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경기 고양특례시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주민 민원을 넘어 행정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주민 피해 호소와 행정 특혜 의혹, 안전성 문제, 지역 기여도 논란이 한꺼번에 제기되면서 ‘첨단 산업 인프라’라는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고양시의회는 20일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적정성 여부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열고, 사업 추진 전반을 둘러싼 문제점을 집중 점검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집행부 공무원과 주민이 동시에 증인·참고인으로 출석해 사업의 실체와 파장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조사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데이터센터가 인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었다.
문봉동 데이터센터 인접 지역에서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건립 발표 이후 병상 가동률이 90% 수준에서 80% 이하로 급감했다”며 “경영 악화로 수개월째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종교시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인근 교회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신도 수가 줄고 있다”며 “단순한 시설 하나가 지역 공동체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은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산업시설을 넘어 지역 이미지와 생활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요양시설과 종교시설 등 ‘정서적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설일수록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주민 불안이 경제적 손실로 직결되는 구조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식사동 주민들의 증언은 보다 직접적인 생활 환경 문제에 집중됐다. 주민들은 전자파, 열섬 현상, 소음 등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와 함께 아파트 가격 하락 등 재산권 피해를 우려하며 집행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시설 자체 반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주민 의견을 듣지 않는 태도가 문제다.”
복수의 참고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이 발언은 갈등의 본질이 ‘시설’이 아닌 ‘절차’에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즉, 공공 갈등 관리 실패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후 질의에서는 사업의 핵심 쟁점인 인허가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통상 민간사업자가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할 경우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해 전체 면적의 80%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후 실시계획인가 단계에서도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양시가 직접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추진하면 80% 동의 요건이 사라지고, 민간사업자는 66.7%만 확보하면 된다. 문봉동 사례가 바로 이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특위 위원들은 “시가 나서 민간사업자의 인허가 허들을 약 13.3% 낮춰준 셈”이라며 “사실상 사업 추진을 돕기 위한 행정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단순한 절차 간소화 차원을 넘어 ‘행정이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 반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식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위험성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비상발전용 유류저장시설에는 일반 주유소의 2~3배에 달하는 유류가 저장된다. 이는 상시적인 화재 및 폭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지하 40m 이상 굴착이 필요한 구조 역시 문제로 꼽혔다. 위원들은 “토사 유출과 지반 침하 등 대형 재난 가능성이 크다”며 “주거 밀집 지역에 이러한 시설을 짓는 것은 시민 안전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으로 ‘비가시적 위험’을 가진 시설로 분류된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크다는 특징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이 주거 지역과 맞닿을 때 발생하는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가치 역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2022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7개 데이터센터가 모두 가동될 경우 필요한 전력량은 총 487MW에 달한다. 이는 중소도시 하나의 산업 수요에 맞먹는 수준으로, 전력 수급 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홍열 위원장은 “막대한 전력이 데이터센터에 집중되면, 정작 고양시에 필요한 자족시설이 전력 부족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투입 대비 효과’다. 위원들은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비량에 비해 세수 증가나 고용 창출 효과가 낮다는 점을 들어 “왜 이렇게까지 유치에 집중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전국적인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지역경제 기여도가 낮다는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조사 직후 특위는 집행부의 역할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임 위원장은 “주민들의 호소는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기피 시설이 아니라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라며 “이제라도 행정은 시행사가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특위는 총 7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향후 위법성 여부와 행정 절차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데이터센터라는 신산업 시설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래 산업 기반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는 논리가,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을 희생시키는 저효율 시설”이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결국 관건은 ‘절차의 정당성’과 ‘이익의 공정한 분배’다.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개발은 어떤 명분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동시에 지역에 실질적인 혜택을 돌려주지 못하는 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고양시 데이터센터 논란은 그 균형점을 찾지 못할 경우 어떤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특위 조사 결과와 시의 대응이, ‘데이터센터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okna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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