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범위·비용 검증 쉬워져 관리 효율성 향상 기대
[이코노미세계] 아파트 외벽 도장 공사나 승강기 교체, 지붕 방수 공사 등은 입주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유지보수 사업이다. 그러나 많은 공동주택 단지에서는 정작 이러한 공사의 시기와 비용을 정하는 ‘장기수선계획’이 부실하게 수립돼 입주 이후 적지 않은 혼란을 겪어왔다. 공사 규모와 예산 산출 근거가 불명확해 실제 보수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가 ‘공동주택 장기수선계획 최초 수립 표준서식’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자문 지원에 나선다. 단순한 행정 개선을 넘어 공동주택 유지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주택 장기수선계획은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물을 장기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마련하는 일종의 ‘시설관리 로드맵’이다.
지붕 방수, 외벽 도장, 급수설비 교체, 승강기 교체, 주차장 보수 등 공동시설의 수선·교체 시기와 예상 비용을 미리 산정해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운영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최초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자료가 지나치게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기존 장기수선계획에는 공사 종류만 기재돼 있을 뿐 실제 시설물의 규격이나 물량, 공사비 산출 근거 등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입주 후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왜 이 금액이 책정됐는지”, “공사 범위가 적정한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관리주체는 현장을 다시 조사하거나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이는 시간과 비용 증가뿐 아니라 입주민 간 갈등과 민원의 원인으로도 작용해 왔다.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서는 장기수선계획의 부실 수립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예를 들어 외벽 도장 공사를 계획하면서도 실제 도장 면적이나 사용 자재, 예상 물량이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승강기 교체 역시 기종과 규모, 설치 조건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제 사업 추진 시 큰 차이가 발생했다.
결국 관리주체가 보수공사를 시행하려 할 때마다 “예산이 왜 이렇게 늘어났느냐”, “당초 계획과 다르다”는 논란이 반복됐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변동 폭이 커지면서 장기수선계획의 신뢰성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기수선계획이 단순한 행정서류가 아니라 공동주택 자산가치와 직결되는 핵심 관리문서라고 지적한다. 계획이 부실하면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에도 오류가 발생해 향후 대규모 보수공사 시 입주민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상 기준을 토대로 새로운 표준서식을 마련했다. 이번 표준서식의 핵심은 공사 종류별 수선 방법과 주기, 물량, 1회 공사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점이다.
특히 단순히 예상 금액만 적는 것이 아니라 물량 산출 근거와 금액 산출 내역을 반드시 함께 작성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장기수선계획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향후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가 계획을 검토하거나 조정할 때도 명확한 기준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는 이미 도내 31개 시군에 표준서식과 자문 절차를 배포했으며, 오는 6월 1일부터 사업주체와 시군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자문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경기도가 마련한 지원 체계는 단순한 서식 배포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면서 표준서식에 따라 세부 내용을 작성한 뒤 시군과 함께 경기도에 자문을 요청할 수 있다.
경기도는 제출된 자료를 검토해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나 개선 의견을 제시한다. 이후 시군은 해당 의견이 실제 반영됐는지 확인하게 된다.
준공 이후에는 관리주체가 인계받은 장기수선계획을 활용해 시설물 유지관리와 장기수선충당금 운영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과정이 정착되면 공동주택 유지관리의 연속성이 강화되고 계획 수립 단계의 오류가 준공 이후까지 이어지는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제도가 정착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입주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장기수선계획이 부실하게 작성되면 예상치 못한 공사비 증가가 발생했고, 이는 결국 추가 부담금이나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초기 단계부터 정확한 물량과 공사비가 반영되면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규모도 보다 현실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
또한 입주민 입장에서도 공사비 증액이나 사업 변경이 발생했을 때 그 근거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최근 노후 아파트 증가와 함께 시설물 유지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제도는 장기적인 주거 안전망 구축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서류 양식 개선을 넘어 공동주택 관리 문화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공동주택은 전체 주택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파트 노후화에 따른 유지관리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장기수선계획은 법적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는 이번 표준서식을 통해 계획 수립 단계부터 정확성과 실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경기도의 표준서식 도입이 공동주택 관리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후 보완’에 의존하던 기존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형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