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강추위가 한풀 꺾인 1월 중순, 경기도의 한 버스가 다시 시장 골목과 시민 곁으로 들어갔다. 이름은 ‘달달버스’. 듣고, 묻고, 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이동형 소통 행정은 어느덧 경기도 31개 시·군 중 28곳을 순회했다. 행선지는 의왕과 과천. 전통시장과 베이비부머 세대라는 서로 다른 현장이었지만, 공통된 키워드는 ‘삶의 다음 장’이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5일 의왕 도깨비시장을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이곳은 재작년 폭설로 시장 아케이드가 붕괴되며 상인들의 생계와 안전이 동시에 위협받았던 장소다. 이후 세 차례나 이 시장을 찾았다. 단발성 방문이 아닌, ‘과정 관리형’ 현장 행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장 상인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자주 오다 보니 얼굴을 아는 사이가 됐다”는 말처럼, 행정 책임자와 생활 현장 사이의 거리는 이전보다 분명히 좁아졌다. 오는 봄이면 새 그늘막이 완공될 예정이다. 단순한 시설 복구를 넘어, 재난 이후 지역 상권 회복을 행정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전통시장은 정책의 사각지대이자 동시에 민생의 최전선이다. 이곳에서의 행정은 수치보다 체감이 중요하다.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시장’, ‘비 오는 날도 장사가 가능한 공간’이라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요구가 정책의 출발점이 된다.
의왕에서 시장을 돌았다면, 과천에서는 세대를 만났다. 이날 달달버스의 또 다른 목적지는 베이비부머 세대였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통과한 이 세대는 이제 퇴직 이후의 삶, 두 번째 커리어, 사회적 역할이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김 지사는 이들을 ‘대한민국의 허리’라고 표현했다. 허리는 몸을 지탱하지만, 가장 먼저 피로가 쌓이는 부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형식적인 간담회 대신 허심탄회한 대화를 택했다. 개인의 불안, 도전,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경기도는 베이비부머 정책에서 ‘전국에서 가장 진심인 지자체’를 자임한다. 재취업, 창업, 사회공헌 활동 등 정책 메뉴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다시 쓰는 인생 서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있다. ‘김 부장’으로 상징되는 이 세대의 다음 이야기가 개인의 고립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달달버스는 이벤트성 행정이라는 평가와, 새로운 소통 모델이라는 기대를 동시에 받는다. 분명한 것은 이동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이동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의왕 도깨비시장의 그늘막처럼 ‘완공’이라는 결과가 뒤따를 때, 이 실험은 설득력을 갖는다.
현재까지 28개 시·군을 순회한 달달버스는 ‘경청–소통–해결’이라는 3단계를 내세운다. 이는 선언이 아니라 약속에 가깝다. 마지막 남은 시·군 방문 이후에도, 후속 점검과 정책 반영이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달달버스가 상징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 구호가 아니다. 무너진 시장 지붕, 퇴직 이후의 불안, 지역 공동체의 작은 요구들이다. 정치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행정이 시민의 시간표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 버스 안에 담겨 있다.
남은 여정이 단순한 방문 기록이 아니라,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때 달달버스는 ‘이동형 행정’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성패는 결국 버스가 떠난 자리에서 시민들의 일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로 평가받게 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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