당 공무원들이 함께 참여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현장에서 시민을 가장 가까이 만나는 공무원들이 정책 취지와 현장의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향후 사업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오해를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사업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동반한다. 그러나 안성시는 경쟁 이전의 ‘연대 경험’을 통해, 결과와 상관없이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서로 연락하며 협력해보자”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이는 단기 사업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지역 안에 ‘사람과 관계’를 남기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김보라 시장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안성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이번 교육과 정책 방향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마을공동체 정책은 성과를 수치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민이 배우고, 만나고,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도시의 역량이라면, 안성시는 지금 그 토양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는 셈이다.
또, 교육에서 협동조합으로, 개인의 관심에서 지역의 자산으로 이어지는 흐름. 안성의 이 실험이 앞으로 어떤 마을 풍경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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