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양특례시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타를 ‘분산형·친환경’으로 확실히 틀고 있다. 일산동구 설문동에 들어설 9.9메가와트(MW)급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가 상반기 착공을 앞두면서다. 연간 약 7만9천 메가와트시(MWh), 일반 가구 1만6,7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하는 이 시설은 고양시 에너지 전환 전략의 상징적 사업으로 꼽힌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같은 면적 대비 발전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이 적어, 중앙집중식 화력 발전의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고양시는 이 발전소를 기점으로 ‘에너지 소비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 도시’로의 체질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설문동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총사업비 약 580억 원 전액을 민간 투자로 조성한다. 지자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생산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오는 12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전력 생산뿐 아니라 지역 기반시설 개선 효과도 뒤따른다. 발전 연료로 쓰이는 수소는 도시가스를 개질해 생산되는데, 이를 위해 고봉5통 마을 일대에 약 2.5km 규모의 도시가스 주 공급 배관이 신규 설치된다. 그동안 도시가스 공급에서 소외됐던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 동시에 해결되는 셈이다.
시는 이미 지난해 11월 고봉5통 마을, 민간 사업자, 도시가스 공급사와 발전시설 설치 및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인허가 사전 협의를 진행해 왔다. 행정 절차와 주민 협의를 병행하며 ‘발전소 건립=지역 갈등’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고양시의 수소 전략은 발전소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시는 경기도 미니 수소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돼, 생산·공급·활용이 연결된 지역 거점형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3년에 걸쳐 도비와 시비 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하루 1,000kg 규모의 수소 생산 설비를 설치하고 수소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모빌리티 확산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충전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스 공급망과 연계해 수소를 직접 생산·공급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는 이미 마스터플랜과 기본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며, 2026년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외곽 대규모 수소 클러스터와는 다른, 도시형 수소 실증 모델로 평가된다.
고양시가 제시한 목표는 분명하다. 2030년까지 수소 등 연료전지 발전 용량 15.2MW 확보. 이는 중앙 집중형 전력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난·기후 위기 상황에서도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고양시 사례가 향후 수도권 에너지 정책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규모 태양광이나 풍력 설치가 어려운 도시 환경에서, 연료전지 발전과 도시가스 인프라를 결합한 분산형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제도 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장기적인 수소 가격 안정성,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변수다. ‘친환경’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숙제로 남는다.
고양시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와 미니 수소도시 사업은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다. 도시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다.
전력 생산, 도시가스 공급, 수소 모빌리티까지 이어지는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고양시는 ‘수도권 베드타운’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반대로 주민 소통과 경제성 확보에 실패할 경우, 또 하나의 논란성 시설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고양시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수도권 지방정부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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