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고질적인 교통 소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도로 확충 대신, 기존 대중교통 체계의 ‘효율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현실적 대안이 시의회에서 제기됐다.
이진규 용인특례시의회 의원은 20일 열린 제301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처인구 대중교통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시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3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처인구의 교통 문제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승용차 수단 분담률이 75.2%에 달해 시민 10명 중 8명이 사실상 대중교통을 포기하고 자가용에 의존하는 구조다. 반면 같은 용인 내에서도 수지구의 지하철 이용률이 13%인 것과 비교하면, 처인구는 3.4%에 그쳐 지역 간 격차가 극심하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도시 구조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교통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주거·산업·상업 기능이 제한되고, 결국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수천억 원을 들여 도로를 신설하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 모두 비효율적”이라며 “기존 노선만 제대로 손봐도 시민의 이동권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제시된 대안은 용인터미널 일대의 비효율적인 버스 우회 노선을 직결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미 2024년 터미널 준공과 함께 이동·남사·안성·평택 방면 직결 운행을 위한 좌회전 차선과 신호체계가 구축됐지만, 실제 운영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11개 노선이 여전히 정체 구간을 우회하며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 사례로 꼽힌 22-1번 노선은 용인예술과학대에서 옥현까지 단 한 정거장을 이동하는 데도 평소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연료비와 인건비 증가, 즉 운영 손실과 직결된다.
이 의원은 “공차 거리 증가가 곧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며 “주요 노선을 직결화하면 별도 투자 없이도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산업 변화에 대응한 노선 확장이다. 처인구 원삼 일대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대규모 인력 유입이 예상되는 핵심 산업 거점이다. 그러나 현재 교통망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22번 버스 종점에서 원삼면 행정복지센터까지는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지만, 기존 연결 노선의 배차 간격은 140분에 달해 사실상 이용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 의원은 “산업단지 완공 이후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공사 단계부터 교통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며 선제적 노선 조정을 주문했다. 특히 터미널 구간 효율화를 통해 확보된 운행 시간을 활용해 11-1번과 22번 노선을 통합 운영하면 추가 차량 투입 없이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과제는 남사읍 주민들의 철도 접근성 개선이다. 현재 남사 지역은 경전철 접근성이 낮아 사실상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24-3번 노선을 남사읍 행정복지센터까지 약 4km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별도의 증차 없이도 경전철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로 송전리에서 시청역을 연결하는 21번 노선 신설 사례처럼, 효율적인 노선 설계는 이용객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잘 만든 버스 노선 하나가 시민 삶의 질을 바꾼다”며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설계의 정교함’이다. 기존 지방자치단체의 교통 정책이 도로 확충 등 인프라 중심이었다면, 이번 제안은 운영 효율성과 네트워크 재구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재정 부담이 큰 지방정부 현실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처인구처럼 넓은 면적과 낮은 밀도를 가진 지역일수록 단순 인프라 확대보다 노선 최적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의원은 “수천억 원을 들여 도로를 새로 놓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 체계를 효율적으로 바꿔 시민의 교통 복지를 높이자는 것”이라며 “제시한 대안들이 시정에 즉각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선 개편은 이해관계 조정과 행정 절차가 수반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추진되기 어렵다. 하지만 시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정치적 의지와 행정의 실행력이 결합될 경우 빠른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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