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정해진 노선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기존 대중교통 체계는 오랫동안 시민의 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도시가 확대되고 생활권이 다양해지면서 모든 지역을 고정노선만으로 만족시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신도시와 개발지역, 교통 취약지역에서는 이용객이 적은 시간대의 운행 효율성과 접근성 개선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수요응답형 교통(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이다. 승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차량이 운행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미래형 교통서비스다.
경기교통공사가 광명시에서 선보이는 친환경 수요응답형 버스는 이러한 미래교통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히 새로운 버스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스마트도시 구축, 탄소중립 실현, 시민 교통복지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실증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교통공사는 광명시의 '2024년 강소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해 전기버스와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를 결합한 친환경 미래교통 모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똑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전기버스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요응답형 교통은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광명 모델은 친환경 교통과 스마트 교통플랫폼을 동시에 적용해 지속가능한 도시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는 교통서비스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정책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스마트도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인 만큼, 실시간 호출과 배차가 가능한 수요응답형 교통은 스마트도시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이번 친환경 수요응답형 버스는 광명시 두 개 권역에서 운영된다. 첫 번째는 일직동·학온동 권역이다. 이 지역에는 전기버스 eBus7 두 대가 투입돼 광명사거리역과 연계 운행된다.
두 번째는 일직동·소하2동 권역이다. 이곳에는 CV1-DRT 차량 한 대와 eBus7 전기버스 한 대가 함께 운영되며 철산역과 연결된다. 두 권역 모두 도시철도와 연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시민들은 집 가까운 곳에서 차량을 호출한 뒤 지하철역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도시철도와 수요응답형 교통을 하나의 이동체계로 연결했다는 점은 '첫 번째와 마지막 이동거리(First & Last Mile)'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기존에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원하는 장소에서 차량을 호출해 보다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해진다.
이번 사업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전기버스 도입이다. 교통부문은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버스로 전환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친환경 도시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승객 수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행하는 DRT 시스템이 결합되면 불필요한 공차 운행도 감소한다. 이는 연료 절감뿐 아니라 운영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즉 친환경 차량과 스마트 운행방식이 결합하면서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모델이 되는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광명시 사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시민들은 경기도 통합교통플랫폼 '똑타' 앱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호출 이후에는 차량 위치와 승차 장소, 도착 예정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 전화 호출 서비스도 함께 운영한다. 전용 콜센터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없이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고령층과 정보취약계층까지 고려한 운영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 격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스마트서비스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요금 부담 역시 기존 대중교통 수준으로 유지된다. 교통카드 기준 성인은 1,650원, 청소년은 1,160원, 어린이는 830원이다. 경기도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며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교통서비스임에도 별도의 추가요금이 없다는 점은 시민들의 이용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서비스 혁신이 시민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중교통 수준의 비용으로 더 나은 이동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교통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교통공사는 이미 경기도형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인 '똑버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배차 알고리즘과 호출 시스템, 이용자 서비스 운영 경험 등을 기반으로 이번 광명시 사업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응답형 교통은 차량만 투입한다고 성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실시간 호출과 배차, 운행 데이터 분석, 이용자 편의성 확보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경기교통공사가 기존 운영 경험을 토대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 교통은 결국 기술보다 시민의 편리함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교통수단 확충이 아니라 친환경, 스마트도시, 디지털 플랫폼, 교통복지가 융합된 새로운 공공교통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명시에서 시작된 이번 실험이 경기도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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