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양시 각종 위원회 인사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이 시의회에서 공식 제기됐다. 도시계획과 기술자문 등 시민의 재산권과 직결된 핵심 위원회에 과거 부패 전력이나 해촉 이력이 있는 인사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위촉·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적 허점과 선택적 기준이 겹치며 행정 신뢰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 제기의 중심에는 최규진 고양특례시의회 의원이 있다. 최 의원은 12월 16일 열린 제30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고양시 위원회 인사 검증 시스템은 이미 작동을 멈췄다”며 “부적격 위원들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와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발언에서 “도시계획위원회와 기술자문위원회는 고양시의 미래 공간 구조와 막대한 공공 예산, 시민 재산권을 좌우하는 자리”라며 “그 어떤 위원회보다 높은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고양시는 과거 타 기관에서 부적절한 행위로 해촉되거나, 법원에서 부패 혐의가 확정된 인물들을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위원으로 위촉해 왔다. 위원 선정 과정에서 부패 전력이나 해촉 이력을 확인·배제할 장치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로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과거 고급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조장했다는 의혹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과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등에서 해촉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 현재 고양시 도시계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인물은 현재도 개인 유튜브 채널과 유료 강의를 통해 부동산 정보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도시계획위원회는 개발 계획과 토지 이용 등 민감한 비공개 정보를 다루는 기구”라며 “정보 유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고양시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해촉 전력이 명백한 인물을 왜 고양시가 끌어안고 있는지, 시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고 따져 물었다.
도시계획위원회뿐만이 아니다. 기술자문위원회 역시 부실 검증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 의원은 “현재 고양시 기술자문위원 중 한 명은 과거 공공기관 재직 당시 채용 점수 조작을 강요한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된 부패 전력자”라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의 기술·안전·공정성 판단을 자문하는 위원회에 부패 전력자를 앉히는 것은 시민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최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기존 권고 사항을 언급하며 고양시 행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2010년부터 부패 행위자의 위원 위촉을 제한하고, 위촉 이후라도 부패 전력이 확인될 경우 의무적으로 해촉할 것을 권고해 왔다. 그럼에도 고양시는 위원 모집 공고 단계에서조차 부패 전력이나 해촉 이력을 확인·배제할 항목을 마련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형식적인 공고와 서류 접수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무검증 위촉’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위원회 운영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 의원은 “최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해촉한 반면, 명백한 부패 전력이나 의혹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유독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특정 정당 소속 위원은 배제하면서, 행정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위원회를 채우려는 듯한 인상이 짙다”며 “이 같은 편향적 운영이야말로 고양시 행정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발언 말미에 이동환 고양시장을 향해 네 가지 요구 사항을 분명히 했다. ▲부적격 위원들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와 책임 행정 구현 ▲모든 위원회 모집 공고 시 부패·해촉 이력 검증 항목 의무화 ▲현재 운영 중인 모든 위원회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시계획위원 해촉 철회가 그것이다.
이번 문제 제기는 특정 인사의 거취를 넘어,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운영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제도적 장치 없이 행정 재량에만 의존한 위원 위촉 구조가 유지되는 한, 유사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양시가 이번 지적을 계기로 위원회 운영 전반을 재점검하고, 시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검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