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가끔 오해를 하신다. 내가 회의만 좋아한다고 말이다. 이현재 시장이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이 짧은 문장은, 행정 현장에서 ‘회의’라는 단어가 갖는 상반된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또, 불필요하고 길기만 한 절차라는 인식과, 정책을 다듬고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 수단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이 시장은 이 글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회의가 재미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행정에서 회의는 늘 논쟁의 대상이다. 줄여야 할 관행이자 동시에 없앨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발언은 회의 자체를 옹호하기보다, 회의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행정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회의가 재미있다는 표현은 낯설다. 그러나 이 시장의 설명을 따라가면 그 의미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그리고 회의를 ‘보고받는 자리’가 아니라 ‘의견이 오가는 공간’으로 규정한다. 직원들이 정책의 배경과 목표를 이해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구조라면 회의는 부담이 아니라 참여의 장이 된다.
행정학계에서도 회의의 질은 조직 문화와 직결된다고 본다. 상명하달식 회의는 형식만 남기 쉽지만, 토론 중심의 회의는 정책 완성도를 높인다. 이 시장이 말하는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자신의 의견이 실제 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경험은 공무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
이 시장의 회의 철학은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분기별로 ‘시민참여주간회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단순한 간담회와 다르다. 이미 정해진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책 과정 중간에 시민을 초대해 의견을 듣는 구조다. 이는 행정의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강조하는 ‘숙의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지방행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도시 개발, 교통, 복지, 환경 정책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경우, 사후 갈등 관리에 더 큰 비용이 든다.
이 시장이 시민을 회의에 참여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 초기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조정하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여러 지자체 사례를 보면,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를 형식적으로 진행한 사업일수록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회의는 결과를 바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축적된 회의 문화는 조직의 체질을 바꾼다. 직원들이 정책을 ‘지시’가 아닌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게 되면 실행력은 높아진다. 시민이 회의에 참여하면 행정은 투명해지고,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도 커진다.
이 시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회의의 횟수가 아니라 방향 때문이다. 그리고 회의를 줄이자는 구호 대신, ‘의미 있는 회의’를 강조한다. 행정 효율성과 민주성 사이의 균형을 회의라는 도구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물론 과제도 있다. 시민참여 회의가 일부 적극적인 시민에게만 열리는 통로가 될 경우 대표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회의 결과가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면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회의의 기록 공개, 제안 반영 여부에 대한 설명, 참여 기회의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회의가 많아서가 아니라, 회의가 ‘열려 있기 때문에’ 신뢰받는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의는 행정의 도구이자 문화다. 누가 말할 수 있고, 어떤 의견이 존중받는지가 그 조직의 성격을 결정한다. 이현재의 발언은 회의를 둘러싼 오래된 인식을 다시 묻게 한다. 회의는 줄여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잘 설계해야 할 자산인가.
이 시장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회의가 재미있어질 수 있다면, 행정도 시민에게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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