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도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거점인 백남준아트센터가 인공지능과 로봇, 음악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새로운 예술 실험을 선보인다. 백남준의 상징적 작품인 ‘로봇 K-456’을 중심으로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경기문화재단 산하 백남준아트센터는 12월 11일 센터 랜덤엑세스홀에서 2025 경기 컬쳐 로드 ‘AI 로봇오페라(Robot Opera)’ 프리오프닝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내년 2026년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앞두고 추진되는 ‘AI 로봇 오페라 프로젝트’의 시범 프로그램이다.
행사는 영상 상영, 작가와의 대화, 음악 퍼포먼스, 학술 강연 등 네 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현대미술과 기술예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실험적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프리오프닝의 핵심은 백남준의 대표적 로봇 작품인 〈로봇 K-456〉의 복원 과정 공개다. 행사의 첫 프로그램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로봇 K-456〉(1964·1996)의 복원 과정을 담은 영상이 최초로 공개된다.
‘로봇 K-456’은 현대미술사에서 최초로 제작된 ‘움직이는 로봇’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백남준이 기술 협력자이자 일본 전기공학자인 슈아 아베(Shuya Abe)와 함께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복원 작업은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관리 규정에 따라 작성된 ‘예술-기술 보고서’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작품 구입 당시 제공된 아베의 매뉴얼과 회로도를 참고해 복원이 이뤄졌으며, 기술 파트너로는 미디어 기술 연구기업 사일로랩(Silo Lab)이 참여했다.
복원 영상에서는 로봇의 내부 구조와 작동 과정, 일부 움직임이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2026년 서거 20주기 퍼포먼스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 K-456’을 선보일 계획이어서 예술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작가 권병준과 비평가 오영진이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권병준 작가는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기념해 로봇 마당극 ‘유령극단, 심각한 밤을 보내리(가제)’를 준비 중이다. 이 작품은 ‘로봇 K-456’과 작가의 로봇이 함께 등장하는 퍼포먼스로, AI 기반 시나리오 창작을 결합한 실험적 공연이다.
권 작가는 앞서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열린 ‘경기 컬쳐 로드’ 프리뷰 행사에서 일부 내용을〈아해와 나엘〉이라는 제목으로 선공개한 바 있다.
이번 대화에서는 작품 제작 과정과 AI 기반 창작 방식, 그리고 백남준의 로봇 예술이 오늘날 예술 창작에 미친 영향이 주요 논의 주제가 될 예정이다.
패널로 참여하는 오영진 비평가는 AI를 활용한 창작 영역을 연구해 온 인물로, 기술 발전이 예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 예술의 방향을 함께 짚는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음악가 김은준의 퍼포먼스다. 김은준은 피아노 연주자이자 컴퓨터 음악 작곡가로,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와 비올라 협연에 전자음악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비올라 연주는 연주자 변정인이 맡는다.
이번 공연은 2026년 1월 공개 예정인 작품 〈시퀀셜(Sequential)〉의 일부로 구성된다. 작품은 백남준의 로봇 작품 명칭인 ‘K-456’이 모차르트 작품번호 K.456에서 비롯된 데 착안해 작곡됐다.
김은준은 클래식 음악과 전자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백남준 예술 세계를 음악적으로 재해석한다.
행사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연구자 장효진의 강연이다. 장효진은 ‘로봇 K-456과 AI 로봇사회 불완전한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그리고 백남준의 로봇을 단순한 기술 작품이 아닌 ‘문화로봇공학(Cultural Robotics)’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산업 로봇이 노동 대체를 목적으로 개발되는 것과 달리, 백남준의 로봇은 인간과 소통하는 문화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장 연구자는 강연에서 로봇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문화의 가능성을 탐구할 예정이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프리오프닝은 ‘로봇 K-456’의 복원 과정을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술과 예술을 잇는 문화적 관점의 강연과 퍼포먼스를 통해 백남준의 작품이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내년 2026년 1월 28~29일 백남준 서거 20주기 기념 행사를 열 계획이다. 해당 행사에서는 권병준과 김은준의 퍼포먼스가 중심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1960년대 텔레비전과 전자기술을 예술로 끌어들였던 백남준의 실험정신은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AI 로봇오페라’ 프로젝트는 그 정신을 계승해 AI·로봇·음악·퍼포먼스가 결합된 새로운 예술 언어를 제시하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이코노미세계 / 조금석 기자 press1@economy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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