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국 구조 탈피와 글로벌 확장이 관건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유일의 국제무역항인 평택항이 개항 이래 최대 물동량을 기록하며 국내 항만 지형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2025년 한 해 동안 평택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95만6,031TEU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92만4,758TEU) 대비 3.4%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물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평택항의 성장세는 다른 주요 항만과 비교할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부산항은 2.0%, 광양항은 2.4% 증가에 그쳤고, 인천항은 –3.2%, 울산항은 –13.4%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5대 항만 가운데 증가율과 절대 실적 모두에서 평택항이 가장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린 셈이다.
이번 실적의 핵심 배경으로는 중국과의 교역 확대가 꼽힌다. 2025년 평택항의 국가별 컨테이너 처리 비중을 보면 중국이 78만6,921TEU(82.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6만9,008TEU, 7.2%), 필리핀(5만5,419TEU, 5.8%), 태국(1만6,834TEU, 1.8%) 순이다
평택항은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장 가까운 대중국 항만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철강·화학·생활소비재 등 다양한 품목의 교역 창구 역할을 해왔다. 특히 산둥성, 장쑤성 등 중국 동부 연안과의 정기 항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수도권 중국 물류의 전진기지’라는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동시에 중국 의존도 심화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 정세 변화나 중국 경기 변동에 따라 물동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평택항의 고속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2025년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해외 항만 세일즈 전략을 본격화했다. 단순한 항로 유지 차원을 넘어, 항만공사가 직접 해외를 찾아가는 ‘세일즈 항만’ 전략이 물동량 증가의 숨은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2025년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포트세일즈를 시작으로, 중국 양포항 경제개발구와의 업무협약(MOU),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평택항 설명회, 네덜란드 TOC EUROPE 참가, 중국 칭다오·웨이하이 포트세일즈 등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활동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평택항은 단순 환적항이 아닌 ▲자동차·반도체·이차전지 등 전략 산업 물류 거점 ▲수도권 배후 산업단지와 직결된 실수요 항만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평택항은 그동안 ‘입지는 좋지만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확실히 전략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김금규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국내외 경기 침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사적으로 물동량 확대에 매진한 결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2026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항만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평택항은 항만 인프라 개선과 운영 효율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화 장비 도입, 터미널 운영 최적화, 배후단지 연계 강화 등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평택항의 다음 시험대는 투자 유치와 항만 고부가가치화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2026년 3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부동산·투자 박람회인 MIPIM 2026에 참가해 평택항 홍보와 글로벌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평택항이 단순 물동량 경쟁을 넘어 ▲물류·제조·유통이 결합된 복합항만 ▲글로벌 기업이 투자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물동량 증가는 시작일 뿐이며, 이제는 얼마나 질 좋은 화물을 유치하고,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지역에 남기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2025년 평택항의 기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항만 구조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평택항은 능동적인 세일즈와 전략적 선택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다만 중국 의존 구조, 글로벌 경기 변수, 항만 간 경쟁 심화라는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평택항이 이번 최대 실적을 일회성 기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2026년 이후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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