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원, '글로벌 스케일업 플랫폼'으로 성장 지원 강화
경과원이 17~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비바테크(VivaTech) 2026’에서 경기도 DX존을 운영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 세계 각국의 혁신기업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래 산업의 방향을 논의하는 유럽 최대 기술박람회 '비바테크(VivaTech) 2026'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첨단 제조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이 저마다 미래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가운데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경기 DX존'에는 유럽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이었지만 산업용 디지털 트윈, AI 기반 패션 가상모델, 스마트 건설로봇, AI 에듀테크 솔루션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해외 전시회 참가가 아니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참가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유치와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전략적인 지원에 나섰고, 실제 투자 검토와 글로벌 기업 협력, 해외 정부기관과의 업무협약까지 이어지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비바테크는 CES, MWC와 함께 세계 3대 기술 전시회로 평가받는 유럽 최대 혁신 플랫폼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행사에는 글로벌 투자자와 벤처캐피털, 세계적 IT기업,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이 대거 참가해 AI와 첨단 제조, 디지털 전환, 스마트 산업 등 미래 산업의 흐름을 공유했다.
세계 기술 경쟁은 이제 제품 경쟁을 넘어 투자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 주요 전시회 역시 투자 플랫폼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경기도가 올해 비바테크 참가 전략을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해외 박람회에 참가해 제품을 소개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처음부터 '글로벌 투자유치'를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경과원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제조기업 8개사를 선발한 뒤 행사 이전부터 기업별 투자설명(IR) 컨설팅과 투자자 매칭, 투자 전략 수립 등을 지원했다.
투자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해야 하는지까지 사전에 준비하도록 하며 실질적인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어 행사 기간 운영된 '경기 DX존'은 경기도 제조 혁신의 현재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산업용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한 ㈜유비씨는 제조 현장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소개했고, AI 기반 패션 가상모델을 개발한 ㈜엔엑스엔랩스는 패션 산업과 AI를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다양한 도내 강소기업들이 스마트 제조와 AI 솔루션, 디지털 전환 기술을 시연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업들은 단순한 제품 전시에 머물지 않았다. 현장에서 투자설명회를 진행하고 해외 벤처캐피털과 직접 상담했으며 현지 산업기관과 비즈니스 협의를 이어갔다. 이는 과거 해외 전시회가 제품 홍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투자유치와 글로벌 사업 확장의 출발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행사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다쏘시스템(Dassault Systèmes), KIC 유럽과 체결한 3자 업무협약(MOU)이다.
다쏘시스템은 항공우주와 자동차, 조선, 스마트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설계와 제조 플랫폼을 제공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이번 협약으로 경기도 기업들은 첨단 제조 소프트웨어와 글로벌 산업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행사성 협약이 아니라 도내 기업들이 유럽 제조 생태계에 보다 체계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우수한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지 기업과의 협력, 글로벌 공급망 참여, 산업 네트워크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이번 협약은 이러한 연결고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투자 성과도 이어졌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건설현장용 자율주행 콘크리트 표면 가공 로봇을 개발한 ㈜아이티원이다. 이 기업은 행사 기간 중 유럽 현지 기업으로부터 57만5천 달러 규모의 투자 검토 제안을 받았다.
스마트 건설시장은 인력 부족과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국내 기술이 유럽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상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 기반 작업관리·에듀테크 솔루션 기업인 ㈜다비다도 성과를 거뒀다.
또 유럽뿐 아니라 짐바브웨 정부 교육 관계자들과 협력 논의를 진행했고, 교육 솔루션 실증(PoC)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국내 AI 교육기술이 해외 공공교육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전시장 밖에서도 중요한 만남은 계속됐다. 참가기업들은 'Tech along the Seine River' 네트워킹 행사에서 프랑스 디지털산업협회(Afnum)를 비롯한 투자기관과 산업 관계자 200여 명을 만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공식 발표보다 네트워킹을 통해 후속 투자와 공동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만남은 향후 투자 협상과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남게 된다.
이번 비바테크는 경기도 기업지원 정책의 변화도 보여줬다. 창업을 지원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투자와 해외시장 진출, 글로벌 파트너 발굴까지 연결하는 '스케일업'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과원은 앞으로도 '경기도 글로벌 스케일업 통합 플랫폼'을 통해 해외 벤처캐피털 매칭과 투자 연계, 현지 파트너 발굴, 후속 협상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전시회 참가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글로벌 성장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국내 최대 제조업 기반을 갖춘 지역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로봇, AI, 첨단소재 등 미래 산업의 핵심 기업들이 집적돼 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해외 투자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이번 비바테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었다. 기업들은 투자자를 만났고, 기술을 검증받았으며,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확인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기업의 성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수출 확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전시회의 진정한 성과는 행사가 끝난 뒤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논의된 투자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협력 논의가 공동 사업으로 발전해야 비로소 경제적 성과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경과원 역시 행사 종료 이후에도 투자 협상과 현지 파트너 발굴을 지속 지원해 실제 투자유치와 해외 진출 성과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바테크 2026은 경기도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동시에 기술력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으며 투자와 네트워크,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글로벌 스케일업 전략이 앞으로 실제 투자와 수출, 신규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장을 넘어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김장수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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