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고3 수험생이 수능을 피할 수 없듯, 저 또한 지난 시장직에 대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 8일 오전,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이 말은 정치인의 숙명과 행정 책임의 무게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서는 경기도 내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8명을 대상으로 선출직 평가심사가 진행됐다. 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솔하고 담담하게 시장으로서의 성과를 설명했고, 질의응답에도 임했다”며 평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리창 너머에서 심사를 받는 자신의 모습이 촬영된 사진과 함께였다.
정당의 선출직 평가는 단순한 내부 절차를 넘어 향후 공천과 정치적 진로를 좌우하는 중대 관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재임 기간 동안의 정책 성과와 행정 운영, 위기 대응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 대상이 된다. 임 시장은 “담대하게 임하겠다”는 짧은 말로 평가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이 발언은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넘어, 공직 수행에 대한 책임 의식을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선출직 평가는 성적표와 같다”며 “성과 중심의 행정, 시민 체감 정책이 얼마나 일관되게 추진됐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특히 경기도는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지역인 만큼, 단체장의 리더십은 곧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
정치적 시험이 끝나기도 전, 같은 날 오후 행정 책임자로서 또 다른 시험이 닥쳤다. 8일 오전 광명 노온정수장에서 원수 공급관 밸브 부품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된 것이다. 해당 단체장은 오후 4시 50분 상황보고를 통해 “아직 수리가 완료되지 않아 저녁부터 부천·광명과 시흥시 일부 지역에 단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단수 가능 지역으로는 신천, 은행, 대야, 과림, 신현, 목감, 매화, 하중·하상 일원이 포함됐다. 시흥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단수 대비에 즉각 돌입했다. 재난안전문자 발송과 비상 급수 준비 등 선제적 조치가 병행됐다.
재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과잉 대비’다. 실제로 이날 오후 6시 5분, 수리가 완료되며 단수 대비 상황은 종료됐다. 시는 ‘수돗물 안정 공급’이라는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상황 종료를 알렸다. 단체장은 “단수 관련해서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러 통의 재난문자 발송에 깊은 이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루는 한 단체장에게 정치와 행정이라는 두 개의 시험지를 동시에 내밀었다. 오전에는 당의 평가위원 앞에서 과거 성과를 설명해야 했고, 오후에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고에 즉각 대응해야 했다. 공통점은 ‘책임’이었다. 평가심사는 과거의 책임을 묻는 자리였고, 정수장 사고 대응은 현재와 미래의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관리자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 판단과 결단을 내리는 리더다. 이날 상황은 지방행정의 현장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한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정치적 평가와 행정적 대응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정치적 평가는 숫자와 지표로 남지만, 시민의 기억에는 현장의 대응이 더 오래 남는다. 단수라는 일상적 불편이 현실화되지 않았음에도, 시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움직였다는 점은 행정의 기본을 지켰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담대하게 임하겠다”는 정치적 각오와 “대비를 잘 하겠다”는 행정적 약속. 이 두 문장은 이날 하루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결국 이런 순간들에서 판가름 난다. 정치의 시험대와 재난의 현장, 그 사이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의 무게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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