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 북부 문화공간에서 고전과 디지털이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고전의 변주, 시선의 확장’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동서양 고전 회화를 현대 디지털 매체로 재해석해온 이이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1969년생인 그는 고전 회화가 지닌 미학적 가치와 정신성을 첨단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감각의 이미지로 확장해 온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전시의 핵심은 ‘고전의 현재화’다. 작가는 정지된 이미지로 인식돼 온 전통 회화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 시간성과 움직임을 부여한다. 고전 속 인물과 풍경은 화면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관람객과 새로운 방식으로 호흡한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이미지 자체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는 동양 미학의 핵심 개념인 ‘기운생동(氣韻生動)’과 맞닿아 있다. 화면 속 대상이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을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감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이이남의 작업은 고전 회화의 ‘시점’을 해체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통 회화는 특정한 구도와 시선을 전제로 완성된 이미지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고정된 시점이 유동적으로 변한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명화 속 장면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관람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닌 능동적인 해석자로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고전이 지니고 있던 권위 역시 흔들린다. 과거의 명작이 절대적 기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과 감각 속에서 재구성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고전을 ‘닫힌 과거’가 아닌 ‘열린 현재’로 전환한다.
전시는 관람객의 시선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이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익숙했던 이미지가 낯선 감각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체험은 단순한 미술 감상을 넘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작품을 보는 행위는 곧 자신이 지각해 온 시각 체계를 성찰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시선의 확장’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관람객의 인식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전이라는 익숙한 창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시각적 지평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개관 이후 ‘예술과 일상의 접점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여 왔다. 도서관과 미술관 기능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 역시 그러한 기획 방향의 연장선에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를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북부 지역에서 수준 높은 미디어아트 전시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이번 전시는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전통 예술의 결합이라는 주제는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이남 작가의 작업이 단순한 ‘디지털 변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술을 활용하되,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질문이 작품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고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친숙한 이미지에서 출발해 낯선 경험으로 나아가는 전시 구조가 인상적이다.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긴장 속에서 작품은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이는 현대 미술이 지향하는 ‘경험의 확장’이라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결국 이번 전시는 고전을 통해 현재를 읽고, 현재의 시선으로 고전을 다시 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관람객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의정부미술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고전이라는 틀 안에 머물지 않고, 이를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시선을 돌아보고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고전 회화의 재해석이라는 주제를 넘어, 동시대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점차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이남 작가의 작업은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고전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이라는 언어를 통해 다시 호흡하고,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고전의 변주, 시선의 확장’은 바로 그 변화의 과정을 관람객에게 체험하게 하는 전시다.
이코노미세계 / 김은주 기자 sweetmo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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